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준족 빌리 해밀턴(31)이 잠깐의 포수 실책을 놓치지 않고 역전 타점을 만들어냈다.
해밀턴은 2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필드에서 열린 클리블랜드전에서 9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장했다. 방망이 대신 수비와 스피드를 기대 받아 선발 기회를 얻었지만 해밀턴은 이날 방망이까지 뜨겁게 휘둘렀다.
쉽지 않은 상대였다. 클리블랜드는 팀 에이스이자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수상자 쉐인 비버를 선발로 내세웠다. 팀 앤더슨, 호세 아브레유, 예르민 메르세데스 등 팀의 중심 타자들도 범타로 물러났다. 2회 말 제이크 램의 볼넷과 잭 콜린스의 1루타가 나오면서 2사 1, 2루의 기회가 만들어졌지만, 타율 0.240의 9번 타자 해밀턴에게 적시타를 기대하긴 어려웠다.
하지만 해밀턴의 방망이가 반전을 끌어냈다. 해밀턴은 비버가 한가운데 높은 곳에 던진 2구째 92.7마일(약 149㎞) 포심 패스트볼을 받아쳐 우중간 외야로 날려 보냈다. 클리블랜드 우익수 조쉬 네일러가 빠른 펜스 플레이로 대응했지만 2사 상황에서 먼저 출발한 주자들을 잡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리그 최고속을 자랑하는 타자 해밀턴 역시 송구가 홈으로 향하는 사이 3루를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
점수를 뒤집는 중요한 한 점은 그다음에 만들어졌다. 두 번째 주자인 콜린스를 잡기 위해 홈으로 날아온 송구를 클리블랜드 포수 오스틴 헤지스가 일순간 포구하지 못했다. 송구가 옆으로 새면서 헤지스가 멈칫한 찰나를 리그 최고속 해밀턴이 놓치지 않았다. 3루에서 순식간에 달려들어 홈까지 차지했다. 수비 백업으로 빠져있던 비버가 뒤늦게 홈을 커버했지만, 해밀턴의 발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리그 최고의 투수 중 한 명을 상대로 3타점 적시 주루를 만들어낸 셈이다.
통산 310도루를 기록한 주자다운 존재감이다. 전성기인 신시내티 시절 출루율 0.297을 기록하고도 4년 연속 50도루를 성공했던 해밀턴은 발만으로도 다른 팀의 영입 제안을 받는 메이저리그 최고속의 선수다. 특히 마이너리그 시절인 2011년과 2012년 각각 103도루, 155도루를 기록했을 정도로 스피드에서는 역대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