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의 '꿈같은 하루'…트라웃 제압, 오타니와 한일전
일간스포츠

입력 2021.04.27 16:32

안희수 기자
텍사스 양현종이 27일 LA 에인절스전 3회초 등판해 투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텍사스 양현종이 27일 LA 에인절스전 3회초 등판해 투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양현종(33·텍사스)이 드디어 메이저리그(MLB) 마운드를 밟았다.
 
양현종은 27일(한국시각)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 라이프 필드에서 열린 LA 에인절스전을 앞두고 MLB 로스터에 합류했다. 원정 때마다 예비 엔트리 격인 '택시 스쿼드'에 포함돼 콜업만을 기다렸던 그에게는 꿈같은 하루였다.
 
등 번호 36번을 받은 양현종은 불펜에서 대기했다. 등판 기회는 바로 찾아왔다. 텍사스가 4-7로 뒤진 3회 초 2사 2·3루에서 선발 투수 조던 라일스에 이어 마운드에 올랐다. 롱릴리프 역할을 수행하며 4⅓이닝 동안 5피안타(1피홈런) 1탈삼진 2실점. 수비 시프트 도움을 받지 못해 점수를 내줬고, 홈런도 맞았다. 그러나 위기에서 양현종은 강렬한 피칭을 보여줬다.
 
에인절스는 3회 초 선두 타자 저스틴 업튼과 알버트 푸홀스가 백투백 홈런을 치며 라일스를 몰아붙였다. 1사 뒤 연속 안타로 만든 추가 득점 기회에서는 MLB 최고의 타자 마이크 트라웃이 적시타를 쳤다.
양현종이 마운드에 올랐을 때는 에인절스 기세가 절정인 상황이었다. 올해 연봉 2807만 달러(312억원)를 받는 MLB 정상급 타자 앤서니 렌돈이 양현종의 데뷔전 첫 상대였다. 그는 볼카운트 1볼-1스트라이크에서 슬라이더를 보여준 뒤 시속 145.8㎞ 포심 패스트볼을 던져 내야 뜬공을 유도했다. 에인절스의 상승세를 끊었다.
 
이날 에인절스 선발 투수는 오타니 쇼헤이(일본)를 선발로 내세웠다. 양현종이 등판하며 한·일전이 성사됐다. 1회만 4점을 내주며 흔들렸던 오타니는 3회 말 텍사스 타선을 삼자범퇴로 막아냈다. 양현종도 응수했다. 4회를 삼자범퇴로 막았다. 통산 311홈런을 기록한 업튼은 바깥쪽(우타자 기준) 체인지업과 포심 패스트볼 조합으로 유격수 땅볼을 유도했다. MLB 개인 통산 홈런 5위(666개)에 올라 있는 '레전드' 푸홀스를 상대,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던져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양현종은 5회도 삼자범퇴로 막았다. 7타자 연속 범타. 그러나 6회 초 실점을 내줬다. 투·타를 겸업하는 오타니를 선두 타자로 상대했는데, 3루 쪽 번트 안타를 허용했다. 텍사스 내야진은 좌타자 오나티를 잡기 위해 우편향 수비 시프트를 가동했고, 오타니는 내야 텅 빈 곳으로 타구를 굴렸다. 양현종이 공을 쫓았지만, 송구 타이밍이 늦었다.
 
이어진 상황에서도 수비 도움을 받지 못했다. 트라웃과의 첫 승부에서 내야 안타를 허용했다. 정상적인 수비 위치였다면 2루수 정면으로 향하는 타구였지만, 텍사스 2루수 닉 솔락은 트라웃의 타석 때 좌측으로 이동해 있었다. 양현종은 렌돈을 뜬공 처리한 뒤 윌시에게 중견수 키를 넘어가는 적시타를 맞았다. 첫 실점. 양현종은 이어진 상황에서 두 번째 상대한 업튼을 삼진, 푸홀스는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며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양현종은 7회 호세 이글레시아스에게 좌월 솔로 홈런을 맞았다. 슬라이더가 가운데로 몰렸다. 그러나 추가 실점을 막았다. 이어진 상황에서 커트 스즈키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후속 세 타자는 모두 범타 처리하며 이닝을 마쳤다. 트라웃과의 두 번째 승부에서도 우익수 뜬공을 유도했다.
 
양현종의 데뷔를 축하하는 텍사스 SNS

양현종의 데뷔를 축하하는 텍사스 SNS

 
양현종은 8회 수비를 앞두고 구원 투수 조쉬 스보츠와 교체, 임무를 마쳤다. 선발 투수보다 더 많은 이닝을 던졌다. 최근 불펜 소모가 컸던 텍사스에 단비 같은 역할을 해줬다. 오타니와의 한·일전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텍사스는 4-9로 에인절스에 패했다. 그러나 양현종의 빅리그 안착 가능성을 확인한 건 적잖은 수확이었다. 크리스 우드워드 텍사스 감독은 "양현종이 스프링캠프에서 보여준 모습을 또 보여줬다. 위기의 팀을 잘 구해줬다"고 칭찬했다.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양현종이 2점을 더 내주기는 했지만, 아주 좋은 데뷔전을 했다"고 평가했다.
 
경기 후 양현종은 "(류)현진이 형으로부터 축하한다는 문자 메시지가 왔다"며 "택시 스쿼드에 있으면서 MLB 경기를 많이 봤다. 그래서 크게 긴장한 것 같지 않다. 상대가 누구든 내 공을 던져야겠다는 생각이었다"며 웃었다.
 
그는 이어 "새로운 도전을 했는데 좋은 모습을 보여야 했다. 그래야 구단과 팬들이 좋아해주고 믿어주신다. 오늘은 제가 어떤 선수인지 보여주고 싶었다. 안타를 많이 맞긴 했지만, 첫 등판치고 너무 재미있게 잘 던지고 내려온 것 같다"며 "(스프링캠프부터) 60일 넘게 항상 옆에 계셔준 손혁 전 (키움) 감독님과 에이전트인 최인국 (스포스타즈) 대표님이 용기를 얻게 도와주셨다"고 감사를 전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관련뉴스
I Hot
인기 VOD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