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우의 스포츠랩소디] 축구에도 스톱워치를 도입하자
일간스포츠

입력 2021.06.09 06:06

김식 기자
 

축구는 전·후반 45분씩 총 90분 동안 열린다. 농구와 아이스하키 같은 종목은 인플레이(in play, 경기가 진행 중인 상황)가 중단되면 시간도 멈춘다. 하지만 축구는 인플레이가 아닐 때도 시간이 흘러간다.
 
대신 경기의 4번째 심판이 선수 교체, 부상 선수 체크, 시간 지연 행위와 비디오판독(VAR) 등으로 중단된 시간을 기록한다. 그리고 낭비된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 심판은 정규 시간 후 추가 시간(Stoppage Time)을 부여한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7 법(Law 7)에 따라 추가 시간은 심판의 재량으로 결정된다.
 
추가 시간이 있기에 축구 경기 중에는 시간이 멈추지 않는다. 이러한 규칙이 축구를 더 매력적으로 만들었다는 의견도 있다. 축구 경기가 더 자연스럽게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주심만이 언제 경기가 종료될지 정확히 아는 관계로 이러한 불확실성에 팬들은 더 열광하고, 흥분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을 멈추지 않고 추가 시간으로 대체하는 현 제도는 공정성면에서 심각한 결함을 가지고 있다.
 
심판이 추가 시간을 보여주고 있다. 프리미어리그 홈페이지

심판이 추가 시간을 보여주고 있다. 프리미어리그 홈페이지

첫째, 추가 시간은 정확하게 계산되지 않는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의 32경기를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경기 당 평균 13분 10초가 추가 시간으로 부여돼야 했다. 하지만 실제로 배정된 추가 시간은 경기당 평균 6분 59초에 불과했다.
 
아울러 선수 교체시 심판은 30초를 추가 시간에 부여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기고 있는 팀 감독은 시간을 끌기 위해 경기 막판에 선수를 교체하는 경우가 많다. 이 말은 즉 선수 교체에 들어가는 시간이 추가 시간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걸 의미한다.
 
둘째, 추가 시간 계산은 심판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인다. 보는 관점에 따라 심판들이 다르게 해석하는 대표적인 경우가 선수들의 시간 지연 행위다.
 
셋째, 추가 시간은 홈팀에게 유리하게 배정되는 경향이 있다. 스페인의 라리가는 홈팀이 이기고 있을 때보다, 한 점 차로 지고 있을 때 추가 시간이 평균 2분 정도 더 부여된다고 한다. 프리미어리그(EPL)를 조사한 연구도 홈팀이 이기고 있으면 추가 시간이 평균 46초 줄어든다고 밝혔다.
 
비슷한 예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전설적인 감독이었던 알렉스 퍼거슨으로부터 유래한 '퍼기 타임(Fergie Time)'이란 게 있다. 퍼거슨 감독은 골이 필요할 때 사이드 라인까지 나와 왼손에 찬 시계를 오른손으로 가리키며 추가 시간을 더 달라고 주심을 압박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통계를 보면 매 시즌 맨유가 가장 긴 추가 시간을 받은 건 아니다. 중요한 점은 맨유가 지거나 비기고 있을 때 그들이 얼마나 많은 추가 시간을 받았냐는 것이다. 퍼거슨 감독의 재임 3시즌을 조사한 연구에 의하면, 맨유는 이기고 있을 때보다 지고 있을 때 평균 79초의 시간을 더 받았다. 아울러 퍼거슨의 맨유만큼은 아니지만, 빅 클럽들은 주로 추가 시간을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배정받았다.
 
넷째, 모호한 규정 때문에 인플레이 시간은 경기마다 편차가 크다. 2017~18시즌 EPL에서 볼이 인플레이 된 평균 시간은 59분 23초였다. 하지만 스토크시티와 왓포드가 맞붙은 경기의 인플레이 시간은 42분에 불과한 데 비해, 맨체스터 시티와 첼시의 경기는 68분이 넘었다. 이렇게 42분과 68분을 각각 뛴 두 팀이 사흘 휴식 후 맞붙는다면 그 경기를 공정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어떤 이들은 “이런 불완전함이 축구를 아름답게 만든다(these imperfections are what make football beautiful)”고 말한다. 하지만 그러한 논리라면 VAR도 도입해서는 안 된다.
 
축구의 모호한 시간 계산은 득보다 실이 더 많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심판의 주관적인 판단에 많이 의존하는 추가 시간이 주어질 때마다 탄식과 불만은 언제나 여기저기서 쏟아진다. 아울러 추가 시간은 왜 언제나 3분 혹은 4분 같은 분 단위로만 주어지는지 의문이다. “정확하게 시간 계산을 하긴 했을까”하는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 없다.
 
최근 축구계는 골라인 판독기와 VAR를 도입해 공정한 판정을 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따라서 스톱워치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선수 교체 혹은 골이 나왔을 때나 선수가 부상을 당한 경우 시간을 멈췄다가, 인플레이시 다시 재개해 더 정확한 시간을 계산할 필요가 있다. 대신 경기 시간을 전·후반 각각 30분으로 줄이자는 의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마케팅 측면에서도 스톱워치의 도입은 희소식이 될 것이다. FIFA, UEFA(유럽축구연맹)와 유명 클럽들은 더 많은 수익 창출을 위해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미국 스포츠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축구는 확실히 미국에서 더 인기를 얻고 있지만, 여전히 주류는 아니다. 이러한 이유 중 하나로 축구는 광고 시간이 하프 타임에 한정되기 때문에, 다른 미국 스포츠만큼 수익성이 좋지 않은 점이 꼽힌다. 하지만 경기 중 시간이 멈추고 광고를 내보낼 수 있다면 축구의 미국 시장 공략은 더 수월해질 것이다. 리그도 더 비싼 가격에 중계권료를 방송국에 판매할 수 있다.
 
많은 선수가 거짓 부상과 시뮬레이션 액션으로 시간을 지연한다. 이에 대한 경고나 적절한 시간 보상은 이루어진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부상이나 경기 지연 시에 시간이 멈춘다면 선수들의 이러한 비(非) 스포츠맨십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스톱워치의 도입은 혁명적인 시도가 될 것이다. 이러한 시도에는 언제나 많은 반대가 따른다. 그렇지만 이러한 반발을 이겨냈을 때 축구는 지금보다 더 공정한 스포츠로 자리 잡을 것이다.    
 
이화여대 국제사무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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