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시즌 종료 뒤 미국 무대에 도전하는 선수들이 많다. 양현종(32·KIA)과 나성범(31·NC)·김하성(25·키움) 등이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에 가장 먼저 도전장을 내민 선수는 '코리안 특급' 박찬호였다. 한양대에 재학 중이었던 1994년 LA 다저스와 계약,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MLB에 진출했다. 이후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서재응과 김선우·김병현·최희섭 등이 대학 재학 중 미국으로 건너가 MLB에서 활약했다. 봉중근과 송승준·추신수는 고교 재학 중 미국 구단과 계약, 일찌감치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이후 많은 아마추어 고교 선수들이 빅리그에 도전했으나 대부분 실패했다. 미국으로 '직행'하는 광풍도 걷히기 시작했다.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도전한 선수들은 젊은 나이에 낯선 땅에서 고생을 많이 했다. 반면 최근에는 각자 커리어를 쌓아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어 최고의 무대에 도전하는 선수들이 많다.
2010년대에는 KBO리그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실력을 검증받은 선수들이 미국 무대에 진출했다. 류현진(토론토)이 대표적이다. 또 하나의 전환점이 2015 프리미어12 대회였다. 박병호(키움)를 비롯해 이대호(롯데)·김현수(LG)·황재균(KT) 등이 이 대회 우승을 이끈 뒤, 이를 발판 삼아 미국으로 건너갔다.
여기에서 아쉬운 대목이 있다. 2015 프리미어12에서 활약했던 김광현(세인트루이스)과 그해 평균자책점 1위(2.44)를 기록한 양현종(KIA)도 그즈음에 도전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김광현은 올 시즌 MLB에 진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3승 무패 평균자책점 1.62(39이닝)의 좋은 활약을 펼쳤다. 다소 늦은 감이 있다. KBO 리그 최고 투수로 군림한 만큼, 해외 진출 의사가 있었다면 좀 더 일찍 건너갔으면 어땠을까 싶다.
양현종은 김광현보다 1년 더 늦을 것 같다. 이왕이면 첫 번째 FA(2016년 종료 후) 자격을 획득했을 때, 혹은 구단에 포스팅을 요청해 좀 더 일찍 움직였다면 보다 좋은 환경에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양현종은 2014년 시즌 뒤 포스팅시스템에 나섰으나 실패했고, 2016년 시즌 뒤 FA가 돼서도 해외 리그의 문을 두드렸으나 포기했다. 30대 중반에 빅리그에 재도전하는 타이밍이 아쉽다.
물론 아마추어 신분으로 해외 진출에 나서는 건 권장하지 않는다. 차라리 KBO리그에 적응하고, 실력을 검증받은 뒤 해외 무대에 도전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서른이 넘은 시기에 MLB의 문을 두들기는 점도 아쉬움을 남긴다.
KBO리그를 거쳐 빅리그에 진출한 류현진과 김광현이 성공사례를 남겼다. 덕분에 우리 선수들을 바라보는 MLB 스카우트의 시선도 달라졌다. 예전보다 좋은 환경에서 미국 진출을 추진할 수 있다.
김하성과 나성범은 포스팅 신청(11월 10일~12월 14일)을 통해 빅리그 문을 두드린다. 김하성은 20대 중반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도전장을 낸다. 가장 적절한 때인 것 같다. 나성범은 최고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와 계약을 마쳐 일찌감치 해외 무대 도전을 준비했지만, 적은 나이는 아니다. 양현종과 나성범은 계약 조건이 다소 기대에 못 미쳐도 미국 무대 진출 의지가 강하다면, 이번 기회를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