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경의 스톱, 워치] 독이 든 성배가 되어버린 도쿄 올림픽, 선수들은 무슨 죄
일간스포츠

입력 2021.05.27 05:10

이은경 기자
 
도쿄올림픽 반대 시위를 하는 도쿄 시민.  사진=게티이미지

도쿄올림픽 반대 시위를 하는 도쿄 시민. 사진=게티이미지

개막(7월 23일)까지 두 달이 채 남지 않은 도쿄올림픽을 두고 전 세계가 “왜 강행하냐”며 아우성이다. 개최국 일본에서조차 대회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점입가경이다. 일본 아사히 신문은 26일자 지면에 ‘여름 도쿄올림픽 중지 결단을 총리에게 요구한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단으로 실었다. 아사히 신문은 도쿄올림픽 후원사다. 이 신문은 “도쿄올림픽 개최를 순리라고 도저히 생각할 수 없다. 올림픽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 ‘스포니치 아넥스’는 26일 인터넷판 기사에서 “일본 정부는 더 진지하게 국민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의견 기사를 냈다. 이 매체는 “일본 국민 대다수가 중지 혹은 연기를 요구하는데도 IOC(국제올림픽위원회)와 정부는 듣지 않는다. 안전하다는 근거도 없이 억지로 개최를 향해 돌진하는 모습에서 국민의 이해를 얻는 걸 포기한 오만함마저 느껴진다”고 썼다.  
도쿄올림픽 마스코트.  사진=게티이미지

도쿄올림픽 마스코트. 사진=게티이미지

 
일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일 확진자는 25일 기준 3901명이었다. 일본 정부는 도쿄 등 10개 지역에 긴급사태를 선포했고. 다음 달까지 이를 연장할 예정이다. 일본의 백진 접종 비율은 3.9%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로이터통신은 뉴질랜드 정부의 공중보건 고문인 마이클 베이커(오타고 대학 교수)가 “지금 올림픽을 개최하면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을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세계적으로 코로나19, 그리고 그 변이 바이러스가 대유행하고 있다. 사람들이 대규모로 이동하고 모이는 올림픽 개최는 치명적이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일본이 코로나19 방역에 사실상 완전히 실패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정부는 25일 일본에 대해 여행 금지 권고 지역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도쿄올림픽에는 미국 선수단을 보낸다고 했다. ‘닛칸 겐다이 디지털’은 “일본에 가지 마라. 하지만 올림픽은 괜찮아. 이런 논리는 도대체 무슨 소린가”라고 꼬집었다. 이 와중에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올림픽의 꿈을 위해 우리는 희생을 치러야 한다”고 말해 불 난 집에 기름을 들이부었다.
태권도 대표 이대훈.  사진=연합뉴스

태권도 대표 이대훈. 사진=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따로 있다. 바로 올림픽을 준비하는 선수들이다.  
 
도쿄올림픽 대표로 뽑힌 선수들은 지난 5년 동안 그야말로 험난한 시간을 보냈다. 도쿄올림픽은 예정보다 1년이 연기됐고, 그 사이에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 세계가 혼돈에 빠졌다. 선수들은 해외 전지훈련은 고사하고 평소 훈련하던 체육관, 안정적인 훈련지인 진천선수촌 입촌마저 제한되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훈련 장소를 찾아 땀을 흘렸다.
 
아마추어 종목, 흔히 ‘비인기 종목’이라 불리는 스포츠를 하는 선수들은 4년에 한 번 올림픽 때 그나마 가장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스포츠 선수가 20대에 전성기를 보내면 서서히 정상에서 내려오는 게 숙명이다. 커리어에서 올림픽 무대에 설 기회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그 귀중한 시기에 선수들이 듣는 소리가 온통 “올림픽 하긴 하는 거야?”라든가 “도대체 왜 강행하는 거야?”, “일본에서 하는 올림픽은 그냥 망했으면 좋겠어!” 등의 악담과 아우성이라는 사실은 이들에게 너무나 가혹하다.  
 
지난달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D-100 미디어 데이에서 펜싱 대표 구본길은 이렇게 말했다.  
 
"주변에서 올림픽을 꼭 해야 하냐는 말을 많이 듣는다. 선수들의 입장이 아니어서 그럴 수 있겠지만, 우리에게는 인생이 걸려있다. 운동선수라면 누구든 올림픽 무대를 밟고 싶다."
 
일본 정부와 IOC가 쉽게 올림픽 취소 결정을 못 하는 건 올림픽에 걸려 있는 돈이 너무나 커서다. IOC가 거대한 돈을 주무르게 된 건 올림픽에서 젊음과 열정을 쏟아낸 위대한 스포츠 선수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올림픽이 휘청거리는 상황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건 난감한 얼굴로 전전긍긍하는 일본의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아니다. 올림픽을 꿈꿔왔던 전 세계의 젊은 선수들이다.  
훈련 중인 펜싱 대표팀.  사진=연합뉴스

훈련 중인 펜싱 대표팀. 사진=연합뉴스

 
24세의 ‘노장’ 체조 스타 시몬 바일스(미국)는 “올림픽이 1년 연기됐기에 훈련을 더욱 거듭해서 고난도 기술을 해낼 수 있었다”며 최근에 일부 남자 선수만 가능하다는 초고난도 연기를 성공시켜 화제가 됐다. 수영 선수 이케에 리카코(일본)는 1년 동안 백혈병을 이겨내고 대표 선수 타이틀을 다시 따내는 인간 승리 드라마를 썼다.  
 
지난 1년간 이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전 세계 곳곳의 선수들이 기적 같은 스포츠 정신을 보여준 반면, IOC와 일본 정부는 믿을 만하고 안전한 대회 기반을 만드는 데 완전히 실패했다. 그런데도 돈 계산만 하고 있다.
 
그 결과 도쿄올림픽은 벌써부터 개최국과 참가국 모두에게 축제가 아니라 골칫거리이자 딜레마가 되었다. 대체 5년 동안 이 악물고 준비한 선수들은 무슨 죄란 말인가.
 
스포츠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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