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100으로 맞선 4쿼터 종료 58.2초 전. ‘킹’ 르브론 제임스(37·LA레이커스)가 공격 제한 시간에 쫓기며 장거리 3점슛을 쐈다. 오른쪽 45도 부근, 3점 라인에서 두세 발 떨어진 34피트(약 10.3m) 지점에서 던진 볼은 림을 깨끗이 통과했다. 수비하던 스테판 커리(33·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손쓸 틈조차 없었던, 결정적 한 방이었다.
레이커스가 20일(한국시간) LA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린 2020~21 미국프로농구(NBA) 플레이 인 토너먼트에서 골든스테이트를 103-100으로 꺾었다. 올 시즌엔 정규시즌 성적을 기준으로 동·서부 콘퍼런스 1~6위는 플레이오프(PO)에 직행하고, 7~10위는 플레이 인 토너먼트를 거쳐 PO에 나갈 두 팀을 정한다. 서부 7위 레이커스는 단판승부에서 8위 골든스테이트를 꺾고 PO행 티켓 한 장을 거머쥐었다. 7번 시드로 PO에 진출한 레이커스는 2위 피닉스 선즈와 맞붙게 됐다. 골든스테이트는 9위-10위 대결 승자인 멤피스 그리즐리스와 남은 한장의 PO행 티켓을 놓고 22일 맞대결한다.
명승부였다. 2쿼터까지 제임스는 슛 난조에 시달렸다. 반면 커리는 2쿼터 종료 직전, 버저비터 스텝백 3점슛을 터트리며 55-42 리드를 이끌었다. 3쿼터부터 제임스가 곳곳에 패스를 찔러주고 득점을 올렸다. 앤서니 데이비스(레이커스)까지 살아나며 경기 흐름이 접전으로 바뀌었다.
제임스는 97-98로 뒤진 종료 2분7초 전 골밑슛을 시도하다 상대 선수 드레이먼드 그린에 눈을 찔렸다. 그런데도 자유투를 넣었다. 이어 샷 클락과 함께 감각적인 3점슛을 터트려 103-100을 만들었다. 골든스테이트가 타임아웃 후 커리에게 볼을 연결해 3점을 노리려 했지만 불발됐다.
제임스는 22점·11리바운드·10어시스트로 트리플 더블을 달성했다. 커리는 3점슛 6개 포함 37점을 올렸지만, 승리를 놓쳤다. 경기 후 제임스와 커리는 어깨동무를 하며 대화를 나눴다.
제임스는 “드레이먼드의 손가락에 눈을 찔린 이후 림이 3개로 보였다. 그중 가운데에 쐈다. 내일까진 아프겠지만, 이겼으니까 괜찮다”고 재치 있는 소감을 밝혔다. 프랭크 보겔 레이커스 감독은 “제임스는 그가 왜 세계 최고인지 증명했다”고 칭찬했다.
올 시즌 제임스와 데이비스가 부상으로 고전하는 동안 레이커스는 정규 시즌 7위에 그쳤다. 그러나 제임스가 ‘포스트시즌 모드’로 컴백하며 봄 농구에선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