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오프(PO)를 앞두고 이강철(54) KT 감독이 전한 출사표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리겠다는 의지를 공식적으로 드러냈다.
이강철 감독은 정규시즌 막판 치열한 순위 경쟁을 할 때도 "매 경기가 승부처다. 한 경기, 한 경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규시즌 2위에 올랐을 때도 더 욕심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나 PO 무대를 앞두고 태세가 달라졌다. 가을 야구 끝까지 가서 웃으려고 한다.
첫 계단이 높다. 가을의 강자 두산이 PO 상대다. 2018년 두산의 수석 코치를 맡았던 이강철 감독은 그 저력을 직접 경험했다. 지난주 LG와 준PO를 치른 두산의 경기력을 새삼 실감하기도 했다. 정석만으로는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고, 팀 공격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변화를 찾았다.
이강철 감독은 PO 1차전에서 황재균을 1번 타자로 내세웠다. 장타력이 좋은 타자들을 상위 타선에 차례로 포진했다. 이강철 감독은 "준PO를 보니 1점을 먼저 낸다고 두산을 이길 수 있을 것 같지 않더라. 선취점도 중요하지만, 희생 번트 등의 작전을 내기보다 빅이닝을 만들 수 있는 타선을 꾸리는 게 맞는다고 봤다"고 말했다.
단기전에서는 선취점이 가장 중요하다는 건 야구의 정석이다. 그러나 이강철 감독은 정석에 집착하지 않았다.
장타자들을 전진 배치하는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 있다. 하위 타선의 타자들의 출루율이 높아야 한다. 배정대·심우준 등 주루가 뛰어난 타자들이 출루하면, 상위 타선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봤다.
이강철 감독은 "좋은 경기는 항상 하위 타자들의 출루로부터 시작된다. 7·8번 타자가 살아나가면 OPS(출루율+장타율)가 높은 타자들이 뒷받침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강철 감독은 1차전 전날까지도 6번과 9번 타순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
물론 PO가 '1점 승부'가 될 가능성도 있다. 희생번트가 필요할 때 작전 수행능력이 부족한 타자가 나설 수도 있다. 결과가 좋지 않으면 비판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이강철 감독은 다득점이 시리즈 전체 향방을 좌우한다고 보고, 승부수를 띄웠다.
9일 열린 1차전에서는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타선이 빅이닝을 만들지는 못했다. 그러나 0-2로 뒤진 8회 말 하위 타선 배정대가 출루에 성공하며 기회를 열었고, 황재균이 장타를 치며 2·3루를 만들었다. 상대는 멜 로하스 주니어의 타석에서 만루 작전을 썼고, 유한준이 두산 마무리투수 이영하로부터 종점 적시타를 쳤다. 비록 대량 득점에 실패했고, 2-3로 패하며 기선을 내줬지만 기대한 공격 흐름이 드러난 경기다.
또 이강철 감독은 KT 선수단이 위축되지 않고 가을 야구를 즐길 수 있도록 유도했다. 자율 훈련을 지시하면서 '마음껏 뛰어놀아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코치들에게는 "그동안 하지 않았던 걸 애써 만들지 말자. 지금까지 잘해온 것을 하자"고 지시했다.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면서도 이강철 감독은 기본적인 주문 사항을 전했다. KT 투수들의 슬라이드 스텝이 무너지는 걸 우선 경계했다. 발 빠른 두산 주자들을 의식한 나머지 피칭 밸런스가 흔들리는 걸 막겠다는 것이다. 또 두산 외국인 투수들의 투구 수를 늘리기 위해 KT 타자들이 소극적인 스윙을 하는 것도 지양하도록 당부했다.
투수 운영도 상식적으로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강철 감독은 "포스트시즌에서 가장 중요한 건 투수 교체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지고 있을 때 더욱 신중히 해야 한다. 상황에 따르겠지만, (평소보다) 조금 빠른 템포가 될 것"이라고 했다.
1차전 투수 운영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젊은 좌완투수 조현우의 긴장감을 우려해, 먼저 내세운 선발투수 윌리엄 쿠에바스가 8회 마운드에 올라 사구와 내야 안타를 허용하며 실점 빌미를 내줬다. '깜짝' 카드가 통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계획대로 투수 운영했다"며 "후회는 없다"고 했다.
이강철 감독은 "가을야구를 이끈 선배 지도자들을 보며 많은 배움을 얻었다"고 했다. 그 배움을 바탕으로 정석과 변칙의 조화를 추구한다. 막내 구단을 이끄는 사령탑으로서 포스트시즌을 처음 치르지만, 이강철 감독은 만만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