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수는 플로거? 팀을 위해 BABIP 신을 영접하는 고참
일간스포츠

입력 2021.04.29 05:08

안희수 기자
 
SSG 선수단 라커룸의 환경 미화는 김상수(33)가 책임진다. 이타적 행동을 통해 얻는 좋은 기운이 그라운드까지 연결될 수 있다고 믿는다.  
 
김상수는 현재 SSG의 '임시' 마무리 투수다. 김원형 감독이 스프링캠프에서 마무리 투수로 낙점했던 우완 투수 서진용은 아직 정상적인 몸 상태가 아니다. 어깨 부상 재활 치료를 마치고 복귀한 '2019시즌 구원왕(36세이브)' 하재훈도 실전 감각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 김상수는 두 투수의 구위가 회복될 때까지 SSG의 뒷문을 막는다.
 
김상수는 4월 4일 열린 롯데와의 개막전에서 SSG가 5-2로 앞선 9회 말 등판, 세이브를 기록하며 SSG의 창단 첫 승에 기여했다. 이후 3경기 연속 세이브를 추가하며 순항했다. 그러나 17일 홈(인천) KIA전에서 3-2로 앞선 9회 말 등판해 1점을 내주며 시즌 첫 블론세이브를 기록했고, 18일 KIA전과 24일 키움전에서도 1점씩 허용했다. 지난주까지 기록한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은 2.38, 피안타율은 0.325였다.  
 
세부 기록은 저조하다. 그런데 좀처럼 무너지지 않는다. 김상수는 올 시즌 2점 이상 내준 경기가 없다. 24일 고척 키움전 10회 말에도 3피안타·1볼넷을 기록했지만, 실점은 1점뿐이었다. 위태롭지만, 임무는 곧잘 해냈다.  
 
김원형 SSG 감독은 28일 인천 KT전을 앞두고 "(김)상수가 현재 자신의 구위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코너워크를 너무 신경 쓰다 보니 투구 수가 늘고, 불리한 볼카운트를 자초해 주자를 많이 내보내는 것"이라고 WHIP가 높은 이유를 짚은 뒤 "그런 상황에서도 상대 타선을 (비교적 잘) 막아내는 이유는 스트라이크를 넣을 수 있는 능력을 갖췄고, 타자를 제압할 수 있는 변화구를 구사할 수 있는 투수이기 때문"이라고 김상수의 강점을 치켜세웠다. 
 
2021프로야구 KBO리그 SSG랜더스와 한화이글스의 경기가 6일 오후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진행됐다. 9회초 김상수가 2대 1 리드를 지키며 경기를 마무리하고 포수 이재원과 자축을 하고 있다. 인천=김민규 기자 kim.mingyu@joongang.co.kr /2021.04.06/

2021프로야구 KBO리그 SSG랜더스와 한화이글스의 경기가 6일 오후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진행됐다. 9회초 김상수가 2대 1 리드를 지키며 경기를 마무리하고 포수 이재원과 자축을 하고 있다. 인천=김민규 기자 kim.mingyu@joongang.co.kr /2021.04.06/

 
한 가지 요인을 더 언급했다. 김원형 감독은 "선수의 긍정적인 기운이 (경기에) 이어지는 것 같다"라며 웃어 보인 뒤 김상수의 '바른 생활'에 대해 소개했다. 김상수가 평소 라커룸에 있는 쓰레기를 줍고 다닌다는 것.  
 
언뜻 플로깅(plogging)이 떠오른다. 스웨덴어로 '줍는다'는 뜻인 플로카 업(plocka up)과 영어 조깅(jogging)의 합성어로 조깅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행동을 말한다. 2016년 스웨덴에서 시작돼 북유럽을 중심으로 퍼진 문화다. 개인의 건강과 지구의 환경을 동시에 돌보자는 의미다. 운동하다가 야구장에 있는 휴지를 줍고 있는 김상수의 모습이 그랬다.  
 
그러나 김상수는 플로거(plogger)는 아니었다. 의아했던 김원형 감독이 그런 광경을 보고 "네(김상수)가 왜 하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김상수는 "이런 사소한 일들을 해야 나에게도 좋은 일이 많이 생긴다"라고 답했다고. 속뜻을 바로 이해하기 어려운 얘기다. 김상수는 라커룸 내 쓰레기 수거뿐 아니라 집기나 식판 정돈도 책임지고 있다. 김 감독은 투수진 고참급인 김상수가 솔선수범해 '공용 공간'의 미화를 위해 노력하는 씀씀이가 대견했고, 애써 '경기 운'과 연결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프로야구 KT 위즈와 SSG 랜더스의 경기가 27일 오후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렸다. SSG 우익수 추신수가 3회초 KT 신본기의 깊숙한 파울타구를 쫓아갔지만 놓치고 말았다. 인천=정시종 기자 jung.sichong@joongang.co.kr /2021.04.27.

프로야구 KT 위즈와 SSG 랜더스의 경기가 27일 오후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렸다. SSG 우익수 추신수가 3회초 KT 신본기의 깊숙한 파울타구를 쫓아갔지만 놓치고 말았다. 인천=정시종 기자 jung.sichong@joongang.co.kr /2021.04.27.

 
사령탑이 자신의 일상생활에 대해 언급했다는 얘기를 들은 김상수는 "BABIP를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나는 BABIP에서 운도 많이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알아보니 지난 2년 동안 팀 BABIP가 좋지 않았다. 마음에서 우러난 선행이기도 하지만, BABIP에서 좋은 기운을 높이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기도 하다. 팀이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운도 따라야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BABIP(Batting Averages on Balls In Play)는 홈런·삼진·볼넷을 제외하고 페어 지역에 떨어진 인플레이 타구의 타율을 의미한다. 1999년 미국의 대학원생 보로스 맥크라켄이 주장한 이론이다. BABIP가 높은 투수는 수비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했거나, 공이 야수가 없는 위치에 떨어지는 상황처럼 '운'이 없는 승부가 많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김상수는 BABIP를 선수가 컨트롤할 수 없는 영역으로 보고, 운이라도 따르기 위해서는 스스로 좋은 기운을 많이 얻을 수 있도록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신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징크스로 여기는 듯하다. 향후 김상수의 투구에서 타자의 타구 방향과 SSG 야수진의 수비력은 꽤 시선을 끌 만하다. 
 
김상수는 28일 KT전에서 세이브를 추가했다. SSG가 4-2로 앞선 9회 말 마운드에 올라 삼자범퇴로 막아내며 승리를 지켜냈다. 시즌 6번째 세이브도 올렸다. 이 경기에서 운은 작용하지 않았다. 김상수는 실력으로 빗맞은 뜬공 2개와 삼진 1개를 잡아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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