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와 KT의 첫 평가전이 열린 지난 13일 울산 문수구장. 양팀 선수단과 취재진의 관심은 이날 처음으로 선수단에 합류한 추신수(SSG·39)에게 쏠렸다. 그런 추신수가 눈을 떼지 않은 상대가 있다. KT 우완 사이드암 투수 고영표(30)였다.
고영표는 이날 SSG전에서 3이닝 2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아웃카운트 9개 중 7개를 삼진으로 잡아낼 만큼 위력적이었다. 세 차례 연습 경기에서 6이닝 무실점, 순조롭게 개막을 준비 중이다. 추신수는 "메이저리그에 없는 유형의 투수"라고 경계했다. 이미 1차 캠프 중 고영표를 선발 투수로 낙점한 이강철 KT 감독은 "모든 구종이 다 좋다. 잘 준비된 것 같다. 10승 정도는 해줄 것"이라며 만족감을 전했다.
군 복무로 팀을 떠나기 전인 2018시즌 고영표의 포심 패스트볼 평균 스피드는 시속 134.9㎞. SSG전에서 그의 패스트볼은 시속 136~139㎞ 사이에 형성됐다. 아직 시범경기도 돌입하지 않은 시점이다. 그의 공은 더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고영표는 "지난 2년(2019~20년) 동안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면서 개인 훈련도 했다. 투구 밸런스에 변화를 주기 위해 신경을 썼다. 이전에는 (투구를 시작할 때) 발을 올린 뒤 스트라이드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잠깐 멈추는 동작이 있었지만, 지금은 자연스럽게 중심을 이동하고 있다. 공 끝이 좋아지고 구속도 향상된 것 같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선수 시절 '잠수함' 투수였던 이강철 감독으로부터 "힘보다 유연성을 활용해서 투구하라"는 조언을 받은 것도 도움이 됐다.
고영표의 주무기는 체인지업이다. 홈플레이트 앞에서 살짝 떨어지는 무브먼트가 일품이다. 좌·우 타자 가리지 않고 구사한다. 빠른 공의 구속이 올라가면 체인지업의 위력도 향상될 수 있다. SSG전에서도 1회 초 2사 2·3루에서 한유섬(개명 전 한동민)을 상대로 바깥쪽 패스트볼을 보여준 뒤 몸쪽(좌타자 기준) 낮은 코스에 체인지업을 던져 헛스윙 삼진을 잡았다.
올해는 고영표의 커브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SSG전에서 커브를 던져 첫 위기를 벗어났다. 1회 초 1사 1루에서 제이미 로맥에게 볼넷을 내주며 실점 위기에 몰린 그는 강타자 최정을 상대했다. 풀카운트에서 바깥쪽(우타자 기준) 커브를 던져 삼진을 잡아냈다. 최정은 배트도 내지 못했다.
이강철 감독은 "지난해 11월 진행된 마무리캠프에서 고영표의 커브를 보고 진짜 놀랐다. '이 좋은 커브를 왜 그동안 제대로 안 썼느냐'고 묻기도 했다. '공백기(군 복무)에 연마해서 이전보다 더 좋아진 것 같다'고 하더라. 예전에는 볼카운트 싸움을 할 때 커브를 활용했는데, 이젠 결정구로 사용할 수준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고영표도 "커브를 더 가다듬기 위해 노력했다. 체인지업만큼 요긴하게 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밸런스가 좋아졌고, 볼 배합에 다양성도 생겼다. 관건은 경기 운영. 이강철 감독은 "다른 팀 지도자로 있을 때도 고영표가 좋은 투수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가끔 경기 운영에서 실수하는 모습이 보였다"고 했다. 캠프에서 이 부분에 대해 사령탑과 선수는 많은 대화를 나눴다. 이 감독은 "우리 팀 전력이 (고영표가 군 복무를 하기 전보다) 나아졌기 때문에 10승 정도는 해낼 것"이라며 기대했다. 고영표는 "현재 몸 상태와 밸런스를 잘 유지해 개막을 맞이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