김광현은 23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귀국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빅리그 데뷔 시즌 소회를 전했다.
8월 23일 신시내티전에서 첫 승을 거둔 뒤 크게 감격했다고 한다. 꿈을 이뤘기 때문이다. 기존 메이저리거와 호흡하며 배운 점도 전했다. 첫 선발 등판에서 훈련용 모자를 쓰고 나서고, 로진백을 두고 나서 긴장감을 감추지 못한 모습에 대해서는 "'왜 그렇게 긴장했을까'하는 생각도 들지만, 인간적인 모습이기도 했다"며 웃었다.
몇 가지 명확한 메시지가 전달됐다. 일단 데뷔 시즌 남긴 숫자는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그는 "이렇게 기자회견을 열 정도로 잘 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올 시즌은 (메이저리그에) 발만 담갔다"고도 했다. 기자회견은 많은 이들의 응원과 지원 덕분에 빅리그 무대를 밟을 수 있었기에 감사를 전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라고.
2020시즌은 리허설로 여기는 모양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 탓에 60경기로 축소된 시즌을 치렀기 때문이다. 김광현은 정규리그 8경기, 포스트시즌 1경기에 등판했다. 풀타임 시즌에 남긴 성적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래서 꿈을 이뤘다는 감상에 젖어 들 생각이 없다. 12월부터 몸 관리에 돌입한다. 그는 "당장 오늘부터 준비하겠다"고 했다.
2020년 경험이 자양분이 될 것이라는 확신도 전해진다. 김광현은 타지에서 코로나19팬데믹을 겪었다. 그 어느 해보다 힘겨운 시즌 준비였다. 개막 날짜는 잡히지 않았고, 훈련 장소는 마땅치 않았다. 그러나 귀국조차 포기하고 취약한 환경을 견뎌냈다. 기대했던 선발진 진입이 실패한 상황에서도 마음을 다잡았다. 시즌 나기도 어려웠다. 경기장과 숙소 이동만 반복됐다.
이따금 개인 SNS를 통해 심정을 토로했다. 통역 최연세씨를 붙잡고 하소연도 했다. 그렇게 견뎠고 마침내 꿈을 이뤘다.
그래서 성과를 저평가하는 시선 대해서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그는 "'공도 못 던지는데 내가 여기를 왜 왔을까'하는 마음도 들 만큼 우울했다. 그러나 그 시간을 잘 버텨냈기 때문에 운도 따른 것 같다"고 말했다.
김광현은 설령 운이 작용했다고 해도, 자신은 그 운을 누릴 자격이 있을 만큼 인내했다는 것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운이 따르지 않을 때는 실력으로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드러냈다.
김광현은 "나는 물음표를 받고 시작했고, 여전히 느낌표를 주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운이라는 단어, 표현을 운운하지 않아도 될 만큼 자신에 인색하다. 덕분에 다음 시즌 더 명확한 목표가 생겼다. 더 당당하게 팬들 앞에 서서 기자회견을 치르는 것이다. 빅리거 김광현의 진짜 도전도 이제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