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38·KIA)는 자타가 공인하는 거포다. 통산 홈런이 무려 335개. KBO리그 역대 네 번째로 개인 통산 350홈런 달성을 눈앞에 뒀다. 그 어떤 선수보다 펜스 밖으로 타구를 많이 날렸다.
그런 면에서 최근 최형우의 고민은 의외였다. 그는 9일 대구 삼성전이 끝난 뒤 "홈런보다 공이 뜬 것에 만족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날 1회 첫 타석에서 결승 투런 홈런을 터트렸지만 "지금은 여러 가지 문제로 타구가 뜨지 않아서 뜬공을 쳐보고 싶었다. 오늘만 그런 게 아니라 계속 뜬공을 치고 싶었는데 안됐다"고 돌아봤다.
최형우의 '뜬공 고민'이 시작된 건 지난 1일부터다. 안과 질환(중심장액성 맥락망막병증)에서 회복돼 1군에 재등록된 뒤 타구가 좀처럼 외야로 날아가지 않았다. 첫 6경기 타율이 0.150(20타수 3안타). 정확도가 떨어진 모습이었는데 땅볼(10개)과 뜬공(1개)의 비율마저 깨졌다. 2016년부터 지난 시즌까지 땅볼/뜬공 비율이 0.81이라는 걸 고려하면 '비정상적'으로 땅볼이 많았다. 자연스럽게 홈런도 꽉 막혔다. 부상 복귀 후 유일한 뜬공은 8일 삼성전 9회 마지막 타석에서 기록됐다. 그는 "뜬공은 (오)승환이 형을 상대로 친 게 복귀하고 처음이었다. 뜬공에 만족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최형우의 몸 상태는 100%가 아니다. 그는 망막 중심부위인 황반에 물이 고이는 문제로 지난달 5일 1군에서 제외됐다. 거의 한 달 정도 1군에서 이탈했다. 타격감을 끌어올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땅볼이 계속 나왔던 건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는 "다치기 전의 상태로 가려면 거의 한국시리즈가 열릴 때나 돌아와야 했다. 더는 앉아서 기다리다가 시즌이 끝날 것 같았다. 두 달 안에 정확하게 나을 수 있다면 쉬었을 텐데 그게 아니니까 (1군에) 와서 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눈을 처음에 다쳤을 때는) 눈을 뽑아버리고 싶었다. 그 정도로 화가 났다. 말이 되지 않는 이유로 (2군 훈련장인) 함평에 있다는 게 정말 화가 났다. 말로 표현이 안 됐다"며 "재발하면 은퇴를 해야 할 수 있다. 100%는 아니지만,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고 밝혔다.
9일 첫 타석 홈런은 의미가 컸다. 8일 마지막 타석 뜬공에 이어 연거푸 외야로 공을 날린 셈이다. 9일 3회 두 번째 타석에선 잘 맞은 타구가 2루수 라인드라이브로 아웃됐다. 6회와 7회는 각각 볼넷. 9회 마지막 타석에선 2루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추가 안타는 없었지만, 땅볼이 아닌 공이 뜨기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최형우에겐 큰 의미였다. 그가 1군 복귀 7번째 경기에서 어렵게 만든 터닝포인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