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의 환희볼] K리그 ‘22세 규정’의 명암…진짜 무한경쟁은 규제로 만들어지지 않아
일간스포츠

입력 2021.04.29 05:08

수원FC 이영준(왼쪽부터)·한승규·김승준. 한국프로축구연맹

수원FC 이영준(왼쪽부터)·한승규·김승준. 한국프로축구연맹

 
지난 25일 열린 수원FC와 FC서울의 K리그1 경기. 수원FC의 스타팅으로 나왔던 이영준과 조상준이 동시에 2분 만에 교체 아웃됐다. 부상도 아닌데 왜 이런 비상식적인 교체가 나왔을까. K리그의 ‘U-22(22세 이하) 룰’을 교묘하게 이용한 것이다.  
 
K리그는 2013년부터 U-22 룰을 적용하고 있다. 어린 선수들이 뛸 기회를 늘려 젊은 선수를 육성한다는 취지로 22세 이하 선수를 반드시 일정 시간 이상 뛰게 해야 한다는 규정을 만들었다. 이 룰은 처음에는 젊은 선수 한 명을 벤치에 넣는 것부터 시작해 한 명은 선발로 뛰고, 한 명은 벤치에 앉는 등으로 점점 업그레이드됐다. 그리고 올해 큰 폭으로 또 한 번의 변화가 있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021시즌 K리그1에서 팀당 교체 카드를 종전 3개에서 5개까지 늘려 허용하되, 22세 이상 선수가 두 명 이상 뛰어야 교체 카드 5명을 쓸 수 있게 했다. 
 
시즌 초반만 해도 코칭스태프들이 ‘어차피 원래 교체 카드는 3개였으니 상황에 따라 움직이면 된다’는 정도로 생각하는 듯했다. 그러나 여러 팀들이 너도나도 5장의 카드를 활용하기 시작하자 5개를 다 쓰지 않으면 손해라는 인식이 생겼다. 더 나아가 경험이 적은 22세 이하 선수들을 최소한으로 기용하면서 교체 카드는 최대한으로 쓰기 위한 편법이 실제로 나왔다. 수원FC가 22세 이하 선수를 이용한 사실상의 ‘위장 선발’을 사용한 것이다.  
 
지난 8년 동안 ‘U-22 룰’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이들이 더 많다고 느낀다. 개인적인 주장을 펼치기에 다소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다. 그러나 처음 U-22 룰이 도입됐을 때부터 나는 이 규정에 억지스러운 면이 많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감독의 고유 재량인 스타팅 멤버까지 강제해서 ‘22세 이하 선수를 넣어야 한다’고 간섭하는 건 전혀 자연스럽지 않다.  
 
지난 25일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인천과 울산의 경기. 인천 김광석과 울산 김인성이 볼경합을 하고 있다. 정시종 기자

지난 25일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인천과 울산의 경기. 인천 김광석과 울산 김인성이 볼경합을 하고 있다. 정시종 기자

프로는 말 그대로 프로여야 한다. 더 잘하는 선수가 선택을 받고, 형평성 논란 없는 무한경쟁이 펼쳐져야 한다. 돈을 내고 경기장을 찾은 팬들이 그 팀의 가장 뛰어난 선수 11명을 스타팅 멤버로 보는 게 프로 아닌가. 예를 들어 울산 현대의 경우 22세 이하 자원도 뛰어나지만, U-22 룰 탓에 22세 이하 선수가 스타팅으로 나오고 국가대표 출신인 김인성은 교체로 뛰는 경우가 많다. 팬들은 김인성이 스타팅으로 뛰는 풀 전력을 보고 싶어하지 않을까.
 
‘22세 이하’라는 규정 때문에 오히려 23세가 되는 순간 기회를 잃어버리는 부작용도 나온다. 특히 올해 5명 교체 규정에 ‘U-22 룰’이 혼합되는 식으로 규정이 만들어지자 일부 구단은 22세 이하 선수를 ‘육성한다’는 느낌보다 ‘교체 카드를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만 보는 느낌도 강하다.  
 
수원FC의 편법을 비난할 수는 있지만, 징계는 불가능하다. 규정을 어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 시즌 이런 식의 편법이 더 나올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본다. 시즌 막바지 강등 위기에 몰린 팀이 꼭 잡아야 하는 경기가 있다면, 편법을 써서라도 이기려 할 것이다. 수원FC가 눈치 보지 않고 먼저 이러한 편법을 써버린 것도 이 팀이 현재 1부리그 최하위에 있는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5년 FC서울 박주영의 모습. 박주영은 이 시즌 18골을 터뜨렸다. IS포토

지난 2005년 FC서울 박주영의 모습. 박주영은 이 시즌 18골을 터뜨렸다. IS포토

 
과거 기성용, 이청용, 구자철 등의 스타 플레이어들은 10대의 나이에 K리그에 데뷔했다. 박주영은 만 20세였던 2005년 K리그에서 18골을 터뜨렸다. 이때 U-22 룰은 존재하지 않았다. 젊은 스타는 자연스럽게 경쟁을 통해 살아남아야 탄생하는 것이지 억지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U-22 룰은 분명 좋은 취지로 시작했고, 순기능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리그에서 팀에 대해 강제 규정을 넣는 것은 프로라는 대의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강제 규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줄여가는 게 맞다. 또 한 가지, 젊은 선수들을 키우기 위해선 강제로 젊은 선수를 뛰게 하는 규정 보다 현장 지도자들이 어린 선수를 과감하게 믿고 기용하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
 
김환 JTBC 축구 해설위원 
  
관련뉴스
I Hot
인기 VOD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