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포커스] '재계 3위' 'M&A의 귀재' SK는 왜 1352억에 야구단을 팔았나
일간스포츠

입력 2021.01.26 16:15

배중현 기자
SK 와이번스는 26일 이마트 신세계에 최종 매각돼 새 주인을 맞이하게 됐다. IS 포토

SK 와이번스는 26일 이마트 신세계에 최종 매각돼 새 주인을 맞이하게 됐다. IS 포토

 
SK그룹은 현대자동차그룹과 재계 서열 2·3위를 경쟁하는 대기업이다. 적극적인 M&A(기업 인수·합병)로 그룹의 몸집을 키웠다. 에너지·화학 계열의 SK이노베이션, 정보통신기술(ICT) 계열의 SK텔레콤, 반도체 계열의 SK하이닉스까지 주력 계열사 입지도 탄탄하다.
 
그런데 SK그룹은 멀쩡하게 운영되던 SK 야구단을 26일 신세계 이마트에 매각했다. 매각 대금은 1352억8000만원. 프로야구 40년 역사상 운영 능력이 되는데 야구단을 매각한 첫 번째 사례다.
 
SK는 왜 야구단을 판 걸까. 한 업계 관계자는 "계열사 분리 차원의 정리 움직임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과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의 계열사 분리 움직임이 꽤 오래전부터 있었다. 최신원 회장은 고(故) 최종권 SK그룹 창업주의 둘째 아들로 최태원 회장의 사촌 형이다. 최종권 회장이 1973년 사망하자 동생인 최종현 회장이 SK 그룹의 경영권을 이어받았다. 최종현 회장마저 1998년 사망하자 그의 장남인 최태원 회장으로 승계됐다.
 
최신원 회장의 부친은 SK그룹 창업주다. 그러나 부자(父子) 상속이 아닌 형제 상속이 이뤄지면서 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과 그룹 외곽으로 밀려났다. SK 와이번스는 최창원 부회장이 구단주를 맡고 있다. 야구단은 SK텔레콤이 주식을 100% 출자한 최대주주이다. SK텔레콤은 최태원 회장의 애착이 큰 계열사다.
 
2018년 한국시리즈 당시 잠실야구장을 찾은 최태원 회장의 모습. 왼쪽에 있는 사람이 사촌형인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이다. IS 포토

2018년 한국시리즈 당시 잠실야구장을 찾은 최태원 회장의 모습. 왼쪽에 있는 사람이 사촌형인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이다. IS 포토

 
한 업계 관계자는 "계열사가 분리되면 최신원·최창원 형제는 SK케미칼과 SK가스처럼 소비자를 직접 만날 필요가 없는 사업에 주력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야구단을 운영할 이유가 크지 않다"고 했다. SK네트웍스가 렌털 사업에 주력하지만, SK텔레콤처럼 직접적이진 않다.
 
SK그룹과 신세계 이마트는 한 달 정도 매각 협상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보다 먼저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눈여겨볼 부문은 사장 인선이다. SK는 지난해 10월 14일 민경삼 전 단장을 구단 사장에 선임했다. 파격적이었다. 민경삼 사장은 프로야구 선수 출신으로 사상 첫 프로야구단 사장에 올랐다. 야구인으로는 김응용 전 삼성 사장에 이어 두 번째였다.
 
지난해 10월 SK 구단 사장으로 선임된 민경삼 전 단장. SK 제공

지난해 10월 SK 구단 사장으로 선임된 민경삼 전 단장. SK 제공

 
SK 야구단 사장으로 SK텔레콤 임원이 넘어오는 게 관행이었다. 최대주주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법이었다. 2005년부터 8년 가까이 SK를 이끌었던 신영철 사장은 SK텔레콤 홍보팀장과 홍보실장 등을 맡은 대표적인 '텔레콤맨'이었다. 후임 임원일 사장도 SK텔레콤 수도권 마케팅본부장과 SK브로드밴드 마케팅부문장 등을 거쳤다. 2015년 12월 배턴을 이어받은 류준열 사장도 마찬가지. 2000년 SK텔레콤에 입사해 SK텔레콤 전략기획그룹장, SK텔레콤 미국 플랫폼 사업본부장, 성장전력실장을 두루 역임했다.
 
민경삼 사장 선임은 구단의 관행을 깬 것이었다. 당시 SK는 "전문적인 식견과 인적 네트워크, SK 와이번스 조직과 문화에 대한 이해 등을 두루 고려해 적임자로 민경삼 전 단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단 매각이 발표되자 이미 지난해 10월부터 SK텔레콤이 야구단과 '선 긋기'를 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A 구단 관계자는 "구단을 인수하면 유니폼을 바꾸고 엠블럼을 교체해야 한다. 이런 과정이 단시간에 이뤄지는 게 아니다"라며 "프로야구 개막일(4월 3일)이 두 달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는 걸 고려하면 이전부터 물밑에서 논의가 진행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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