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는 지난주 선발 로테이션이 휘청거렸다. 토종 에이스 박종훈과 외국인 투수 아티 르위키가 부상을 이유로 동반 이탈했다. 박종훈은 수술, 르위키는 교체가 유력한 상황이다. 구단 안팎에선 '최대 위기'라는 얘기가 나온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체 선발' 정수민은 2일 인천 삼성전에서 2⅔이닝 만에 강판당했다. 선발 자원이 많지 않은 팀 사정을 고려하면 기존 선발 투수들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문승원은 SSG의 버팀목이다. 외국인 투수 윌머 폰트와 함께 선발 로테이션을 끌어줘야 하는 중책을 맡는다. 다행스러운 건 올 시즌 페이스. 9경기 선발 등판해 2승 2패 평균자책점 2.86(50⅓이닝 16자책점)을 기록했다. 리그 평균자책점 톱 10에 이름을 올리며 순항 중이다. 최근 3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로 사실상 1선발의 역할을 해냈다. 시즌 피안타율(0.220)과 이닝당 출루허용(WHIP·1.19) 모두 안정적. 흠잡을 곳 없는 피칭이다.
꾸준함이 강점이다. 2017년부터 4년 연속 규정이닝을 채웠다. 큰 부상 없이 선발 로테이션을 돌았다. 지난 시즌엔 11승을 따내며 데뷔 첫 두 자릿수 승리를 정복했다. 올 시즌에도 상승세가 계속된다. 문제로 지적받던 피홈런을 줄인 게 결정적이다. 문승원은 2017년부터 3년 연속 매년 23개 이상의 피홈런을 내줬다. 2017년과 2019년에는 리그 피홈런 1위라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그런데 올해는 다르다.
3일까지 212타자를 상대해 피홈런 딱 1개(5월 21일 인천 LG전 라모스)만 허용했다. 맞아 나가는 타구가 적으니 실점하는 횟수도 크게 줄었다. 문승원은 "투구폼이나 메커니즘은 달라진 게 없다. 다만 올해는 포수 (이)흥련이, (이)재원이 형과 상대 전력분석에 조금 더 집중하고 있다"며 "마운드에서 포수의 리드에 더욱 믿음을 가지고 던지고 있는데, 이게 피홈런이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피홈런이 줄다 보니 전체적인 기록이 좋아진 것 같다"고 만족스러워했다.
감독의 신뢰는 단단하다. 김원형 SSG 감독은 문승원에 대해 "지난해(6승 8패 평균자책점 3.65)에 비해 좋아진 게 아니다. 원래 이 정도 하는 투수"라며 "지난 시즌에도 세부 지표는 국내 투수 중에서 좋은 편이었다. 다만 승운이 없었다. 계속해서 꾸준하게 자기 역할을 한다"고 신뢰했다. 문승원마저 흔들린다면 SSG로선 더 큰 비상이 걸릴 수 있다. 시즌 농사를 좌우할 수 있는 포인트 중 하나다. 그의 다음 등판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