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중현의 야구 톺아보기] 슬라이더 향한 원태인의 고집과 '커리어 나이트'
일간스포츠

입력 2021.04.15 06:01

배중현 기자
지난 13일 한화전 6이닝 10탈삼진 쾌투하며 시즌 첫 승을 따낸 원태인. 삼성 제공

지난 13일 한화전 6이닝 10탈삼진 쾌투하며 시즌 첫 승을 따낸 원태인. 삼성 제공

 
지난 1월 원태인(21·삼성)은 반성했다.
 
그는 일간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2020시즌을 돌아보며 "포수인 (강)민호형이나 정현욱 투수 코치님께서 체인지업이 잘 안 되면 던질 수 있는 구종이 없다고 하시더라. 승부구나 풀카운트에서 삼진 잡아낼 수 있는 구종이 없어서 경기가 어렵게 흘러가는 것 같다"며 "체인지업 말고 자신 있게 던질 수 있는 구종을 장착하는 걸 우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태인은 체인지업 마스터다. 삼성 투수 중 누구보다 체인지업을 잘 던진다. 빠른 공과 체인지업의 투구 폼까지 비슷하다. 그래서 타자들이 느끼는 체인지업 위력이 더 크다.
 
문제는 체인지업을 받쳐줄 수 있는 '서드 피치'에 대한 아쉬움이다. 직구와 체인지업 조합만으로 타자를 상대하는 건 한계가 뚜렷했다. 한 경기에서 같은 타자를 반복해 만나는 선발 투수 특성에도 맞지 않았다. 단조로운 투구 레퍼토리는 매년 반복되는 후반기 부진의 이유 중 하나였다.
 
 
누구보다 자신의 문제점을 잘 파악했다. 그리고 준비했다. 원태인은 2020시즌 의도적으로 투구 레퍼토리에 변화를 줬다. 이따금 구사하던 커브 비율을 2%p(8%→6%) 낮추는 대신 '서드 피치' 슬라이더에 공을 들였다. 2019시즌 18%였던 비율을 지난해 21%까지 끌어올렸다. 구종 피안타율을 1할 가까이 낮추면서 효과를 봤다. 후반기 부진이 반복됐지만, 개인 최다 6승을 거둘 수 있는 '무기'가 바로 슬라이더였다.
 
원태인은 2020시즌에 대해 "30~40점 정도 줄 수 있다. 전반기에 반짝한 거 말고는 난 장점이 없는 투수였다. 후반기는 1점도 줄 게 없는 것 같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그러나 수확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슬라이더 활용에 대한 자신감을 얻고 시즌을 마쳤다.
 
체인지업에 슬라이더를 섞는 2021시즌 원태인은 위력적이다. 그는 13일 열린 대구 한화전에서 6이닝 2피안타 1사사구 10탈삼진 1실점 쾌투했다. KBO리그 데뷔 후 개인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종전 6개)을 경신하며 시즌 첫 승을 따냈다.
 
눈여겨볼 부문은 구종 분포였다. 총 투구 수 91개 중 슬라이더가 22개로 체인지업(25개)과 큰 차이가 없었다. 더 흥미로운 건 구종 선택. 초구 21개 중 무려 12개가 슬라이더(체인지업 1개)였다. 반면 위닝샷으로 던진 결정구 21개 중 12개가 체인지업(슬라이더 3개)이었다. 슬라이더로 초구 유리한 볼카운트를 선점한 뒤 위닝샷으로 체인지업을 활용했다. 한화전 탈삼진 10개 중 8개가 체인지업(슬라이더 1개, 직구 1개)으로 뽑아낸 거였다.
 
13일 대구 한화전에 선발 등판해 이닝을 마치고 마운드를 내려가고 있는 원태인. 삼성 제공

13일 대구 한화전에 선발 등판해 이닝을 마치고 마운드를 내려가고 있는 원태인. 삼성 제공

 
경기 후 원태인은 "체인지업으로 볼카운트를 잡고 위닝샷까지 체인지업을 던지면 눈에 익어서 (타자들이) 타이밍을 맞추더라. 올해는 민호형이랑 얘기한 게 슬라이더로 볼카운트를 잡고 결정구까지 체인지업을 안 보여주는 거"라며 "이렇게 하면 타이밍을 맞추기 어려울 거 같아서 투 스트라이크 전까지 체인지업을 많이 안 쓰고 있다. 올해 삼진이 늘어난 이유 같다"고 웃었다. 지난해 5.01개였던 9이닝당 삼진이 올 시즌 12.27개까지 늘어났다.
 
가장 중요한 건 자신감이다. 원태인은 "슬라이더로 볼카운트 잡는 게 어려웠다.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슬라이더를 연마했고 볼카운트를 잡을 수 있으니까 경기하는 게 확실히 편해졌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서드 피치' 슬라이더가 손에 익으면서 체인지업과 시너지 효과를 낸다. 슬라이더를 장착 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서드 피치'를 향한 그의 고집이 결실을 보고 있다.
 
대구=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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