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지(27)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KIA 클래식에서 황당한 실수로 실격됐다. 경기가 끝난 뒤 스코어 카드에 서명을 하지 않은 게 문제였다.
전인지는 지난 2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스배드의 아비아라 골프클럽에서 열린 KIA 클래식 2라운드를 마친 뒤 리더보드에서 갑자기 사라졌다. 첫날 4언더파 공동 3위로 출발한 그는 둘째날에도 1타를 줄여 2라운드 선두 박인비(9언더파)에 4타 뒤진 공동 4위(5언더파)를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전인지의 이름 옆엔 실격을 뜻하는 ‘DQ(Disqualify)’가 적혔다. LPGA 투어 사무국은 “전인지가 스코어 카드를 제출한 뒤 골프장을 떠났고, LPGA가 이후 검수하는 과정에서 전인지의 스코어 카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골프 규칙 3조 3항b(2)에선 선수가 경기를 마친 뒤, 홀의 스코어를 확인하고 서명한 뒤에 스코어 카드를 경기위원회에 제출하도록 돼 있다. 스코어 카드에 서명하지 않는 건 해당 선수가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스코어 오기에 따른 부정행위를 막는 차원도 있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실격된다.
결국 전인지는 2라운드 직후 실격됐다. 전인지는 올해 출전한 3개 대회에서 연이어 톱10에 올랐고, 이번 대회에서도 첫날부터 좋은 감각을 이어왔다. 2라운드까지 상위권에 있던 만큼 3·4라운드 결과에 따라 충분히 우승 경쟁도 할 수 있었다. 그만큼 이번 결과가 아쉬웠다. 전인지는 자신의 SNS에 “오늘의 뼈아픈 실수를 마음 속 깊이 새기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적었다. 이번 실격으로 상승세가 잠시 꺾인 전인지는 시즌 첫 번째 메이저 대회 ANA 인스퍼레이션 준비를 위해 곧장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로 이동했다.
프로골퍼들의 스코어 카드 실수는 흔치 않은 일이다. 그래서 더 주목받는다. 지난 2008년 7월엔 미셸 위 웨스트(미국)가 LPGA 투어 스테이트 팜 클래식 3라운드가 끝난 뒤 스코어 카드에 사인을 하지 않고 지나쳤다가 텐트 옆의 로프 라인(스코어 카드를 제출할 수 있는 최종 허용 범위)을 벗어났다는 판정을 받고 실격된 바 있다. 지난 2016년 8월엔 안병훈이 유러피언투어 이탈리안 오픈 3라운드를 마친 뒤, 스코어 카드에 자신의 기록을 잘못 쓰는 바람에 실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