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T 위즈 이강철(54) 감독이 베테랑 타자 박경수(36)의 투지에 박수를 보냈다. 이 감독은 1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두산 베어스와 플레이오프(PO) 2차전에 앞서 "1차전에서 보여준 박경수의 투혼은 승패를 떠나 감독으로서 고마운 장면이었다"고 말했다.
박경수는 전날(9일) 열린 PO 1차전에서 2-3으로 뒤진 9회말 선두 타자로 나섰다. 유격수 쪽으로 타구를 보낸 뒤 1루로 달리다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세이프됐다. 마지막 남은 공격 기회에서 반드시 출루하겠다는 베테랑의 의지를 보여 준 장면이었다.
박경수는 시즌 막바지 햄스트링을 다쳐데뷔 18년 만의 첫 포스트시즌 출전이 불발된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를 악물고 재활에 전념해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국내 선수로는 역대 최고령 포스트시즌 첫 출장 기록(36세 7개월 9일)을 세웠다.
이 감독은 "(햄스트링이 좋지 않은데) 슬라이딩까지 하는 모습을 보고 고맙더라. 살아 나가려고 하고, 이기려고 하는 박경수의 마음이 다른 선수들에게도 전해진 거 같다. 감독 입장에서는 승패를 떠나 그런 게 정말 좋은 거 아니겠냐"며 흐뭇하게 웃었다. 다만 "또 다칠까 봐 걱정은 되더라. 조심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1차전 석패로 1패를 안은 KT는 '초심'으로 돌아가 정규시즌과 가장 비슷한 선발 라인업을 짰다. 1번 조용호(좌익수)-2번 황재균(3루수)-3번 멜 로하스 주니어(우익수)-4번 강백호(1루수)-5번 유한준(지명타자)-6번 장성우(포수)-7번 박경수(2루수)-8번 배정대(중견수)-9번 심우준(유격수) 순이다.
이 감독은 "포스트시즌이라고 너무 변화를 줬더니 오히려 더 안풀린 거 같다. 정상적으로, 순리대로 가겠다. 나 역시 감독으로는 포스트시즌이 처음이라 욕심도 생기고 운영에 실수도 있었다. 2차전에서는 경험 부족으로 인한 긴장감을 선수들 모두 조금은 떨쳐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