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커머스 1위 기업 쿠팡이 공시대상 기업집단(대기업)으로 신규 지정됐다. 그러나 쿠팡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외국 국적자 김범석 의장은 '동일인(총수)' 지정을 피해가 논란이 예상된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29일 대기업 지정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공정위 발표에서 큰 관심을 받았던 부분은 쿠팡을 이끄는 김 의장의 총수 지정 여부였다. 공정위는 자산 총액이 5조원을 넘긴 쿠팡을 대기업으로 새롭게 편입했으나 김 의장은 총수로 지정하지 않았다.
쿠팡은 이날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시장이 급성장함에 따라 IT업종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집단들 역시 성장세가 뚜렷했다"며 "쿠팡의 자산총액이 작년 한해동안 크게 증가해 공시집단으로 신규 지정됐다"고 밝혔다. 쿠팡은 지난해 기준 자산이 50억6733만 달러(약 5조7000억원)로 공시 대상 기업집단 기준인 자산 5조원을 넘겼다.
대기업 지정제는 상위 대기업그룹의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자는 취지로 1986년 공정거래법 개정과 함께 도입됐다. 자산총액 5조원을 넘는 기업집단을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하고 이를 지배하는 자를 총수로 지정한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대기업 집단에 지정되면 출자총액 제한, 상호출자 금지 등의 규제를 받게 된다.
공정위는 김 의장이 쿠팡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 맞다고 인정했으나 외국 국적을 이유로 총수로 지정하지 않았다.
공정위 측은 "쿠팡은 그간의 사례, 현행 제도의 미비점, 계열회사 범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주식회사 쿠팡을 동일인으로 판단했다"면서도 "쿠팡 창업자 김범석(미국인)이 미국법인(쿠팡Inc)을 통해 국내 쿠팡 계열회사를 지배하고 있음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외국 국적자는 총수로 지정하지 않는다는 관례와 법 적용 실효성 문제를 김 의장을 총수로 지정하지 않은 이유로 삼았다.
공정위는 "기존 외국계 기업집단의 사례에서 국내 최상단회사를 동일인으로 판단해온 점, 현행 경제력 집중 억제 시책이 국내를 전제로 설계돼 있어 외국인 동일인을 규제하기에 미비한 부분(동일인관련자의 범위, 형사제재 문제 등)이 있는 점, 김범석을 동일인으로 판단하든 주식회사 쿠팡을 동일인으로 판단하든 현재로써는 계열회사 범위에 변화가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과거 외국인을 대기업 동일인으로 지정한 전례가 없다. 앞서 공정위는 에쓰오일(사우디 아람코), 한국GM(미국 제너럴모터스) 등에 대해서도 ‘총수 없는 대기업’으로 지정한 바 있다. 공정거래법은 대기업 집단 총수로 지정되는 자는 본인과 더불어 6촌 이내 혈족과 4촌 이내 인척 및 배우자도 공정위 감시 및 감독 대상이 된다. 미국 기업 쿠팡Inc 임원이 ‘동일인 관련자’로 분류될 경우 외국 국적 임원과 외국 법인까지 제재 대상에 포함될 여지도 있다.
업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정보기술(IT) 기업에 수십년 된 공정거래법을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동일인 제도는 총수의 '사익 편취'를 막기 위해 탄생했는데, 지금은 기업 환경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외국인이라고 동일인 지정을 하지 않는 것은 '외국 국적 특혜'라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원칙을 따랐다고 하는데 당초 외국인은 총수 지정이 안 된다는 말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관례를 따르고,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김 의장을 제외한 것이 과연 원칙인건지 궁금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