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는 5일(한국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의 에인절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홈경기에 2번 타자 겸 선발 투수로 출전했다. 프로 데뷔 후 첫 투타 동시 출장이다. 투수가 2번 타순에 들어선 것은 메이저리그 역사 전체에서도 단 3번으로 1903년 잭 던리비(세인트루이스) 이후 118년 만의 일이다.
이날 경기에서 오타니는 타자로 3타수 1안타(1홈런) 1타점, 투수로는 4⅔이닝 2피안타 5볼넷 7탈삼진 3실점(1자책)을 기록했다. 볼넷이 많았고 수비 도움을 받지 못하면서 긴 이닝 소화와 실점 억제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최고 101.1마일(약 163㎞)의 강속구와 최고 92.6마일(약 149㎞)의 고속 스플리터로 상대 타자들을 삼진으로 솎아냈다. 타석에서도 올 시즌 가장 빠른 115.2마일(약 185㎞)짜리 홈런을 쏘아 올리며 2018시즌 아메리칸 리그 신인왕의 부활을 알렸다.
2018시즌 화려하게 데뷔했던 오타니는 이후 지난해까지 부진을 이어왔다. 2018년 토미존 수술 이후 재활을 거쳐 지난해 투수로 복귀했지만 부진하면서(평균자책점 37.80) 등판을 중단해야 했다. 데뷔 시즌에 못 미치는 구위가 문제였다. 패스트볼 구속이 96.7마일에서 93.8마일로 하락하는 등 전성기 공을 되찾지 못했다. 타격도 타율 0.190 OPS 0.657에 그쳐 이도류의 명성을 무색하게 했다.
부활을 위해 오타니는 비시즌 동안 해결책을 찾아다녔다. 스포츠전문 매체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오타니는 비시즌 동안 시애틀의 드라이브라인을 방문해 투타의 폼을 교정했다. 드라이브라인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선수를 지도하는 곳으로 트레버 바우어, 클레이튼 커쇼 등 여러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이곳을 거쳐 갔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시범경기에서만 12경기 동안 타율 0.552에 5홈런을 몰아쳤다. 구위 역시 돌아왔다. 마지막 시범경기에서 평균 95.3마일까지 회복한 오타니는 이날도 100마일 강속구를 계속해서 뿌리며 화이트 삭스 타선을 제압했다.
오타니는 부활을 넘어 진화를 바라보고 있다. 디 애슬레틱은 “오타니가 추구하는 지표는 회전율(Spin rate)로 회전 효율성을 통해 공의 움직임을 더했다”고 설명했다. 구속에 비해 덜 위력적이라고 평가 받아온 구위까지 높여보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오타니가 시범경기 동안 던진 속구는 2018년 평균 2320rpm보다 높은 평균 2460rpm이었다. 이날 경기에서도 최고 2660rpm의 패스트볼을 던지며 달라진 모습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마지막 남은 과제는 제구다. 4⅔이닝 동안 5개나 내준 볼넷을 줄여야 한다. 팀은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중이다. 조 매든 감독은 “(제구 문제는) 패스트볼에 달렸다”고 오타니를 평가했다. 그는 “슬라이더, 커브, 스플리터를 아주 잘 구사한다”면서 “패스트볼만 원하는 곳으로 간다면 다른 공들도 함께 좋아질 것이다”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