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지난달 30일 열린 '2020 KBO 시상식'의 주인공이었다. KT의 외국인 선수 멜 로하스 주니어가 타격 4개 부문(홈런·타점·득점·장타율)과 최우수선수(MVP), 투수 소형준은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내야수 심우준은 도루상(31개), 셋업맨 주권은 홀드상(31개)을 받았다.
올해 KT는 정규시즌 2위에 오르며 창단 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3위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에서 1승3패로 져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지만, 시즌을 마무리하는 시상식을 '집안 잔치'로 만들었다. KT의 해피엔딩이었다. 구단 내부 분위기도 한껏 고무됐다.
KT가 이룬 쾌거에 이강철(54) 감독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이강철 감독은 선수들에게 개인 기록이 어떤 의미인지를 잘 헤아리는 지도자다. 승부처에서는 팀 승리를 위한 선택을 한다. 그러나 선수의 개인 기록도 세심하게 챙길 줄 안다. 잘 던진 선발투수가 불펜진의 난조 탓에 승리투수가 되지 못한 경기 뒤에는 꼭 "(승리 기록을)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남겼다. "내가 투수 교체를 잘못해 선수가 승리를 놓쳤다"라며 자책하기도 한다.
주권의 홀드왕 등극은 사령탑의 뚝심과 배려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시즌 초 이강철 감독은 KT 불펜투수들이 집단 난조를 보이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제 기량을 발휘하던 주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돌파구를 마련했다. 사흘 연투 지시도 했다. 그러자 '혹사' 논란이 일었다.
이강철 감독은 "팀이 역전을 자주 허용하다보니 컨디션이 좋았던 타선마저 처지더라. 리드한 경기는 (주권을 투입해) 반드시 잡아야 했다"고 돌아봤다. 주권은 KT가 하위권에 머문 7월 셋째 주까지 34경기에 나섰다. 리그 최다 등판 투수였다. 그러나 이 기간 12홀드를 쌓으며 홀드왕 레이스에서 앞설 수 있었다.
이강철 감독은 선수의 체력과 멘탈 관리도 소홀하지 않았다. 7월 이후 주권에게 충분한 휴식을 보장했고, 이틀 연속 투입도 가급적 피했다. 한두 타자만 맡긴 경기도 많았다. 주로 8회 투입했던 그를 6회에 내세우기도 했다. 주권은 상대적으로 압박감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홀드를 추가할 수 있었다.
시즌 후반 이강철 감독은 "(주권이) 고생한 보람이 있으면 좋겠다. 꼭 홀드왕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했다. 주권의 역량과 투지가 타이틀을 거머쥔 가장 큰 원동력이지만, 이강철 감독의 든든한 지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심우준의 데뷔 첫 도루왕 등극 과정도 마찬가지다. 이강철 감독은 시즌 초 심우준을 1번 타자로 내세워 기동력 야구 실현을 노렸다. 중책을 맡은 선수로서는 큰 동기 부여였다. 이 시도는 심우준이 타격 난조에 빠지며 지속되지 못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심우준의 빠른 발을 향한 이강철 감독의 신뢰는 여전했다. "심우준이 출루하면 팀 득점 확률을 높아진다. 경기 출전 자체로 큰 도움을 주는 선수"라며 다독였다. 언제나 주권에게 그린라이트(벤치 지시 없이 도루할 수 있는 권한)를 부여했고, 작전을 구사할 때도 중요하게 활용했다. 심우준은 자신 있게 그라운드를 휘저으며 사령탑의 신뢰에 부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