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김대유, '8홀드+ERA 0'보다 빛나는 누상에 남겨놓은 주자 7명
일간스포츠

입력 2021.04.28 05:59

이형석 기자
LG 김대유가 27일 잠실 롯데전 8회 초 1사 만루 위기를 무실점으로 막은 뒤 포효하고 있다. 잠실=김민규 기자

LG 김대유가 27일 잠실 롯데전 8회 초 1사 만루 위기를 무실점으로 막은 뒤 포효하고 있다. 잠실=김민규 기자

LG는 비시즌에 지난 5년간 리그에서 가장 많이 등판한 '좌완 필승조' 진해수의 부담을 덜어주려 새 자원을 찾았다. 서른아홉의 베테랑 고효준을 영입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27일 잠실 롯데전에서 LG 김대유(30)의 포효는 자신의 현재 팀 내 위상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김대유는 이날 4-0으로 앞선 8회 초 1사 만루에서 구원 등판했다. '셋업맨' 정우영이 볼넷 3개로 위기에 몰리자 마운드를 넘겨받았다.  
 
결과는 완벽했다. 김대유는 대타 김민수를 4구 삼진 처리했다. 후속 대타 오윤석마저 7구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김대유는 곧바로 마운드로 향하며 포효했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고함을 지를 정도로 환희와 희열을 느꼈다.  
 
마무리 고우석이 9회 초 삼자범퇴로 막은 LG는 4-0으로 승리,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김대유는 경기 후 "좋은 결과로 이어져 너무 기쁜 나머지 나도 모르게 포효했다"라고 웃었다.  
 
김대유는 지난해까지 무명에 가까운 투수였다. 2010년 넥센(현 키움) 3라운드 18순위로 입단했다. 하지만 넥센에서 프로 데뷔조차 하지 못했다. 이후 2차드래프트와 방출 등을 통해 SK-KT를 거치는 동안에도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2차 드래프트를 통해 LG로 옮겨온 지난해까지 프로 통산 성적은 39경기에서 승리 없이 1패, 평균자책점 6.11에 그쳤다.  
 
프로야구 KIA타이거즈와 LG트윈스의 경기가 20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LG 투수 김대유가 8회 초 등판해 역투하고있다. 잠실=정시종 기자

프로야구 KIA타이거즈와 LG트윈스의 경기가 20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LG 투수 김대유가 8회 초 등판해 역투하고있다. 잠실=정시종 기자

하지만 그는 올 시즌 리그 최고 구원 투수로 발돋움했다. 27일 현재 홀드 1위(8개)다. 9⅓이닝을 던지는 동안 평균자책점은 제로. 피안타율은 0.034, 이닝당 출루허용률은 0.21이다. 출루 자체를 최소화하고 있다.  
 
구원 투수는 평균자책점보다 IRS를 더 중요하게 평가한다. IRS는 앞선 투수가 남겨 놓은 주자의 득점 허용 확률을 의미한다. 김대유의 IRS는 평균자책점과 마찬가지로 제로다. 7명의 주자가 누상에 있는 상황에서 마운드를 넘겨받아 단 한 명의 득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그만큼 벤치와 동료 투수는 그를 믿고 신뢰할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더욱 중요한 박빙 상황에서 등판이 이뤄진다. 지난 16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1-0으로 앞선 7회 초 2사 후 구원 등판한 진해수가 안타와 볼넷으로 위기를 맞자, 그가 마운드에 올라 김재환을 내야 땅볼로 유도해 급한 불을 껐다. 또 지난 25일 대전 한화전에선 4-0으로 앞선 6회 1사 1루에서 구원 등판해 좌타자 정은원을 상대로 4-6-3으로 이어지는 병살타로 처리했다. 투구 수 80개를 기록한 선발 투수 이민호가 이른 교체에 아쉬움을 남겼지만, 그가 벤치의 선택이 옳았음을 입증했다. 이어 27일 롯데전에서는 1사 만루에서 단 한 점도 뺏기지 않는 완벽한 투구를 했다. 류지현 LG 감독은 "가장 중요한 위기에서 김대유가 과감하고 멋진 투구로 잘 막았다"라고 칭찬했다. 시즌 내내 IRS 0을 기록할 순 없지만 벤치에는 믿음, 스스로는 자신감을 갖기에 충분하다.  
 
김대유는 좌타자(14타수 1안타)뿐만 아니라 우타자(15타수 무안타)에게도 강하다. 사이드암에 가까운 팔 각도에 올 시즌부터 좌타자가 더욱더 어렵게 느끼도록 스텝을 크로스로 바꾼 게 주효했다. 이를 통해 제구력도 향상됐다. 좌타자는 몸쪽을 파고 드는 공의 궤적에 움찔하기 일쑤다. 그는 "아직 표본이 적지만 현재까지 운이 따라주고 있다"라며 말했다.  
 
위기 상황에서 더욱 빛나는 김대유는 올 시즌 새로운 야구 인생을 열어젖혔다. 그는 "최근 들어 경기 출장이 늘어나 체력이 중요하다. 첫 번째 목표는 시즌 완주다. 더 집중하겠다"라고 다짐했다.  
 
더불어 자신의 던진 공에 안와골절 부상을 당한 두산 박세혁의 이름을 먼저 꺼내 "(박)세혁이 형의 사구 부상이 아직 마음에 남아 있다. 다시 한번 박세혁 형의 가족과 팬들께 죄송하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준비하고 있다"라고 거듭 사과했다.  
 
잠실=이형석 기자 lee.hyeo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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