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사율 34.3%...돌파구는 대투수다운 포심 승부
일간스포츠

입력 2021.05.31 17:38

안희수 기자
양현종의 돌파구는 결국 직구다. 게티이미지

양현종의 돌파구는 결국 직구다. 게티이미지

 
빅리그 정상급 투수로 인정받는 류현진(34·토론토)조차 포심 패스트볼의 구속에 따라 투수 내용이 좌우된다. 평균 91마일(시속 146㎞)보다 떨어지면 다소 어렵게 경기를 풀어간다. 투수에게 빠른 공은 가장 기본적인 무기이며, 이를 바탕으로 타자와 수 싸움을 펼친다.  
 
메이저리그(MLB) 데뷔 시즌을 치르고 있는 양현종(33·텍사스)은 두 경기 연속 부진했다. 31일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T-모바일 파크에서 열린 2021 MLB 시애틀 원저에 선발 등판한 그는 3이닝 동안 5피안타 3실점(2자책)을 기록했다. 3회까지 공 70개를 던졌고, 이닝을 거듭할수록 정타를 맞이 허용했다. 결국 4회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지난 26일 LA 에인절스전에서는 3⅓이닝 동안 5피안타(2피홈런) 7실점 했다. 5⅓이닝 3피안타 2실점으로 호투한 20일 뉴욕 양키스전 이후 하락세다.  
 
양현종은 세 차례 구원 등판 포함, 앞선 여섯 경기(16이닝)에서 커브를 9개밖에 던지지 않았다. KBO리그에서도 기준 구사율 4.3%(2020시즌 기준)에 불과했다. 주무기는 아니었다.  
 
그러나 위에서 아래로(횡 방향) 떨어지는 변화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타자 머릿속에 '커브도 있다'라는 인식을 준다면, 더 다양한 볼 배합을 실현할 수 있다. 양현종은 시애틀전에서 커브 8개를 구사했다.
 
1회 말 선두 타자 제라드 켈러닉과의 승부부터 커브를 구사했다. 이 공으로 범타를 유도하기도 했다. 1사 1루에서 상대한 카일 루이스와의 승부에서도 볼카운트 1볼-1스트라이크에서 커브를 던졌다. 2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커브가 통타당해 도노반 왈튼에게 우중간 장타를 허용했지만, 다시 만난 켈러닉에게 2스트라이크 이후 구사할 만큼 공격적으로 커브를 활용했다.  
 
체인지업의 제구와 로케이션도 나쁘지 않았다. 3회 초 시애틀 간판 미치 해니거와의 승부에서 그 위력이 돋보였다.  11구 승부 끝에 체인지업을 낮은 코스에 던져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10구 바깥쪽(우타자 기준) 포심 패스트로 시선을 위로 끌어올린 뒤 낮은 코스로 던져 타이밍과 히팅 포인트 모두 흔들었다. 체인지업은 양현종이 포심 다음으로 많이 구사하는 구종(28%·베이스볼서번트 기준)이다.  
 
양현종이 시애틀전에서 3이닝 3실점하며 고전했다. 게티이미지

양현종이 시애틀전에서 3이닝 3실점하며 고전했다. 게티이미지

 
 
변화구는 나쁘지 않다. 문제는 포심이다. 이 경기 1·3회 타이 프랑스에게 맞은 적시타(합계 3타점) 2개 모두 포심패스트볼이 가운데로 몰렸다. 포심으로 범타를 유도한 승부는 두 번뿐이다. 위력도 부족했다. 3회 해니거와 11구 승부에서 구사한 포심 3개가 모두 커트 당했다. 양현종의 올 시즌 포심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90마일(시속 144.8㎞). 지난해 KBO리그에서 기록한 시속 144.2㎞와 비슷한 수준이다. MLB 무대에서는 상대 타자를 제압하기 힘든 구위다. 해니거와의 승부에서도 최고 구속은 시속 145.1㎞에 불과했다.  
 
포심 구위와 제구보다 더 큰 문제는 구사율이다. 시애틀전은 포심 구사율이 34.3%(24개)에 그쳤다. 시즌 개인 평균(48%)보다 훨씬 낮다. 1회 2사 1루에서 상대한 카일 시거에게는 9구 모두 변화구(슬라이더·커브·체인지업)만 던졌다. 2회 선두 타자 톰 머피과의 8구 승부에서도 포심은 1개(3구)뿐이었다. 양현종은 KBO리그에서 포심 구사율 57.4%(2020시즌 기준)를 기록했던 투수다.  
 
양현종은 올 시즌 체인지업 피안타율은 0.185다. 잘 통했다. 체인지업은 타이밍을 빼앗는 공이다. 빠른 공 위력이 동반돼야 효과가 있다. 양현종은 상대 타자에게 커트(의도적으로 공을 파울로 만드는 스윙)를 많이 당한 탓에 볼카운트 싸움에서 불리해졌다고 시애틀전을 돌아봤다. 제구 난조도 인정했다. 
 
더 큰 문제는 자신감 저하다. 빅리그 타자들이 코너워크가 되지 않는 공을 놓치지 않고 있다. 정타와 장타 허용이 KBO리그에서 뛸 때보다 훨씬 높다. 이 점을 양현종이 의식하고 있는 모양새다.  
 
생각이 많아지면, 변화구 등 유인구를 주로 던진다. 통하지 않으면 볼카운트가 불리해진다. 볼넷을 주지 않기 위해 스트라이크존에 넣는다. 빠른 공과 변화구 모두 맞는다. 이렇게 악순환은 반복된다.  
 
상대 타자가 문제가 아니다. 양현종의 빠른 공 제구가 문제다. KBO리그에서는 곧잘 던졌던 하이 패스트볼 승부도 거의 없다. 포수가 몸까지 이동해 미트를 댄 반대로 향하기도 한다. 양현종에게 가장 필요한 건 자신감이다. KBO리그에서 '대투수'로 불리던 공격적인 투구가 필요하다. 구위는 그 다음 문제다.  
 
안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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