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전쟁' LG-SK, 미 정치권·중국까지 끌어들여 강대강 대립
일간스포츠

입력 2021.03.16 07:00

김두용 기자

ITC 최종 결정에도 끝나지 배터리 전쟁
바이든 대통령 거부권 행사 기한 앞두고 치열한 물밑 경쟁
정치권뿐 아니라 중국 견제까지 고려해야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벌이고 있는 배터리 소송 전쟁이 치열한 신경전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2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SK이노베이션(이하 SK이노)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에너지)의 손을 들어주며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SK이노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요청한 거부권 행사 최종 시한(4월 11일)이 다가오고, 정치권에서도 목소리를 내면서 양사의 대립은 더욱 격화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가 승소한 ITC 영업비밀 침해 결과를 놓고 양사의 보상에 대한 입장차가 커서 합의에 도달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양측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있고, SK와 LG의 그룹 차원에서도 ‘배터리 전쟁’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SK이노는 미국 정치권에 강한 입김을 불어 넣고 있다.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이라는 공익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SK이노는 조지아주의 주지사인 브라이언 캠프와 상원의원 래피얼 워녹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지난 2월 ITC의 ‘SK이노 배터리 미국 10년 수입 금지’ 결정 이후 캠프 주지사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즉각 거부권을 요청한 바 있다.
 
SK이노는 조지아주에 26억 달러(약 3조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고, 2600명을 고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캠프 주시사는 조지아주 역대 최대 외국인 투자 규모에 해당한다면 반기고 있다.
 
이같이 SK이노가 정치권에 물밑 작업을 하자 LG에너지도 조지아주에 직접 배터리 공장을 짓거나 SK이노의 기존 공장 인수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전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김종현 LG에너지 사장은 지난 10일 미국 상원의원 워녹에게 서한을 보내 “LG는 조지아주 주민과 노동자들을 돕기 위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돼 있다. 늘어나는 전기차 배터리 수요로 인해 많은 투자자와 제조업체가 SK 조지아주의 커머스 공장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ITC 결정을 번복하지 않으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SK이노의 논리에 LG에너지가 새로운 파트너로 참여할 수 있다는 의지를 표현한 셈이다.
 
LG에너지는 2025년까지 미국에 5조원 이상 투자하고, 2곳 이상의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고 밝혔다. LG에너지의 신설 공장이 조지아주에 설립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LG에너지는 전기차 배터리 파트너인 미국 제너럴모터스와의 2공장 투자도 상반기 중에 결정하기로 했다.
 
LG에너지의 ‘조지아주 투자’ 반격에 SK이노는 더 급해졌다. 이에 SK 측 입장을 대변하는 캠프 주지사는 지난 12일 바이든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배터리 수입금지 거부권 행사를 재차 요청했다. 캠프 주지사는 “SK이노가 2025년까지 공장을 확장해 6000여명까지 일자리를 늘리고 배터리 생산량도 연간 50GWh 규모로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배터리 분쟁’에 정치적 이목이 쏠려 바이든 대통령도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게 됐다. 업계에서는 LG에너지가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례와 논리상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낮다. LG에너지가 SK이노가 조지아주에 약속한 일자리와 투자를 대신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전했기 때문이다. 
 
LG에너지는 SK이노보다 생산 능력이 앞서고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 한때 세계 점유율 1위에 오를 정도로 글로벌 역량이 뛰어나다. 미국 입장에서는 LG에너지의 적극적인 투자 의지를 환영할 수밖에 없다. SK이노나 LG에너지 모두 미국이 중시하는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대상이 아니다.  
 
SK이노는 LG에너지의 미국 배터리 독점으로 글로벌 경쟁력 약화를 경계하는 논리를 펴고 있다. 전기차 분야에서 중국과 미국은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내에서 영업비밀 침해는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사안이다. 화웨이의 지적 재산권 침해에 대해서도 엄중하게 대처하고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도리어 경계하고 있는 중국에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11일 ‘화웨이 금지령’을 더욱 강화하는 추가적인 수출 제한 조치를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를 상대로 한 수출 제한은 트럼프 행정부 때부터 이어져 오고 있다.
 
LG에너지가 SK이노를 상대로 추가로 제기한 배터리 특허권 침해 사건과 관련한 ITC의 예비결정이 오는 19일 나올 전망이다. 영업비밀 침해 사건에서 승소한 LG에너지가 이번에도 유리한 결정을 얻어낸다면 ‘배터리 전쟁’에서 확실한 승기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ITC는 “SK이노가 LG에너지로부터 획득한 22개 영업비밀이 없었다면 10년 내 해당 영업비밀 상의 기술을 독자 개발하지 못했을 것이다”고 밝힌 바 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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