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월간 MVP 출신 최승준(32)이 아카데미 타격코치로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했다.
지난 6월 한화에서 방출된 최승준은 거취를 두고 고민하다 더스틴 니퍼트(39·전 KT)의 제안을 받았다. 일간스포츠와 연락이 닿은 최승준은 "방출된 뒤 다른 구단의 영입 제안이 없었다. 니퍼트와 인연이 돼 11월 중순부터 니퍼트가 운영하는 야구 아카데미에서 타격 코치를 맡고 있다"고 말했다. 니퍼트는 KBO리그 역대 외국인 최다승(102승) 기록 보유자다. 지난달 경기도 용인시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야구 아카데미를 시작했다.
최승준은 "햄스트링이 좋지 않았다. 통증을 참으면서 하니까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 기회를 주신 구단에 미안했다"며 "그만큼 내가 못했다. 한화를 나올 때부터 '야구를 그만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미련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계속 아팠다. 아파서 지쳤던 것도 있었다"고 돌아봤다.
최승준은 LG 시절부터 모두가 탐낸 거포 유망주였다. 야구 인생의 터닝 포인트는 SK 이적. 2015년 12월 FA(자유계약선수)로 LG와 계약한 포수 정상호의 보상선수로 SK 유니폼을 입었다. 임팩트는 강렬했다. 이적 첫 시즌인 2016년 6월 홈런 11개를 쏘아 올려 KBO(한국야구위원회) 월간 MVP에 선정됐다.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2016년 7월 20일 창원 NC전에서 무릎을 심하게 다쳤다. 9월 11일 복귀한 뒤에는 고질적인 햄스트링 부상에 시달리다 2019년 11월 SK에서 방출됐다. 가까스로 한화에 새 둥지를 틀었지만 반등은 없었다. 올 시즌 1군 성적은 3타수 1안타 1타점이 전부. 2군에선 12경기 타율이 0.185(27타수 5안타)로 저조했다. 최승준은 "가장 기억에 남는 게 2016년 전반기다. 기회를 주셨던 김용희 감독님께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제2의 야구인생은 가보지 않았던 길이다. 최승준은 "야구 쪽 일을 아예 하지 않으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안 되더라. 지금까지 많은 타격 코치님을 만났다. 내가 배운 걸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줄 수 있으니 열심히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마음 한구석에는 감사함이 자리했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뽑아준 LG, 가능성을 확인시켜준 SK, 그리고 선수 생활의 마지막 기회를 준 한화 모두 마찬가지다. 최승준은 "응원해주시는 팬분들의 함성을 다시 듣지 못한다는 게 아쉽다. 지금까지 그 기회를 주신 모든 구단께 감사하다.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