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안정환 좋아하는 2002년생 정상빈
일간스포츠

입력 2021.05.11 05:01

최용재 기자
정상빈.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정상빈.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한·일월드컵이 열렸던 2002년에 태어난 K리그 역대급 신인이 등장했다. 주인공은 수원 삼성의 열 아홉 살 공격수 정상빈이다.  
 
수원은 지난 9일 전주에서 열린 K리그1 원정에서 1위 전북을 3-1로 무너뜨렸다. 수원은 이날 승리로 2017년 11월 이후 11경기 만에 전북을 이겼다. 승리의 주역은 단연 정상빈이었다. 그는 후반 17분 역습 상황에서 날카로운 오른발 슈팅을 때렸고, 골키퍼 맞고 나오자 고승범이 재차 오른발로 슈팅하며선제골을 기록했다. 사실상 정상빈의 어시스트였다.  
 
그리고 후반 20분 정상빈은 결승 골을 터뜨렸다. 빠른 스피드를 앞세워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를 만든 그는 오른발 슈팅으로 골대 오른쪽 구석을 갈랐다.  
 
골 장면뿐 아니라 정상빈은 양 팀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저돌적인 돌파로 전북을 흔들었다. 국가대표 출신 수비수 전북의 이용 앞에서도 정상빈은 두려움이 없었다. 거침없이 뚫어냈다. 전북이 19세 공격수에 무너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정상빈은 지난달 18일 우승 후보 울산 현대와 10라운드에서도 경기 최우수선수(MVP)급 활약을 펼치며 수원의 3-0 승리를 책임졌다. 그는 울산전 후반 24분 수원의 세 번째 골을 터뜨렸다. 울산에 이어 전북까지 무너뜨린 정상빈은 '강팀 킬러'로 거듭났다. 4골로 득점 공동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신예 공격수의 거센 돌풍이다.  
 
정상빈은 수원이 자랑하는 유스팀 매탄중-매탄고 출신이다. 최근 K리그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수원의 유스 출신들 별명인 '매탄소년단'의 일원이다.  
 
수원은 정상빈 영입을 위해 엄청난 공을 들였다. 대전중앙초 시절 정상빈은 특급 에이스로 평가를 받았다. 그에 대한 소문은 전국적으로 퍼졌고, K리그 유수의 클럽 유스 팀들이 스카우트 전쟁을 펼쳤다. 당시 주승진 매탄중 감독은 정상빈과 부모를 직접 찾아가 설득했다. 고민하던 정상빈은 수원의 진심에 끌려 매탄중에 입학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매탄고로 진학하면서 수원의 미래로 평가를 받았다. 이런 기대감은 2020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출전으로 이어졌다. 정상빈은 K리그 최초로 18세 고등학생 신분으로 ACL 무대를 밟았다. 상대는 중국 최강이라 불리는 광저우 헝다. 그는 광저우와 조별리그 2경기에 교체 출전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정상빈.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정상빈.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런 상승세는 2021시즌 K리그1 데뷔로 이어졌다. 정상빈은 포항 스틸러스와 5라운드에서 K리그1 데뷔전을 치렀고, 데뷔골을 터뜨렸다. 수원의 3-0 완승. 이후 박건하 수원 감독은 정상빈을 꾸준히 출전시켰고, 수원의 막내는 팀의 상승세를 이끄는 주역으로 거듭났다.  
 
정상빈이 성장하는 과정에는 수원의 특별조치가 있었다. 수원은 염기훈을 정상빈의 멘토로 붙였다. 중, 고교 당시 기술력과 스피드는 빼어났지만 골 결정력에서 아쉬움을 드러냈던 정상빈은 ACL 경험과 염기훈의 역할이 더해져 올 시즌 달라졌다.  
 
박건하 감독은 정상빈에 대해 "스스로 보여주고 있다. 득점도 잘 해주고 있고, 움직임이 좋다. 싸워주는 모습이 상대 수비에 부담감을 준다. 동료 선수들과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아직 어린 선수다. 앞으로 더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강팀을 상대로 더 잘해내면서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다"고 칭찬했다.  
 
전북을 꺾은 후 정상빈은 "울산과 전북과 같은 강팀은 많이 공격적으로 올라온다. 그래서 뒷공간이 생긴다. 그 공간을 잘 활용했던 것 같다"며 자신이 강팀에 강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지난 시즌 ACL에서 2경기를 뛰었는데 긴장을 많이 했다. 그때의 경험이 도움됐다. 올 시즌 K리그에서는 긴장보다 설렘이 더 크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며 "올 시즌 공격 포인트 10개가 목표"라고 덧붙였다.  
 
그는 2002년생이다. 한국 축구 역사상 가장 뜨거웠던 2002 한·일 월드컵이 열린 해 태어났다. 정상빈은 "2002년생이다 보니 2002 월드컵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때 당시 기억나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웃었다. 
 
그래도 좋아하는 선수는 있다. '반지의 제왕' 안정환이다. 안정환은 2002 월드컵을 대표하는 스타이자 16강 이탈리아전 결승 골 주인공이다. 정상빈은 "안정환 선수를 굉장히 좋아한다. 창의적인 플레이를 한다. 생각하지도 못한 플레이로 골을 넣는다. 골 결정력도 좋다"며 동경의 마음을 드러냈다.  
 
정상빈은 수원의 미래로만 국한될 수 없는 존재로 컸다. 연령대 대표팀에서는 이미 인정을 받았다. U-17 대표팀에서 13경기에 출전해 8골을 넣었다.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 8강 주역이기도 하다. 앞으로 U-20, U-23 그리고 A대표팀까지 희망이 커졌다. 훗날 안정환처럼 월드컵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칠 날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그는 한국 축구의 미래다.
 
전주=최용재 기자 choi.yong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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