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석의 리플레이] 야수 등판 잦고 왼손 불펜 없고…'꼴찌' 롯데, 이게 최선입니까?
일간스포츠

입력 2021.05.03 06:00

이형석 기자
허문회(왼쪽) 롯데 감독.

허문회(왼쪽) 롯데 감독.

 
벌써 세 번째다. 또 얼마나 더 보게 될까.

 
허문회(49) 롯데 감독은 개막 후 24경기를 치르는 동안 3경기에 야수를 마운드에 올렸다. 투수로 나선 내야수와 외야수, 포수가 6명이나 된다. 
 
허문회 감독은 1일 사직 한화전 3-11로 뒤진 8회 김민수(내야수), 9회 배성근(내야수)을 차례로 마운드에 올렸다. 1이닝씩 이어 던진 두 선수가 실점하지 않아 3-11로 졌다. 허문회 감독은 "선발 투수(이승헌·3이닝 8피안타 3볼넷)의 볼넷이 많아 길게 던지지 못했다. 운영이 쉽지 않았다. 다음 경기를 준비하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9회 2사에서 등판한 포수 강태율. 롯데 제공

9회 2사에서 등판한 포수 강태율. 롯데 제공

 
세 번째 되풀이하는 답변이다. 지난달 17일 사직 삼성전에서는 KBO리그 40년 역사상 최초로 한 경기에 야수 3명이 마운드에 오르는 기록을 남겼다. 0-12로 스코어가 벌어지자 7회부터 추재현(외야수)-배성근(내야수)-오윤석(내야수)을 등판시켰다. 지난 22일 사직 두산전은 1-12로 뒤진 9회 초 2사 1루에서 포수 강태율을 마운드에 올렸다. 앞 투수 오현택이 25개의 공을 던졌는데 "투구 수가 예상보다 늘어났다"며 아웃카운트 한 개를 잡기 위해 야수 등판을 지시한 것이다.
 
정상적인 마운드 운영이 아닌 걸 허문회 감독도 알고 있다. 지난 17일 야수 3명을 마운드에 올린 다음 날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삼성에는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후에도 두 차례 더 야수의 등판이 발생했다.  
 
메이저리그(MLB)에서도 야수의 등판이 늘어나고 있다. MLB닷컴에 따르면 2008년 3차례에 불과했던 야수의 등판이 2018년 75차례, 그리고 2019년에는 90차례로 껑충 뛰었다. 하지만 롯데만큼 잦진 않다. 더군다나 KBO리그(28명)는 메이저리그 로스터(26인)보다 두 명 더 등록할 수 있다. 롯데는 개막 24번째 경기까지 야수의 등판이 3차례 이뤄졌으니, 산술적으로 18번까지 늘어날 수 있다.
 
2020프로야구 KBO리그 SK와이번스와 롯데자이언츠의 경기가 2일 오후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렸다. 롯데 허문회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인천=김민규 기자 kim.mingyu@joongang.co.kr /2020.07.21/

2020프로야구 KBO리그 SK와이번스와 롯데자이언츠의 경기가 2일 오후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렸다. 롯데 허문회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인천=김민규 기자 kim.mingyu@joongang.co.kr /2020.07.21/

 
허문회 감독은 롯데에서 두 번째 시즌을 맞고 있다. 지난해엔 이런 마운드 운용을 하지 않았다. 빅리그에서 온 한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올 시즌 초반 야수를 투수로 내보내자, 이에 편승하고 있다.
 
야수의 등판에는 장단점이 있다. 투수의 체력 소모를 줄이고, 팬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반기는 시선도 있다. 반면 경기를 일찍 포기할 뿐만 아니라, 투수로 나선 야수의 부상 발생 가능성을 높여 우려를 자아내기도 한다.
 
이대호·손아섭 등 스타가 등판한다면 팬들이 환호하겠지만, 지금처럼 백업 야수의 등판은 화제성이 없다. 오히려 이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는 꼴이다. 또 세 차례 모두 홈 팬들 앞에서 일찍부터 '백기'를 든 모습이다.
 
야수의 투수 등판이 불가피하게 이뤄진 것도 아니다. 17일 삼성전에 앞서 이틀 연속 등판한 투수는 이인복 한 명뿐이었다. 강태율이 등판한 22일 두산전에 앞선 20~21일 경기에서도 연투한 투수는 없었다. 29~30일 경기에서도 이틀 연속 나온 투수는 없었다. 엔트리에 등판 가능한 투수는 얼마든지 있었지만, 결국 '내일'을 위해 '오늘'을 포기한 셈이다.
 
이런 식이라면 야수의 마운드 등판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올 시즌 국내 감독 중 야수의 투수 등판을 한 사령탑은 허문회 감독이 유일하다.
 
지금까지 야수의 등판이 이뤄진 다음 경기에서 롯데가 거둔 성적표는 1승 2패다. 김민수와 배성근이 등판한 다음 날인 2일 사직 한화전에 롯데는 마무리 김원중까지 포함해 필승조를 모두 투입하고도 4-5로 역전패했다. 결국 꼴찌(10승 15패)로 추락했다. 투수진을 아꼈지만 오히려 역효과만 얻고 있는 셈이다.   
 
롯데 마운드에 또 한 가지 아이러니가 있다. 야수의 마운드 등판보다, 좌투수의 구원 등판을 더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좌투수로 구원 등판한 투수는 김유영과 박재민으로 겨우 한 차례씩 마운드에 올랐다. 김유영은 개막 엔트리에 포함된 뒤 4월 9일 1군에서 제외됐다. 이후 22일 동안 좌완 불펜 없이 엔트리를 꾸려가다가, 지난 1일 프로 2년 차 박재민이 등록됐다.
 
지난해에도 롯데는 좌완 불펜 없이 오랫동안 시즌을 운영했다. 불펜에 좌투수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차이가 크다. 상대의 타순 구성, 대타 작전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1일까지 롯데 투수의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0.295로 리그 평균(0.257)을 훨씬 상회한다. 
 
결국 롯데의 선수 육성 혹은 벤치의 엔트리 구성 중 어느 한 가지에 큰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형석 기자  
 
 
관련뉴스
I Hot
인기 VOD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