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임시 주장' 정주현은 팀 승리가 확정되자 류지현 감독에게 다가가 공을 한 개 건넸다. 처음에는 류 감독의 '이게 뭐지'라며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정주현이 건넨 공의 속뜻을 알아채고 다소 쑥스러워하며 공을 점퍼 오른쪽 주머니에 슬그머니 챙겨 넣었다.
LG 선수단이 한마음을 담아 류 신임 감독에게 건넨 사령탑 데뷔 첫 승 기념구였다.
LG는 2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와 평가전에서 9-8로 이겼다. 이 경기는 지난해 11월 사령탑에 오른 류지현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타 팀과 벌인 첫 실전 경기였다. 그 때문에 비공식 경기였으나 '첫 승리'의 의미가 있었다.
LG 주장은 김현수이지만 컨디션 조율 차원에서 이천 챔피언스파크에 남아 훈련하고 있다. 그래서 '임시 주장'을 맡은 정주현이 역할을 대신했다.
이 장면은 LG의 팀 분위기를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1994년 LG의 신바람 야구를 불러온 류지현 감독은 지금까지 트윈스 유니폼만 입고 있는 '원클럽맨'이다. 그동안 코치로 선수들과 오랫동안 동고동락한 그는 지난해 11월 신임 사령탑에 선임됐다. 이후 선수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다. LG가 이번 주 남부 원정에 1군 주축 선수를 대거 제외한 것도, 류 감독이 선수들과 상담을 통해 결정한 것이다. 개막에 맞춰 최대한 컨디션을 조절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동시에, 젊은 선수에게도 기회를 부여하기 위한 차원이다.
이날 9-8로 앞선 9회에 등판해 1이닝 무실점 3K를 기록한 이정용은 "연습 경기이지만 팀이 승리해 기분 좋다"라며 "감독님의 비공식 첫 승을 축하드린다. 그 경기를 내가 마무리 지어 더욱더 기분이 좋다"라고 축하 인사를 했다. 이어 "앞으로 (정규시즌 등) 더 많이 승리하실 테니 크게 의미를 두진 않으시겠지만, 첫 경기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축하드린다"라고 덧붙였다.
사령탑은 승리를 떠나 선수들의 의지에 감동했다. LG와 NC 모두 첫 실전 경기인 만큼 주축 선수를 모두 제외한 채 나섰다. LG는 이날 프로 3년 차 투수 임준형이 2회에만 5실점 하며 끌려갔으나 3-5, 4-7로 계속 추격했다. 결국 7회 7-7 동점을 만든 LG는 7회 말 한 점을 뺏겼으나, 곧바로 8회 초 최민창의 동점 적시타가 터졌다. 이어 9회 1사 1루에서 김호은의 안타와 신민재의 결승 적시타에 힘입어 9-8로 이겼다.
류지현 감독은 "경기 초반에 5실점 했으나 투수와 야수 모두 각자의 임무를 충실히 한 덕분에 마지막에 역전을 만들어냈다. 앞으로 LG의 방향점을 보여줬다는 점에 대해 더욱 의미를 두고 싶다"라고 기뻐했다. 이어 "우리 유망주가 한 타석 한 타석 소홀히 하지 않고 집중력 있게 경기 임한 점을 칭찬하고 싶다"는 소감을 남겼다.
LG은 이날 김호은과 김재성이 멀티 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를 때려냈다. 또한 이주형과 이재원, 구본혁 등 뿐만 아니라 2021년 LG 2차 1라운드 7순위로 입단해 'LG 내야의 미래'로 손꼽히는 이영빈까지 젊은 선수들이 기분 좋은 안타를 뽑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