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식의 엔드게임] '스타들의 스타' 추신수의 리더십은?
일간스포츠

입력 2021.04.14 06:01

김식 기자
 
"찬호씨?"
 
누군가 자신을 이렇게 부른다면 '투 머치 토커' 박찬호(48)라도 말문이 막혔을 것이다. 그것도 동갑내기 송지만(48·현 KIA 코치)이 그랬다면 꽤 난감했을 것이다. 그래서 박찬호는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지만씨?"
 
이건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야구대표팀 뒷얘기다. 박찬호와 송 코치는 92학번 동기생이다. 야구 선수들은 고교 졸업 연도를 기준으로 동기와 선·후배가 결정된다. 하지만 둘은 꽤 어색했다고 한다. 30대 중반 나이에 만나자마자 말 놓기가 어려웠을 거다. 특히 송 코치 입장에서는 TV에서만 봤던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마냥 편하진 않았을 터였다.
 
당시 대표팀 주장 이종범(51·현 LG 코치)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느그들 지금 뭐하냐? 이래서 야구가 되것냐?" 찬호씨와 지만씨는 이내 '동기'가 됐다.
 
박찬호가 어렵고 멀게 느껴지기는 다른 KBO리그 선수들도 다르지 않았다. 2012년 박찬호가 한화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섰을 때, 후배 타자들은 헬멧을 벗고 인사한 뒤 타석에 들어섰다.
 
2021년에도 비슷한 광경이 벌어지고 있다. 메이저리그(MLB)에서 화려한 이력을 쌓고 온 추신수(39·SSG)가 KBO리그에 왔기 때문이다. 지난 9일 잠실에서 추신수와 대결한 LG 투수 송은범(37)은 마운드 위에서 선배에게 인사했다. 송은범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추신수와 함께 뛴 바 있다.
 
SSG 최주환이 지난 4일 롯데전 2점 홈런을 치고 더그아웃에서 추신수의 환영을 받고 있다. 인천=정시종 기자

SSG 최주환이 지난 4일 롯데전 2점 홈런을 치고 더그아웃에서 추신수의 환영을 받고 있다. 인천=정시종 기자

 
같은 팀에서 뛰는 동료에게도 추신수는 슈퍼스타다. 추신수가 SSG 선수단에 합류한 뒤 최주환(33)이 인사를 하러 갔다고 한다.
 
"안녕하십니까? 최주환입니다."
 
"어, 그래. 주환이구나."
 
추신수의 인사를 받고 최주환은 깜짝 놀랐다고 한다. 그는 동료들에게 "신수 형이 날 알더라"며 자랑했다. 최주환도 두산 시절 한국시리즈 우승을 세 번 경험했고, 지난겨울 4년 42억원을 받고 SSG에 입단한 스타다. KBO리그 스타들의 스타가 추신수다.
 
지난달 자신의 SNS에 추신수와 함께 찍은 게시글을 올린 나성범. 사진=나성범 SNS

지난달 자신의 SNS에 추신수와 함께 찍은 게시글을 올린 나성범. 사진=나성범 SNS

 
얼마전에는 NC 간판타자 나성범(32)이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추신수와 찍은 사진을 올렸다. 나성범은 "내 롤모델인 신수 형. 한국에서 같이 뛸 수 있다는 게 나에게 큰 기쁨"이라고 썼다. 그리고 그에게서 받은 사인 공 사진을 '자랑'했다.

지난달 추신수는 자신에게 등번호 17번을 양보한 SSG 투수 이태양(31)에게 2000만원 상당의 고급 손목시계를 선물했다. 스타 선수가 팀에 합류하면 그의 번호를 가진 선수가 양보하는 건 일종의 관례다. 특급 답례품을 받은 이태양은 "평소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는데, 비싼 시계를 차서 택시를 탔다"며 "류현진 형에게 자랑했다. 죽을 때도 찰 것"이라며 웃었다. 
 
사진=SSG 제공

사진=SSG 제공


KBO리그 선수들이 동경할 만큼 추신수의 스케일은 대단하다. 추신수는 지난주 SSG닷컴의 할인행사 랜더스 위크의 광고 모델로 나섰다. 또 13일에는 BMW가 추신수에게 차량 후원을 하기로 했다. 추신수에 대한 사회적 대우는 특급 연예인 이상이다.

 
추신수는 올해 KBO리그 사상 최고 연봉(27억원 중 10억원은 기부 예정)을 받는다. 그러나 그가 지난 7년 동안 텍사스에서 받았던 연봉(7년 1억 3000만 달러·1400억원)과 비교할 순 없다. SSG에, 그리고 KBO리그에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스타가 뛰는 것이다. 그의 귀국부터 정규시즌 첫 안타(8일 한화전 홈런)까지 매 순간이 화제였던 이유다.
 
추신수도 이를 잘 알고 있다. 동료들이 어려워할수록 그는 몸을 더 낮추고, 더 열심히 뛰고 있다. 그는 시즌에 앞서 선수들과의 미팅에서 "여러분들과 한 팀에서 정말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말에 SSG 주장 이재원(33)이 감동해 추신수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부산고 시절부터 대장 기질이 강했던 그는 인종과 언어가 다른 MLB에서도 강력한 리더십을 보였다. 텍사스 시절에는 애드리안 벨트레 은퇴 후 클럽하우스의 리더 역할을 했다. 아시아인으로는 최초였다.
 
 
추신수는 언제나처럼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준다. 최고참이지만 가장 먼저 야구장에 출근하는 것, 9일 LG전에서 1회와 3회 함덕주가 던진 공을 피하지 않고 받아낸 것, 아픈 다리를 이끌고 이튿날 2루 도루에 성공한 것으로 웅변한다. 그의 리더십은 동료와 팀, 그리고 리그를 존중하는 것으로부터 나온다.
 
김식 스포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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