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설계하고 포체티노가 완성한 '명품', 손흥민
일간스포츠

입력 2021.01.04 06:00

최용재 기자
 
신축년을 알리는 축포는 역시나 손흥민(토트넘)의 발에서 터졌다.
 
토트넘은 2일 2020~21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7라운드 리즈 유나이티드와 경기에서 3-0으로 완승했다. 1-0으로 앞선 전반 43분 손흥민이 골을 터뜨렸다. 손흥민은 문전으로 쇄도하면서 해리 케인의 스루패스를 오른발 논스톱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손흥민은 토트넘 통산 100호 골을 신고했다. 2015년 8월 토트넘으로 이적한 손흥민은 총 253경기를 뛰며 EPL(65골), FA컵(12골),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14골), UEFA 유로파리그(UEL·6골), 리그컵(3골)까지 100골을 완성했다. 토트넘 역대 18번째로 '100골 클럽'에 가입했다. 경기 후 그는 "한 팀에서 100골을 넣은 건 엄청난 일이다. 매우 자랑스럽다. 동료들에게 감사하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모두의 도움이 필요했다"며 기뻐했다. 
 
손흥민은 모두가 인정하는 세계 톱클래스 선수다. 토트넘 100골이 다시 한번 이를 증명했다.
 
사진=토트넘 SNS

사진=토트넘 SNS

 
그가 세계 최고의 리그 EPL, EPL에서도 대표적 강호인 토트넘에서 100골이라는 영광을 달성할 수 있었던 동력은 무엇일까. 손흥민의 말대로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주변의 많은 도움을 받았겠지만, 그중 손흥민의 축구 인생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 두 사람을 빠뜨릴 수 없다. 지금의 영광을 오롯이 함께 누릴 자격이 있는 이는 손웅정과 마우리시오 포체티노다.
 
손웅정은 손흥민의 아버지다. 그리고 손흥민의 첫 번째 축구 스승이기도 하다. 너무나 잘 알려진 이야기다.
 
손흥민이 어렸을 때 아버지로부터 개인 훈련을 받은 일이다. 선수 시절 큰 활약을 하지 못한 채 28세의 나이로 은퇴한 손웅정 SON축구아카데미 감독은 독일, 스페인 등 축구 선진국의 유소년 축구를 공부하며 유소년 전문 지도자로 나섰다. 아들을 획일화된 시스템의 학교 축구부에 보내지 않았고, 자신이 직접 매일 가르쳤다. '열린 교육'이었다.
 
핵심은 기본기. 실전보다 기본기에 집중했고, 성과보다 즐기는 축구를 유도했다. 자신이 원하는 단계까지 오지 못했을 경우 다음 단계로 절대 넘어가지 않는 혹독함도 포함됐다. 여기에 훈련과 함께 영어, 독서, 인성 교육 등도 병행했다. 한국에서 손흥민이라는 '특별한 선수'가 탄생할 수 있었던 뿌리였다.
 
아버지로부터 배운 기본기를 바탕으로 손흥민은 고교 시절인 2008년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 유소년 팀에 입단했다. 이후 유럽의 체계적이며 선진적인 축구를 만난 손흥민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손웅정 감독의 일화가 유명해지자 토트넘의 한 팬이 "토트넘은 손흥민의 아버지를 영입하라!"고 호소한 글이 이슈화한 적도 있었다.
 
손흥민은 아버지를 언제나 존경하고 사랑했다. 그는 "아버지는 내 축구 선배이자, 친구이자, 가장 좋은 아버지다. 아버지의 의견에 따르지 않을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나이가 들어서도, 월드클래스로 성장한 뒤에도 변함없었다.
 
손웅정 감독이 '설계'한 손흥민을 함부르크·레버쿠젠 등 독일 축구가 '조립'하기 시작했다. '월드클래스' 손흥민을 완성한 이는 포체티노 감독이라고 할 수 있다. 손흥민은 2015년 토트넘으로 이적했다. 포체티노 감독이 적극적으로 손흥민을 영입을 추진했다. 그는 2014년까지 사우샘프턴 지휘봉을 잡았을 때부터 손흥민 영입을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흥민은 포체티노 감독의 지도 아래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했다. 포체티노 감독은 손흥민의 능력을 가장 잘 활용하는 감독이다. 손흥민이 날개를 펼 기회를 준 지도자이기도 하다.
 
포체티노 감독은 하락세를 타던 토트넘을 EPL을 대표하는 강호로 만들었다. 일명 'DESK(델레 알리·크리스티안 에릭센·손흥민·해리 케인) 라인'을 앞세워 팀을 재편했다. 토트넘을 EPL에서 가장 젊고 역동적인 팀으로 바꿔놨다.
 
 
손흥민이 그 중심에 있었다. 포체티노 감독은 빠르고 득점력이 좋은 윙어를 선호했다. 손흥민이 제격이었다. 많이 뛰는 전술을 펼치려면 체력이 받쳐줘야 하는데, 손흥민은 모자랄 것이 없었다. 공을 잡지 않을 때의 움직임, 침투하는 타이밍 등도 포체티노가 좋아하는 손흥민의 모습이다.
 
포체티노 감독은 손흥민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손흥민이 자주 위치한 왼쪽에 넓은 공간을 선사했다. 오른쪽에 선수들을 밀집시켜 왼쪽에 더 많은 기회가 만들어지도록 해줬다. 손흥민의 진가가 드러날 수 있는 전략이었다. 최전방 스트라이커 케인이 부상 등의 이유로 빠질 때면 손흥민을 최전방에 투입, 새로운 재능을 즐기기도 했다. 토트넘 역대 UCL 최고 성적인 2018~19시즌 준우승 업적의 결정적 힘이 손흥민이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지금 토트넘 지휘봉을 잡고 있는 조제 무리뉴 감독은 "손흥민의 능력은 포체티노 감독 시절 만들어진 것이다. 나 혼자가 아닌 포체티노 감독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디 애슬레틱' 등 영국의 언론들이 포체티노 감독이 남긴 토트넘 최고의 유산을 '손흥민 영입'으로 꼽은 이유이기도 하다. 
 
인간적으로도 포체티노 감독은 손흥민에게 특별한 존재다. EPL 데뷔 첫해인 2015~16시즌 손흥민은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에 아쉬워하며 독일 분데스리가로 돌아가는 걸 고려했다. 이때 포체티노 감독이 손흥민에게 절대적 신뢰를 드러내며 만류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그다음 시즌 손흥민은 리그 14골 등 총 21골을 넣으며 커리어하이를 찍었다. 포체티노 감독이 믿고, 밀어준 결과였다. 이후 올 시즌까지 5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했다. EPL 정상급 윙어로 군림하고 있다. 
 
 
2019년 포체티노 감독이 토트넘을 떠날 때 손흥민은 이렇게 말했다.
 


"축구뿐 아니라 인생의 많은 것을 배웠다. 얼마나 고마웠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고, 말로 다 표현할 수도 없다."
 
손흥민이 토트넘 100호 골을 터뜨리는 날 포체티노 감독은 프랑스 리그1 파리 생제르맹 감독 부임 소식을 알렸다.
 
최용재 기자 choi.yong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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