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IS] 떠나는 라이블리, 알면서도 별 수 없는 '용병 리스크'
일간스포츠

입력 2021.06.02 05:30

배중현 기자
2021프로야구 KBO리그 kt위즈와 삼성라이온즈의 경기가 11일 오후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선발 라이블리가 마우드에 올랐다가 갑작스런 부상으로 교체되고 있다. 수원=김민규 기자 kim.mingyu@joongang.co.kr /2021.05.11/

2021프로야구 KBO리그 kt위즈와 삼성라이온즈의 경기가 11일 오후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선발 라이블리가 마우드에 올랐다가 갑작스런 부상으로 교체되고 있다. 수원=김민규 기자 kim.mingyu@joongang.co.kr /2021.05.11/

 
KBO리그에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 건 1998년이다. 초창기 그들을 지칭하는 단어는 '용병(傭兵)'이었다. 용병의 사전적 의미는 돈을 주고 고용된 병사. 그만큼 외부인의 느낌이 강했다. 시간이 흘러 이런 이미지가 많이 희석됐지만, 현장에는 아직도 '용병 리스크'가 존재한다. 대표적인 게 부상이다. 구단과 외국인 선수의 입장 차이가 극명하게 갈리는 포인트 중 하나다.
 
삼성이 결단을 내렸다. 삼성은 대체 외국인 투수로 마이크 몽고메리(32)를 영입할 계획〈5월 31일 본지 단독 보도〉이다. 어깨 통증으로 이탈한 벤 라이블리(29)의 교체 여부를 놓고 고심하다 내린 결론이다. 한국시간 6월 2일 자로 옵트아웃 조항(기존 계약을 파기하고 자유계약선수가 될 수 있는 권리)을 사용할 수 있는 몽고메리는 원소속팀 뉴욕 양키스와의 계약이 정리되는 대로 삼성행을 확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KBO리그행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번 움직임의 이면엔 '용병 리스크'가 작용했다는 평가다. 처음 삼성은 라이블리의 부상이 크지 않다고 여겼다. 그는 지난달 11일 수원 KT전에 선발 등판해 공을 한 개도 던지지 않고 바로 교체됐다. 경기 전 몸 푸는 과정에 어깨 통증을 느낀 게 화근. 민감할 수 있는 부위지만, 통증이 심하진 않았다. 이튿날 허삼영 삼성 감독은 라이블리를 1군 엔트리에서 제외하며 "열흘 쉬고 1군에 돌아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간스포츠 취재 결과, 라이블리는 구단에 "잠을 불편하게 자서 그런 것 같다"는 뉘앙스로 얘길 했다. 선수 본인도 경미한 부상으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복수의 병원에서 검진한 뒤 상황이 묘하게 바뀌었다.
 
어깨에 특정 문제가 발견되자 라이블리는 구단에 "미국에서 수술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A 구단 외국인 스카우트는 "라이블리가 재활까지 미국에서 하길 바란다는 얘기가 있다"고 귀띔했다. 처음부터 그의 요구는 '수술'이었다.
 
반면 삼성은 주사 치료를 받고 상태를 지켜보자고 선수를 설득했다. 수술하면 시즌 아웃 절차를 밟는 데 그 정도 부상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실제 라이블리는 어깨에 통증 완화 주사를 맞기도했다. 하지만 애초부터 시즌 복귀 의사가 크지 않았다. 삼성이 외부엔 "주사 치료를 받았으니 2주 정도 상태를 지켜볼 예정"이라고 말하면서도 물밑에선 바쁘게 움직였던 이유다.
 
대체 외국인 투수로 마이크 몽고메리 영입이 임박함에 따라 삼성과의 인연이 정리된 라이블리. 삼성 제공.

대체 외국인 투수로 마이크 몽고메리 영입이 임박함에 따라 삼성과의 인연이 정리된 라이블리. 삼성 제공.

 
자연 치유를 기대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미국 현지 스카우트가 복수의 선수와 접촉하며 '투 트랙'으로 움직였다. 당초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소속 오른손 투수 영입이 유력했지만, 마지막에 계약이 불발됐다. 이후 방향을 선회해 몽고메리 영입을 추진했다.
 
B 구단 스카우트는 "보통 의사는 진료 후 주사부터 수술까지 광범위한 치료 방법을 얘기한다. 외국인 선수들은 근원적인 문제점을 제거하기 위해 가능하면 일시적인 치료보다 수술을 원한다"며 "어깨나 팔꿈치는 참고 던졌다가 자칫 문제가 더 커질 수 있고, 외국인 선수들은 그들의 경력을 고려해서라도 무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팔꿈치에 작은 뼛조각이 발견되면 국내 선수들은 주사를 맞고 버티다가 시즌 뒤 수술한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들은 다르다. 곧바로 수술을 원하고, 이를 이유로 중도에 팀을 떠나기도 한다.
 
주사로 버티는 건 한계가 있다. 보통 통증 완화 목적으로 미국은 코르티손, 한국의 경우 트리암이라고 불리는 스테로이드 성분의 주사를 맞는다. C 구단 수석 트레이너는 "주사를 맞으면 올라가지 않던 팔이 일시적으로 올라가기도 한다. 그런데 치료가 안 된 상태에서 공을 던지면 더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최악의 상황에선 주사를 한 달에 한 번씩 맞기도한다. 보통 1년에 4~6회 맞는 것도 잦다고 본다"고 말했다.
 
외국인 선수에게 주사를 맞아가면서 버티라고 하는 건 무리가 따른다. 다년 계약이 된 상태가 아니라면 더욱 그렇다. 선수가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어깨는 크게 다치면 1년 이상의 재활 치료 기간이 필요한 부위. 라이블리가 1군 복귀에 적극적이지 않은 가장 큰 이유다. A 구단 외국인 스카우트는 사견임을 전제로 "라이블리의 경우 태업했다기보다는 (어깨 부상을 받아들이는) 구단과 선수의 입장 차이가 있었던 거로 보면 될 것 같다"고 했다.
 
돈을 받고 일정 기간을 뛰는 선수에게 로열티를 강조하는 건 쉽지 않다. '용병' 라이블리도 마찬가지다. 2019시즌 대체 외국인 투수로 영입돼 '장수 외국인 투수'의 길을 걸었지만, 그는 삼성과의 인연에 스스로 마침표를 찍었다.
 
인천=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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