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PS 주루 경향, 스피드보다 마인드
일간스포츠

입력 2020.11.17 13:35

안희수 기자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2차전 LG와 두산의 경기가 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두산 허경민이 4회초 박세혁의 중전안타때  2루에서 홈으로 뛰어 세이프된뒤 환호하고 있다. LG 포수 유강남. 잠실=정시종 기자 jung.sichong@joongang.co.kr /2020.11.05.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2차전 LG와 두산의 경기가 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두산 허경민이 4회초 박세혁의 중전안타때 2루에서 홈으로 뛰어 세이프된뒤 환호하고 있다. LG 포수 유강남. 잠실=정시종 기자 jung.sichong@joongang.co.kr /2020.11.05.

 
지난 13일 열린 KT와 두산의 플레이오프(PO) 4차전 1회 초. KT는 1번 타자 조용호와 후속 황재균이 두산 선발투수 유희관으로부터 연속 안타로 출루하며 무사 1·2루 득점 기회를 만들었다. 3번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는 우중간에 떨어지는 장타를 생산했다. 

 
2루 주자는 무난히 득점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결과는 홈에서 태그 아웃. 두산 야수진의 중계 플레이가 신속하게 이뤄지기도 했지만, 2루 주자 조용호의 주루가 빌미를 제공했다. 타구가 야수에게 잡힐까 봐 리드 폭을 넓히지 못했다. 담장에 맞을 만큼 멀리 뻗은 타구였다. 판단 미스다. 1루 주자 황재균이 2루까지 다가설 때까지도 갈피를 잡지 못했다. 시야도 좁았다. KT는 1회 선취 득점 기회를 놓친 뒤, 바뀐 투수 김민규를 공략하지 못하며 내내 끌려갔다. 2-0으로 패하며 한국시리즈(KS) 진출에 실패했다. 
 
조용호는 발이 빠르고, 주루 센스도 좋은 편이다. 시즌 도루는 12개. 그러나 시리즈 내내 1득점도 힘겹던 양상을 고려했고, 평소보다 조심스러운 주루를 했다고 볼 수 있다. 포스트시즌 경험은 적고, 일리미네이션 게임에 몰리며 압박감도 커졌을 것. 
 
2일 열린 LG와 키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있었다. 2-2 동점이 이어지던 연장 10회 말, 1사 1루에서 LG 타자 이형종이 좌측 선상에 떨어지는 안타를 쳤다. 타구 탄도가 높아서 체공 시간이 길었다. 키움 외야진은 우편향 수비 시프트를 가동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대주자로 나섰던 김용의는 3루까지 진루하지 못했다. 타구가 좌익수에 잡힐 것이라고 판단하고 2루에서 멈춘 것. 이 장면을 두고 현장 중계진도 아쉬운 플레이였다고 평가했다. 김용의는 베테랑이다. 전문 대주자다. 정규시즌이었다면 3루로 쇄도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에서 1점 승부가 이어졌기에 무리하지 않았다. 과감하지 못했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LG는 이어진 상황에서 오지환과 김민성이 각각 땅볼과 삼진으로 물러나며 득점에 실패했다.
 
 
포스트시즌에는 통상적으로 도루 시도가 줄어든다. 주루사가 팀 분위기에 미치는 악영향을 경계한다. 조용호, 김용의의 플레이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2020년 가을에는 과감한 주루가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두산이 그렇다. 5일 열린 LG와의 준PO 2차전 9회 초 나온 이유찬의 플레이가 이번 가을 두산의 주루 지향점을 대변한다. 무사 1루에서 허경민의 희생번트 타구를 잡은 LG 투수 고우석이 1루 악송구를 범하며 공이 우측 파울 지역으로 빠지자, 2루까지 진루했던 주자 이유찬은 3루를 돌아 홈까지 쇄도해 득점에 성공했다. 주자의 두 베이스 진루를 예상하지 못한 LG 포수 이성우는 태그조차 시도하지 못했다. 
 
두산은 스코어 9-7, 2점 차로 점수 차를 벌렸고 9회 말 수비를 실점 없이 막아내며 PO 진출을 확정했다. 경기 뒤 김태형 감독은 "원래는 주루 코치가 진루를 저지했다. 뭐가 잘 되려니까 그렇게도 되더라"며 웃었다. "이유찬의 득점 덕분에 마무리투수 이영하가 심적 부담을 덜고 9회 말 투구를 할 수 있었다"고도 짚었다. 
 
두산은 준PO에서만 도루 4개를 성공했다. PO에서도 3개를 추가했다. 준PO 1차전, 5회 무사 1루에서는 통산(13시즌) 도루가 10개에 불과한 오재일이 도루를 시도하며 LG 배터리와 야수진의 허를 찔렀다. 두산 벤치의 의도는 명확했다. 성공 여부보다 '어떤 선수라도 뛸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 
 
프로야구 2020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 kt위즈와 두산베어스의 경기가 9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1회초 1사 1루 오재일 타석때 1루주자 정수빈이 2루도루에 성공하고 있다. 고척=김민규 기자 kim.mingyu@joongang.co.kr /2020.11.09/

프로야구 2020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 kt위즈와 두산베어스의 경기가 9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1회초 1사 1루 오재일 타석때 1루주자 정수빈이 2루도루에 성공하고 있다. 고척=김민규 기자 kim.mingyu@joongang.co.kr /2020.11.09/

 
두산은 정규시즌 팀 도루 88개를 기록했다. 10구단 중 6위 기록이다. 주전 중 두 자릿수 도루를 기록한 선수는 정수빈(15개)과 허경민(14개) 2명뿐이다. 팀 대표 경쟁력이 기동력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김태형 감독은 거침없이 작전을 건다. 경기 시점을 가리지 않는다. 도루사·주루사가 미치는 악영향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이다. 아웃이 돼도 투수 호흡, 내야진 집중력을 흔들 수 있다고 본다. 팀 기조가 명확하다 보니 누상 주자들도 도루나 주루의 성공 여부에 부담이 덜하다. 
 
정규시즌 두산보다 팀 도루(106개)가 더 많은 KT는 PO에서 1도루에 그쳤다. 정규시즌 도루 저지율이 19.2%에 불과한 두산 포수 박세혁은 2번이나 상대 도루를 저지했다. 경험·능력·데이터보다 기세가 주루를 좌우했다. 
 
KS도 '누상' 전쟁이 시리즈 내내 흥미를 자아낼 전망이다. 통산 184도루를 기록한 NC 박민우는 "뛰겠다"고 선언했고, PO에서 자신감을 얻은 박세혁은 "막겠다"고 응수했다. NC 주전 포수 양의지는 리그에서 도루 저지율(42.9%)이 가장 높은 포수다. 두산이 한, 두 번 실패로 이번 가을 고수한 성향을 버리진 않을 것이다. NC의 대응 방식도 관심이 모인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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