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IS]정훈, 절친노트로 다시 찾은 붙박이 선발
일간스포츠

입력 2021.06.10 06:48

안희수 기자
사람은 성장한다. 정훈이 그렇다. 롯데 제공.

사람은 성장한다. 정훈이 그렇다. 롯데 제공.

 
친구의 뒷모습에 자극을 받았다. 선배의 조언에 자신을 돌아봤다. 백업으로 밀렸던 정훈(34·롯데)이 주전 자리를 되찾은 배경이다.
 
정훈은 지난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두산전에서 4번 타자·1루수로 선발 출전, 5타수 4안타(1홈런), 5타점, 2득점을 기록하며 롯데의 18-9 대승을 이끌었다. 7회 말 두산 투수 고봉재로부터 데뷔 첫 만루 홈런을 쳤다. 5타점은 커리어 한 경기 최다 기록이다. 정훈은 지난 6일 수원 KT전에서도 연장 10회 초 결승타를 기록했다. 현재 롯데에서 가장 뜨거운 타자다.
 
정훈은 2013~16시즌 롯데의 주전 2루수였다. 2015시즌에는 타율 0.300을 기록하기도 했다. 연봉도 2억1000만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롯데가 외국인 내야수(앤디 번즈)를 영입한 2017시즌에는 자리를 잃었다. 그해 68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1루수와 중견수로 포지션을 전환하며 1군에서 버텼다. 그러나 2018~19시즌에도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했다.
 
암흑기를 돌아본 정훈은 "2015시즌에 3할 타율을 기록한 뒤, 야구가 계속 잘 될 줄 알았다. 주전에서 밀린 뒤에도 '그래도 내가 경기를 많이 뛴 선수니까, 기회가 다시 오겠지'라며 안일한 마음을 가졌다. 머리로만 준비하고 몸은 누워있었다"고 돌아봤다.
 
그런 정훈이 마음가짐을 고쳐먹은 계기가 있다. 2019년 10월, 동기 김문호가 롯데에서 방출된 것. 김문호는 이듬해 1월 한화와 계약했지만, 2020시즌 뒤 재계약에 실패했다. 정훈은 "친구가 다른 팀으로 가는 과정을 보면서 느낀 게 많았다. 이제 난 팀이 키워줘야 하는 유망주가 더는 아니었다. 언제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은 시점이었다. 그래서 마음을 바꿔먹었다"라고 전했다. 
 
현실을 직시한 정훈은 친한 선배 이대호에게 조언을 구했다. 정훈은 "이전까지는 힘들어도 내색하지 않았다. 더 태연하게 굴었다. 대호 형도 내 성격을 잘 알기 때문에 기다려준 것 같다. 2019년 겨울에 정말 많은 얘기를 나눴다. 새삼 '왜 이대호라는 선수가 이토록 잘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답을 얻었다. '저런 선수도 저렇게 노력하고 있는데, 나는 뭐하는 건가' 하는 자책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그리고 자신을 채찍질하기 시작했다.
 
2020년 정훈은 4시즌 만에 규정 타석을 채웠다. 타율(0.295)도 나쁘지 않았다. 올해도 1루수와 중견수를 병행하며 라입업을 지키고 있다. 이대호가 왼쪽 옆구리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에서 4번 타자 역할을 해내고 있다.
 
정훈은 "한동안 오더(선발 라인업)가 나오기 전까지는 출전을 장담할 수 없었다. 올해 무조건 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느낌을 다시 놓치고 싶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닥을 찍은 정훈이 다시 일어섰다. 
 
부산=안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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