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섰던 사이드암 투수 이재학(31·NC)이 달라졌다. 감독 눈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이재학은 지난 7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두산과의 연습경기에 선발 등판해 2이닝 무실점했다. 시종일관 공격적인 투구로 타자를 압박했다. 그 결과 단 하나의 피안타도 허용하지 않으며 삼진 5개를 잡아냈다. 2회 나온 2루수 도태훈의 실책이 이날 허용한 유일한 출루였다. 직구(13개)와 체인지업(14개), 슬라이더(6개)를 다양하게 구사해 컨디션을 체크했다.
어렵게 만든 터닝포인트다. 이재학은 지난해 최악의 1년을 보냈다. 정규시즌 19경기에 등판해 5승 6패 평균자책점 6.55를 기록했다. 슬럼프가 길어져 시즌 막판엔 2군까지 내려갔다.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승선하지 못해 팀 창단 첫 통합우승 순간을 TV로 지켜봐야 했다. 올 시즌 선발 자리가 보장되지 않아 경쟁력을 다시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그는 "마음가짐부터 달라졌다. 현실을 직시하면서 독하게 마음먹었다. 자존심도 많이 상했다. 많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산전 쾌투로 첫 단추를 성공적으로 채웠다.
감독이 주목한 건 '과정'이다. 이동욱 감독은 "변화를 주려고 했던 부분이 실전에서 좋은 모습으로 연결됐다. 방향 설정이 잘 됐다고 생각한다"며 "(두산전을 통해) 선수 본인도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는 게 소득이다. 잘 던질 수 있고, 못 던질 수 있다. 변화를 주려고 한 게 잘못이 아니란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감독이 말한 변화는 투구폼이다. 이재학은 투구 레퍼토리가 극단적인 투 피치다. 직구와 체인지업 비율이 무려 90% 안팎이다. 타자와 수 싸움을 해야 하는 투수로선 상당히 불리한 조건이다. 하지만 2010년 1군 데뷔 후 그는 통산 68승을 기록 중이다. NC 유니폼을 입고 따낸 승리가 67승(1승은 두산)으로 구단 역사상 최다승 투수이다.
롱런 비결 중 하나가 바로 일정하게 유지된 릴리스 포인트였다. 직구와 체인지업을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동일한 투구폼에서 공을 던졌다. 타자가 직구로 판단해 스윙하면 포수 미트에 체인지업이 꽂혔다. 구종 2개로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그런데 지난 시즌엔 이 부분이 잘 안 되었다. 타자가 직구와 체인지업을 쉽게 간파해 대처했다. 난타당한 가장 큰 이유다.
두산과의 연습경기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파울의 방향이다. 두산 타자들은 이재학 투구에 정타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힘을 잔뜩 줘 스윙하면 대부분의 파울이 백네트로 향했다. 이동욱 감독은 "투구폼이 달라졌다. 간결하게 던지려고 한다"며 "패스트볼이 뒤쪽(백네트) 파울로 많이 나왔다. 작년에는 그게 앞으로 나가 안타가 됐다"고 했다. 이어 "직구와 체인지업이 같은 궤적에서 떨어졌다. 타자들이 게스 히팅(예측타격)을 하더라도 헛스윙이나 포수 뒤쪽 파울이었다. 그만큼 직구에 힘이 있다는 거다"고 평가했다.
이재학은 선발 로테이션 진입 경쟁 중이다. 자리를 확실하게 보장받지 않았다. 하지만 두산전 쾌투로 일단 눈도장을 찍는 데 성공했다. 이동욱 감독은 "2이닝만 보고 판단하기 그렇지만, 일단 지난해 못 보던 모습"이라며 만족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