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도 선발…한국 왼손 특급 삼총사 빅리그 2막
일간스포츠

입력 2021.05.03 08:30

류현진·김광현 이어 선발 초읽기
양, 보스턴전 4.1이닝 무실점 호투
한국 야구 르네상스 합작한 투수들
무대 옮겨 이번주 잇딴 등판 예고

텍사스 양현종이 선발투수로 MLB 마운드에 오른다. [AFP=연합뉴스]

텍사스 양현종이 선발투수로 MLB 마운드에 오른다. [AFP=연합뉴스]

양현종(33·텍사스 레인저스)이 마침내 선발 투수로 메이저리그(MLB) 마운드를 밟는다. 등판이 성사되면, KBO리그 출신 투수로는 류현진(34·토론토 블루제이스)과 김광현(33·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이어 역대 세 번째다. 한국 야구의 자랑인 ‘왼손 특급 트로이카’가 MLB에서 전설의 2막을 연다.
 
크리스 우드워드 텍사스 감독은 2일(한국시각) 보스턴 레드삭스와 홈 경기에 앞서 양현종의 선발 전환과 관련해  “팀 내에서 충분히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다. 곧 일정을 정해 양현종에게 통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텍사스는 4~7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타깃필드에서 미네소타 트윈스를 상대로 원정 4연전에 나서는데, 이때가 유력하다.
 
양현종은 1일 보스턴전에서 팀이 1-6으로 뒤진 3회 초 2사 1루 상황에서 선발 아리하라 고헤이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지난달 27일 LA 에인절스를 상대로 빅리그 데뷔전(3과 3분의 1이닝 2실점)을 치른 뒤 나흘 만의 등판이다. 첫 경기보다 더 인상적이었다. 4와 3분의 1이닝 동안 안타와 볼넷 한 개씩만 내주고 무실점 역투했다. 직구(최고 시속 148㎞), 체인지업, 슬라이더 등 세 구종으로 삼진 4개를 곁들여 보스턴 강타선을 잠재웠다.
 
우드워드 감독은 경기 후 “양현종은 베테랑답게 ‘던지는 법’을 안다. 단지 빅리그 경험이 없었을 뿐이다. 리그 최강인 보스턴 타선을 상대로 어떤 투구를 할지 궁금했는데, 공격적이고 좋은 공을 던졌다”고 칭찬했다. 이어 “양현종이 매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의 보직 교체를 논해도 되는 시기인 것 같다”고 여운을 남겼다.
 
우드워드 감독은 시범경기를 마친 뒤 양현종의 보직을 롱 릴리프로 한정했다. 선발 투수 자질이 충분하지만, 빅리그 경험이 없었다는 걸 고려했다. 양현종이 스플릿 계약(메이저와 마이너 연봉이 다른 계약)을 한 점도 약점이었다. 감독은 결국 양현종을 개막 로스터 대신 ‘택시 스쿼드’(원정 경기에 동행하는 예비 명단)로 분류했다.
 
빅리그로 콜업하면서도 선발 투수가 아닌 ‘세컨드 탠덤’을 맡겼다. 선발이 일찍 무너졌을 때 등판해 긴 이닝을 맡아주는 ‘두 번째 선발’의 성격이다. 그런데 양현종이 두 차례 등판에서 선발보다 긴 이닝을 더 안정적으로 막았다. 텍사스 선발진 중 에이스 카일 깁슨을 제외한 네 명이 나란히 부진한 점도 양현종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했다. 양현종에게서 희망을 발견한 우드워드 감독은 그를 선발 로테이션에 투입하는 ‘6선발’ 체제를 꺼냈다.
 
양현종은 일단 “주어진 임무를 잘 해내겠다”는 마음가짐이다. 그는 선발진 진입이 사실상 결정된 2일 현지 취재진과 화상 인터뷰에서 “선발 기회가 온다면 물론 좋겠다. 하지만 내 임무는 팀이 힘들 때 ‘팀이 원하는 역할’을 잘 해내는 것이다. 두 번째 등판에선 첫 등판 때보다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내 공을 던진 것 같다. 앞으로도 경기에 나가게 되면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토 류현진은 7일 출격을 준비한다. [AFP=연합뉴스]

토론토 류현진은 7일 출격을 준비한다. [AFP=연합뉴스]

이제 한국 출신 현역 최고 왼손 투수 삼총사가 차례로 MLB 마운드에 오르는 명장면을 보게 됐다. 류현진과 김광현은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로 시작한 한국 야구의 르네상스를 이끈 주역들이다. 양현종은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부터 대표팀에 합류해 한국 야구의 숱한 역사를 함께 썼다.
 
 
세인트루이스 김광현은 5일 출격을 준비한다. [AFP=연합뉴스]

세인트루이스 김광현은 5일 출격을 준비한다. [AFP=연합뉴스]

첫 주자는 양현종의 오랜 친구이자 라이벌인 김광현이다. 그는 양현종보다 1년 먼저 MLB에 와 적응을 마쳤다. 이번엔 어린이날인 5일 뉴욕 메츠와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현역 최고 오른손 투수인 제이콥 디그롬과 선발 맞대결한다. 허리 통증으로 출발이 늦어졌지만, 최근 12이닝 연속 무볼넷의 안정적인 투구를 이어가고 있다. 직전 등판인 지난달 30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전에서도 5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다. 디그롬과 맞대결은 김광현에게 도전이자 기회다. 투수로서는 물론, 타석에서도 서로 맞대결해야 한다. 디그롬은 올 시즌 타율 0.462(13타수 6안타)의 ‘까다로운 타자’다.
 
류현진은 7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전 등판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6일 탬파베이 레이스전에서 4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하다 갑작스러운 둔부 통증으로 자진 강판했다. 2년 만에 부상자 명단(IL)에 올라 한 차례 선발 로테이션을 걸렀다. 그런 가운데에도 데뷔전을 마친 양현종에게 문자 메시지로 축하하는 등 동료애를 보여줬다. 찰리 몬토요 토론토 감독은 “현재 몸 상태는 아주 좋다. IL 해제 후 가장 빠른 7일 등판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인기도, 실력도 최고인 세 투수의 연속 등판에 한국 야구팬의 시선이 쏠린다. 양현종은 “아직은 한국을 대표해서 던지는 입장이 아니다. 지금은 팀에서 인정받는 게 먼저다. 팀을 위해 던지겠다”며 거듭 마음을 다잡았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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