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열린 2020~21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 2차전의 하이라이트는 종료 0.8초 전 터진 용인 삼성생명 김한별(35·178㎝)의 드라마 같은 위닝 샷이었다. 82-83으로 뒤진 삼성생명의 공격에서 임근배 감독은 김한별에게 “약속된 사이드 패턴을 하고, 마무리는 어떤 형식으로든 원하는 형식으로 하라”고 지시했다.
김한별이 자신보다 18㎝ 더 큰 청주 KB의 센터 박지수를 상대로 과감하게 골 밑 일대일을 한 끝에 슛을 성공했다. 그 순간 전광판 시계의 경기 시간이 0.8초 남아있었다. 84-83, 이렇게 삼성생명은 단 한 점 차로 5전3승제 시리즈에서 2연승을 거뒀다.
김한별은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 커리어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정규리그 평균 13.9점에서 플레이오프 이후 18.6점으로 평균 득점이 뛰어올랐다.
킴벌리 로버슨이라는 이름으로 대학 때까지 미국에서 농구를 했던 그는 2009년 한국여자프로농구(WKBL)에 왔다.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그는 어머니의 성을 따서 ‘김한별’이라는 한국 이름으로 WKBL에서 뛰고 있다.
김한별은 눈에 띄는 장신은 아니지만 윙스팬이 190㎝에 이를 정도로 피지컬이 뛰어나다. 그의 플레이는 빠르면서 파워풀하다. 골밑 플레이와 외곽슛까지 두루 능하지만, 약점을 지적하자면 멘탈이었다. 한국에서 뛰기 시작한 후 한동안 승부처에서 평정심을 잃고 흔들리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김한별이 한국 농구에 적응해 가는 사이, 삼성생명은 주요 베테랑들이 연이어 은퇴하면서 전체적인 경기력이 침체기에 들어갔다. 이후 어린 선수들이 차근차근 성장해서 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김한별 등 경험 많은 선배들이 무르익은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삼성생명은 올 시즌 단기전에서 괴력을 발휘했다. 그리고 우승에 바짝 다가섰다. 그것도 사상 최초로 정규리그 4위에서 챔프전 우승까지 가는 역사에 도전한다.
김한별은 과거 중요한 순간 정신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이 있었다. 이를 어떻게 극복했느냐는 질문에 “찬스가 왔을 때 연습한 것을 믿고 올라간다. 이 순간에 대해 내가 책임진다는 생각, 그리고 연습한 것을 믿는다는 생각을 하니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 결과가 2차전 승리를 만들어낸 클러치 샷이다.
이번 챔프전에서 김한별은 국내 최고 센터 박지수를 성공적으로 막아내고 있다. 그러면서 공격에서도 최고의 활약을 보여준다. 김한별은 박지수 수비에 대해 “팀 수비가 도움이 많이 된다. 지수의 슛이 성공하는지는 의식하지 않고 박스아웃에만 신경 쓰고 있다. 또 박지수가 잘하는 플레이를 최대한 어렵게 하도록 만든다”고 설명했다.
삼성생명은 1승만 더하면 우승 트로피를 차지한다. 삼성생명 센터 배혜윤은 “4위 팀도 우승할 수 있다는 희망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챔피언결정 3차전은 11일 청주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