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데뷔한 이성규의 장점은 폭발적인 힘이다. 경찰야구단에서 뛴 2018년 퓨처스리그 홈런왕과 공동 타점왕을 차지했다. 71경기에 출전해 홈런 31개를 터트렸다. 그해 4월 11일 벽제 KIA전에선 4연타석 홈런이라는 진기록까지 세웠다. 체격(키 178㎝·몸무게 82㎏)이 크지 않지만, 장타력을 뽐낼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가 레그킥이었다.
레그킥은 축이 되는 발의 반대쪽 발(이동발)을 들었다가 내디디며 타격하는 방법이다. 이성규 같은 오른손 타자는 왼 다리가 올라간다. 레그킥을 하면 몸의 무게 중심이 뒤로 갔다가 앞으로 나오기 때문에 힘이 온전히 실린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저스틴 터너(LA 다저스)는 레그킥을 장착하고 야구 인생이 180도 바뀌었다.
레그킥 타법은 체구가 작은 일본 선수들이 주로 사용한다. KBO리그에선 김선빈(KIA), 강백호(KT)가 대표적인 레그킥 타자들이다. 강백호는 "(레그킥의 반대인) 토 탭을 해본 적이 없다. 레그킥을 하게 되면 가진 힘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성규는 지난해 데뷔 후 처음으로 1군에서 두 자릿수 홈런(10개)을 때려냈다. 김동엽(20개), 강민호(19개) 등에 이어 팀 내 홈런 6위였다. 그가 소화한 타석이 245타석에 불과했다. 400타석을 넘긴 다른 타자들과 비교하면 순도가 높았다. 규정타석(446타석)을 소화할 경우 산술적인 기대 홈런은 20개에 근접했다. 그만큼 레그킥으로 인한 장타 효과가 확실했다.
공교롭게도 이번 겨울 이성규는 레그킥을 버렸다. 레그킥은 빠른 공에 취약하다는 게 중론이다. 타격할 때 하체의 움직임이 커지면 정확도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성규는 지난 시즌 타율이 0.181(216타수 39안타)에 불과했다. 한 시즌 개인 최다 홈런을 때려냈지만, 마냥 웃을 수 없었던 이유다.
김용달 삼성 1군 타격코치는 "지난 마무리캠프부터 이성규는 레그킥을 이용하지 않고 타격 훈련을 하고 있다. 파워(장타)를 올리는 것보다 공을 정확하게 치는 게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점을 강화하는 것보다 약점을 보완하는 쪽으로 포커스를 맞췄다. 이성규는 "레그킥을 했을 때 타격 타이밍을 맞추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다리를 높게 들지 않으면서 나만의 타이밍을 잡는 게 수월해졌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연습경기에서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일 열린 롯데전에서 짜릿한 손맛을 봤다. 이어 9일 열린 NC전에서도 큼지막한 홈런을 쏘아 올렸다. 연습경기 첫 2경기 성적이 타율 0.500(4타수 2안타), 2홈런, 2타점. 타격 정확도를 살리면서 장타력까지 유지 중이다. 이성규는 "힘이 실리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타이밍이 맞으니 타구에 힘도 실린다"고 말했다.
SSG 간판타자 최정은 KBO리그 홈런이 368개로 현역 1위이다. 통산 타율도 0.289로 준수하다. 최정은 "야구를 시작했을 때부터 레그 킥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레그킥을 안 해도 정확도는 물론이고 장타까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레그킥을 포기한 이성규에게 시사하는 게 크다. 김용달 코치는 "레그킥 이외에도 스윙 후 필요 이상으로 큰 폴로 스윙을 간결하게 만들면서 불필요한 동작을 없애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규는 연습경기와 시범경기를 통해 달라진 타격 자세를 꾸준히 점검할 계획이다.
이성규의 과감한 변신은 통할 수 있을까. 장타력을 유지한 채 정확도를 끌어올린다면 말 그대로 금상첨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