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물음표를 지웠다. NC 유니폼을 입고 한국시리즈(KS)를 처음 치르는 안방마님 양의지(33)의 얘기다.
2018년 12월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은 양의지는 두산을 떠나 NC로 이적했다. 4년 총액 125억원(계약금 60억원·4년 연봉 65억원)을 받는 메가톤급 계약이었다. 역대 포수 최고액이자 롯데 이대호(150억원)에 이은 역대 FA 계약 2위에 해당했다. 입단식에서 양의지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서 NC를 선택했다. 두산에 있을 때 우승을 목표로 시즌을 준비했다. NC에서도 팀 우승을 위해 시즌을 준비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당차게 '우승'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팀이 자신에게 기대하는 모습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하지만 내심 반신반의했다. 양의지는 최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NC로 이적했을 때) KS를 다시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과연 나 하나 때문에 꼴등이 위로 올라갈 수 있을까'하는 물음표가 많았던 것 같다"고 솔직하게 얘기했다.
전 소속팀 두산은 KS 단골손님이다. 김태형 감독이 부임한 2015년부터 매년 빠짐없이 KS 무대를 밟았다. NC는 상황이 달랐다. 2016년 처음으로 KS에 진출했지만, 두산에 4전 전패로 탈락했다. 이후 부침을 겪었다. 2018년에는 KBO리그 꼴찌까지 추락했다. 시즌 중 창단 사령탑이었던 김경문 감독이 중도 사퇴했고, 4년 연속 이어오던 포스트시즌(PS) 진출이 좌절됐다. 팀 내 위기감이 커지던 상황에서 선택한 '반등 카드'가 바로 양의지 영입이었다.
야구계 안팎에선 "선수 한 명 영입했다고 팀이 바뀔까"하는 시선이 꽤 있었다. 양의지의 생각도 처음엔 비슷했다. 그만큼 NC의 경기력이 불안정했다. FA 계약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NC가 받을 타격은 상상을 초월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다. NC는 지난해 5위로 PS 막차를 탔다. LG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WC)을 패해 준플레이오프 진출엔 실패했지만, '가을야구 복귀'라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 지난해 팀 간판스타 나성범이 5월 초 무릎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다. 외국인 타자가 기량 미달로 크리스티안 베탄코트에서 제이크 스몰린스키로 바뀌는 우여곡절도 겪었다. 거듭된 악재 속에서 버틸 수 있던 원동력 중 하나가 양의지였다.
올 시즌 NC는 더 커진 '양의지 효과'를 앞세워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까지 차지했다. 양의지는 130경기에 출전해 타율 0.328(461타수 151안타), 33홈런, 124타점을 기록했다. 포수가 시즌 100타점을 달성한 건 2010년 조인성(당시 LG·107타점), 2015년 이재원(SK·100타점)에 이어 역대 세 번째였다. 도루저지율은 42.9%로 1위. 공격과 수비에서 팀을 이끌며 NC 입단식에서 언급한 '우승'이라는 꿈을 2년 만에 현실화했다.
양의지는 "NC가 그만큼 강팀으로 올라왔다. (KS를 앞두고) 설렘과 긴장감을 다시 느낄 수 있어서 기분 좋다"며 "(FA 계약할 때) 선수들이 젊고 좋은 성적을 냈던 팀이니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생각대로 맞아떨어져서 뿌듯하다. 선수들이 하나 된 생각으로 밑바닥부터 다시 느낀 덕분"이라며 만족스러워했다.
그는 17일 시작하는 두산과의 KS의 키플레이어다. 친정팀을 상대로 칼날을 겨눠야 한다. 양의지는 올 시즌 두산전 15경기에 출전해 타율 0.389(54타수 21안타)를 기록했다. 플레이오프 MVP(최우수선수) 크리스 플렉센을 상대로 9타수 3안타를 때렸다. 두산 마무리 투수 이영하에겐 8타수 4안타로 강했다. KS를 통산 26경기나 뛴 경험을 무시할 수 없다. 두산의 경계대상 1호가 양의지다.
양의지는 "시즌 타율 1할에 그쳤던 선수가 (PS에선) 잘할 수 있다. 또 홈런왕이 못 할 수도 있다. 그날의 컨디션이 중요하다"며 "(앞선 PS 경기를 보니까) 정말 투수들이 잘 던지더라. 작은 실책 하나가 경기를 좌우하는 것 같다. 기본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입단식 때 두산과 KS에서 붙으면 기분이 이상할 거 같다고 했는데, 이제 2년이 지나서 그런 건 없는 것 같다. 재밌을 것"이라며 멋쩍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