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롯데와 차별화된 현대백화점, '정중동' 경영 눈길
일간스포츠

입력 2021.06.28 07:00

안민구 기자

위험한 도박 대신 조용히 사세 키워

최근 신세계그룹의 이베이코리아 인수와 맞물려 현대백화점그룹의 독특한 경영방식이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신세계와 롯데쇼핑이 앞다퉈 이커머스 강화를 위해 바삐 움직이는 동안 나 홀로 관망세를 보여서다. 
 
현대는 일찌감치 이베이 인수 가능성에 선을 긋는 대신 '전문몰 전략'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효율과 안정을 중시하는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경영 스타일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나홀로 인수전 불참…전문몰에 집중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통가의 가장 큰 화두는 이베이코리아였다. 오랜 기간 국내 유통시장을 주름잡아온 신세계와 롯데 '두 거대 공룡' 중 누가 국내 이커머스 3위 기업인 이베이코리아를 품을지에 관심이 쏠렸다.
 
결과는 싱겁게 끝났다. 3조4400억원을 써낸 신세계의 이마트가 롯데에 완승했다. 롯데는 즉각 인수전 패배를 인정하고 다른 투자처를 찾고 있다.
 
이로써 신세계는 단숨에 이커머스 2위 업체로 올라서게 됐다. 지난해 신세계 온라인 부문인 SSG닷컴(쓱닷컴)의 거래액은 약 4조원, 시장점유율은 2.5%에 불과했다. 여기에 이베이코리아를 품으면서 연간 거래액은 24조원, 시장점유율은 15%까지 늘어나 쿠팡을 제치게 됐다. 지난해 기준 이커머스 업체 거래액은 네이버가 27조원, 쿠팡이 22조원, 이베이코리아가 20조원이다.
 
이번 인수전의 결과와 별도로 눈길을 끄는 부분은 또 다른 '유통 공룡' 현대의 행보다. 일찌감치 인수전에는 관심 없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미 경쟁이 심화한 시장에 후발주자로 나서봐야 승산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파악된다. 오히려 현대는 여의도에 초대형 오프라인 점포 '더현대서울'을 개점시키는 등 차별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결과는 일단 성공적이다. 더현대서울은 지난 2월 오픈과 동시에 흥행몰이에 성공하며 하루 매출 100억원을 찍고 있다. 특히 국내 최초로 ‘리테일 테라피(쇼핑을 통한 힐링)’ 개념을 적용한 더현대서울은 백화점 안에 실내 공원과 인공 폭포를 선보이는 등 기존 백화점의 틀을 깨는 파격적인 공간 디자인과 혁신적인 매장 구성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현대백화점 더현대서울 사운즈포레스트 전경. 현대백화점그룹 제공

현대백화점 더현대서울 사운즈포레스트 전경. 현대백화점그룹 제공



현대 특유의 뚝심 경영 
 
업계에서는 현대의 이번 인수전 불참은 정지선 회장 특유의 '정중동' 경영 스타일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 2007년 회장직에 오른 정 회장은 ‘선안정 후성장’ 전략을 내세우며, 초기부터 효율과 안정을 중시하는 경영 스타일을 보여줬다. 최근에도 이커머스 업체들의 속도전에도 편승하지 않는 것 역시 이 같은 경영 스타일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정 회장이 대형 투자와 인수합병(M&A)에 마냥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12년 한섬(4200억원), 리바트(500억원) 등을 인수한 이후 2016년 SK 패션사업부(3000억원), 2018년 한화L&C(3666억원) 등 5000억원 미만의 기업을 꾸준히 사들여 왔다. SK그룹의 화장품 원료회사 SK바이오랜드(1205억원)를 샀고, 한섬을 통해 클린젠코스메슈티칼(100억원)도 인수했다. 복지몰 이지웰(1250억원)도 손에 넣었다. 
 
업계 관계자는 “정 회장은 1000억원대 안팎의 작고 알찬 딜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며 “대형 경쟁입찰에 참여하는 대신 그룹 포트폴리오에 알맞은 기업을 물색해 인수하는 방식이다”고 평가했다. 
 
정 회장이 사업을 확장하면서 현재 어려움을 겪는 대형마트는 제외한 것도 결과적으로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평을 받는다. 현재 다른 유통기업과 달리 대형마트 실적 부진에 따른 스트레스가 없기 때문이다.
 


실적이 증명…향후 이커머스는 과제
 
정 회장의 행보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나름의 탄탄한 실적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지난 2010년 'PASSION(열정)비전- 2020'을 선포하며 2020년까지 실적을 크게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구체적으로 7조8000억원이던 매출을 20조원까지 올리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이는 현실이 됐다. 2020년 현대백화점그룹은 유통, 패션, 리빙∙인테리어 부문에서 총 20조1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정 회장은 올 초에는 2030년까지 매출을 40조원으로 늘리겠다는 '비전 2030'을 내놨다. 유통, 패션, 리빙·인테리어로 구성한 3대 핵심사업에, 뷰티·헬스케어·친환경 사업 등을 더해 덩치도 키우고 경쟁력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커머스 시장에서는 SSG닷컴, 롯데온과 같은 온라인 통합 플랫폼을 만들기보다는 전문성 있는 각자 판매 채널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런 이커머스 전략이 성공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소수의 승자가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커머스 시장의 특성 때문이다. 신세계가 거액의 자금을 들여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 이유 역시 승자가 모든 것을 갖는다는 생리를 잘 알고 있어서다. 실제로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미국은 아마존, 중국은 알리바바, 일본은 아마존재팬과 라쿠텐 등이 시장을 독식하고 있다.
 
현대의 온라인 거래액은 지난해 기준 3조5000억원 선에 그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 신세계(24조원)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또 다른 업계 한 관계자는 "빠르게 돌아가는 이커머스 시장에서도 현대의 정중동 경영이 효과를 거둘지는 의문"이라며 "현대는 사업 구조상 대형마트나 할인점을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커머스 시장 확장이 어려운 만큼 향후 대형 M&A에 뛰어들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고 말했다.
 
안민구 기자 an.min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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