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는 꽤 매력적인 투수다. 시속 150㎞ 빠른 공을 던진다. 흔히 '지옥에서라도 데려온다'는 왼손 파이어볼러다. 2015년 1군에 데뷔한 뒤 성적에 관계없이 기회를 꾸준하게 잡은 이유다. 선발과 불펜을 가리지 않고 테스트 받았다. 하지만 좀처럼 잠재력을 폭발시키지 못했다. 컨트롤 난조에 시달리며 마운드 위에서 스스로 무너졌다.
2019시즌 9이닝당 볼넷이 5.33개. 지난 시즌에는 6.87개였다. 볼넷이 많으니 이닝당 투구 수가 19.8개로 20개에 육박했다. 비효율적인 투구가 반복됐다. 그런데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 체제에서 맞이한 올 시즌 김범수가 달라졌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받은 9이닝당 볼넷이 3.18개로 전년 대비 절반 이하로 줄었다. 이닝당 투구 수도 13.1개로 수준급. 등판 횟수(4경기)가 많은 건 아니지만, 어느 해보다 출발이 산뜻하다.
수베로 감독은 "기술적인 것 이외 중요한 상황에 나가는 투수여서 멘털적으로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KT전 때 힘든 등판을 했지만, 그 이후 중요한 승부처에 내보냈고 지난 세 번의 등판에서 굉장히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고 흡족해했다.
김범수는 시즌 첫 등판이던 4일 수원 KT전에서 1이닝 1피안타 2사사구 1실점 부진했다. 고질적인 컨트롤 난조가 또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두 번째 경기인 8일 인천 SSG전(2⅓이닝 무실점)을 시작으로 11일 대전 두산전(1⅓이닝 무실점), 14일 대구 삼성전(1이닝 무실점)까지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무실점한 최근 3경기 15타자를 상대로 단 하나의 사사구로 내주지 않았다.
변화를 가장 먼저 아는 건 선수 자신이다. 김범수는 "자신감이 90%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못 던져도 괜찮다, 잘 던지면 더 좋다'는 생각으로 마운드에 오른다. 아직 4경기 밖에 나가지 않았지만, 현재 컨트롤 포인트도 잡혀 있는 상태"라며 "캠프 때부터 이동걸, 로사도 코치님과 함께 다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훈련했고 큰 도움이 됐다. 두 코치님은 나만의 투구 폼을 존중하시면서 내가 필요로 할 때만 조언을 해주시는데, 거기서 자신감을 많이 얻는다"고 공을 돌렸다.
15일까지 김범수의 시즌 성적은 1패 평균자책점 1.59(5⅔이닝 1자책점). 피안타율이 0.211, 이닝당 출루허용(WHIP)도 1.06으로 낮다. 순항을 이어가면서 수베로 감독의 불펜 운영에도 숨통이 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