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을 휘날리며 공을 던지는 그의 모습은 이제 볼 수 없다. 하지만 2021시즌에도 힘차게, 정면 승부하는 모습은 유지한다. 롯데 마무리 투수 김원중(28)은 "올해도 윽박지르는 투구 패턴을 이어가겠다"라고 선언했다.
김원중은 지난해 롯데의 새 마무리 투수를 맡아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총 58경기에서 등판해 5승 4패 25세이브 평균자책점 3.94를 기록했다. 블론세이브(8개)가 다소 많았지만, 선발에서 마무리로 보직 전환 후 첫 시즌인 걸 고려하면, 롯데는 앞으로 뒷문을 책임질 클로저를 얻었다고 볼 수 있다.
김원중의 최고 무기는 직구다. 지난해 평균 구속 146.7㎞, 최고 150㎞에 육박하는 빠른 공으로 타자와 싸웠다. 선발 투수로 오래 뛴 만큼 포크볼과 커브·슬라이더 등 다양한 구종을 던질 수 있으나, 직구가 전체 구종의 55%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높다. 스피드건에 찍히는 구속을 떠나 패스트볼 회전수, 수직 무브먼트 등이 뛰어나다.
김원중은 "투수는 직구가 1번이라 생각한다. 마무리 투수는 더 그렇다"라고 했다. 대다수 사령탑은 빠른 공을 던지는 마무리 투수를 원한다. 마무리에게 탈삼진 능력이 가장 중요한 역할이기 때문이다. 김원중은 지난해 9이닝 기준 8.65개의 탈삼진을 뽑아냈다. 그는 "상대 타선도 9회에는 집중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강하게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상대 역시 김원중의 직구 승부를 파악하고 타석에 들어오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직구 위주의 과감한 승부를 하려는 이유에 대해 그는 "내가 가장 마지막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다. (변화구로 타이밍을 뺏는) 영리한 투구를 할 수도 있겠지만, 팀 사기도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마무리 투수가 마운드에 오르는 시점, 두 팀의 분위기 싸움은 절정에 치닫는다. 김원중은 "기 싸움은 내가 마운드에 올라가는 순간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힘없이 올라가서 투구하면 야수진 분위기가 처질 수 있다"라고 했다. 맞더라도 직구 위주의 과감한 승부를 통해 상대와 기 싸움을 유리하게 만들고, 경기까지 마무리하겠다는 각오다. 단순히 자신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팀 분위기까지 고려한 것이다.
김원중은 마무리 보직에 애착이 크다. " 직접 내 손으로 경기를 끝낼 수 있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다"라고 했다. 마무리 2년 차 시즌을 준비하는 김원중은 "지난해 안 좋은 모습도 있었다. 집중력과 체력이 떨어지면 안타를 맞을 확률이 높더라"며 "한해 마지막 순간(한국시리즈) 마운드에 있으면 가장 좋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