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가 대기록을 달성했다. 지난주까지 개인 통산 1998안타를 기록했던 그는 20일 잠실 LG전에 4번·지명타자로 선발 출전, 1·5회 타석에서 LG 선발 투수 정찬헌으로부터 투런 홈런을 때려내며 2000안타 고지를 밟았다. KBO리그 역대 12번째 기록이다. KIA 유니폼을 입고 2000안타를 달성한 첫 번째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이병규 LG 코치가 보유한 최소 경기(1653) 기록에 이어 두 번째로 적은 경기 수(1722)만에 금자탑을 쌓았다.
최형우는 경기 뒤 "양준혁 선배님이 역대 최초로 2000안타를 달성한 경기(2007년 6월 9일 잠실 두산-삼성전)를 생생하게 기억한다. 나는 그 시절 하루에 안타 1개를 치려고 버티던 선수였다. 그런 내가 (통산) 2000안타를 기록할 수 있다고 기대했을까. 당시 나는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이나 기록을 생각할 처지가 아니었다. 그래서 (2000안타 달성이) 믿기지 않는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최형우의 걸음은 '2000안타' 클럽에 가입한 '선배' 11명보다 많이 늦었다. 2002 2차 신인 드래프트 6라운드(전체 48위)에서 삼성의 지명을 받아 프로 무대에 입성했지만, 1군에서 6경기밖에 뛰어보지 못하고 2005년 12월 방출됐다. 눈에 띄지 않는 포수였다.
그러나 선수 생활을 포기하지 않았다. 2006년 경찰야구단에 입단해 외야수로 전향했고, 2007년 2군(퓨처스) 리그에서 타격 7관왕에 오르며 잠재력을 증명했다. 삼성 재입단 기회를 얻은 최형우는 2008시즌 1군 무대에서 타율 0.276·19홈런·71타점을 기록하며 신인왕까지 수상했다. 이후 리그 최고 타자 중 한 명 성장했고, 삼성의 4번 타자를 상징하는 선수로 인정받았다. 2017시즌을 앞두고 KIA와 총액 100억원(기간 4년)에 FA 계약하며 명예와 부를 얻었다.
최형우는 2008시즌부터 13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를 기록했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지난 4시즌(2017~20) 동안 리그에서 3번째로 많은 안타(677개)를 기록한 타자다. 꾸준히 좋은 기량을 유지하며 '노쇠화' 우려를 비웃었다. 1722경기(역대 2위) 만에 2000안타를 달성한 원동력이다.
최형우는 이에 대해 "나는 늦은 나이에 (주전으로 뛰기) 시작해서 힘이 많이 남아 있다. 그래서 나이 영향이 크지 않은 것"이라며 웃어 보였다. 우리 나이 서른여덟살에 타격왕(0.376)을 차지한 지난해도 연말 시상식 수상 소감을 통해 비슷한 말을 남겼다. 자신의 한계를 그저 숫자(나이)로 정해두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구체적인 목표도 없다. 그는 "그저 팀 승리에 도움이 되는 타격을 하다 보면 은퇴할 때 더 많은 (안타) 기록이 쌓여있을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최형우는 지난해 12월, KIA와 두 번째 FA 계약을 했다. 기간은 3년. 매년 150안타를 기대할 수 있는 타자다. 박용택 해설위원이 보유한 현재 개인 통산 최다 안타(2504개) 기록도 도전해볼 수 있다. 자신의 말처럼 안타 1개를 치기 위해 집중하다 보면 다가설 수 있다.
이미 '레전드' 반열에 올라선 선수로 평가된다. 그러나 최형우는 고개를 젓는다. 그는 "레전드는 아직 멀었다. 나는 평범한 선수다. 다른 선수보다 숫자가 조금 더 많이 쌓인 선수일 뿐"이라며 웃었다.
현재 최형우의 관심사는 자신의 타격감 회복과 소속팀 KIA의 승리뿐이다. 2000안타 대기록을 달성한 경기 뒤에도 "현재 타격감이 너무 좋지 않아서 걱정이다. 팀이 잘하고 있으면 (마음이) 조금 낫지만, 현재 5할 승률을 왔다 갔다 하고 있어서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유일하게 욕심 내는 목표도 팀 성적과 맞닿아있다. 최형우는 개막 전부터 현재 이승엽 KBO 홍보위원이 보유하고 있는 개인 통산 최다 타점(1498개)을 경신하고 싶다는 의지를 감추지 않았다. KIA 중심 타자로서 자신이 해줘야 할 가장 중요한 임무라고 생각한다. 20일 기준으로 최형우의 통산 타점은 1346개. 누구보다 오래 그리고 멀리 걷고 있는 최형우라면 충분히 밟을 수 있는 고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