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늘한 여론에…흥국생명, 이재영·이다영 등록 포기
일간스포츠

입력 2021.07.01 06:00

이형석 기자
 KOV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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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가 무리하게 추진해온 이재영·다영(이상 25) 쌍둥이 자매의 선수 등록을 결국 포기했다.
 
흥국생명은 지난달 30일 박춘원 구단주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이재영, 이다영의 학교 폭력(학폭)과 관련해 배구를 사랑하시는 팬들께 실망을 끼친 데 대해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구단은 현재 두 선수가 활동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선수 등록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이재영·다영 쌍둥이 자매의 코트 복귀는 당분간 어렵게 됐다. 한국배구연맹(KOVO)의 선수 등록 시한은 30일이었다. 흥국생명이 두 선수의 등록을 포기함에 따라 쌍둥이 자매는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다. KOVO 규약에 따라 이재영과 이다영은 FA가 돼 2021~21시즌 3라운드까지 다른 구단과 자유롭게 계약할 수 있다.
 
두 선수의 신분은 자유로워졌지만, 선수 생활은 오히려 어려워졌다. 쌍둥이 자매를 향한 비난 여론이 워낙 강해서 다른 구단이 이들과 계약할 가능성은 극히 낮기 때문이다. 
 
이재영(왼쪽)과 이다영.  사진=일간스포츠 DB

이재영(왼쪽)과 이다영. 사진=일간스포츠 DB

지난 2월, 이재영과 이다영의 과거 학폭 사실이 폭로됐다. 피해자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피해 사실을 21가지 항목으로 구분해 상세하게 썼다. 
 
쌍둥이 자매는 이를 인정하고, 자필 사과문을 공개했다. 당시 흥국생명은 무기한 출전 정지 징계를 했다. 대한민국배구협회는 이들의 국가대표 자격 박탈하는 징계를 내렸다. 이재영·다영으로부터 시작된 학교 폭력 이슈는 스포츠를 넘어 사회 전반으로 퍼져 나갔다. 
 
한동안 잠잠하던 이재영·다영의 소식은 최근 해외 이적설과 선수 등록 여부를 놓고 다시 한번 배구계를 강타했다. 또한 김여일 흥국생명 단장은 지난 22일 열린 KOVO 이사회에서 이재영·다영의 선수 등록 의사를 강하게 내비쳤다. 2021~22시즌 이후 V리그에서 뛰도록 하거나, 해외 리그로 이적할 수 있는 신분을 만들겠다는 의미였다.
 
팬들의 비난이 쇄도했다. 그러자 흥국생명은 "당장 두 선수의 복귀를 추진하는 게 아니라 보류권 행사를 위한 최소한의 선택"이라고 항변하며 "흥국생명 선수로 등록하지 않으면 FA 신분이 돼 다른 팀이 데려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선수 등록이 이뤄지면 시즌 중 언제라도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고 코트에 복귀할 수 있다. 즉, 구단이 두 선수가 복귀하는 길을 터주는 셈이 된다. 앞서 쌍둥이 자매와 '삼각 편대'를 이뤘던 김연경은 최근 중국 리그(상하이)로 이적했다. 그의 신분은 '임의해지 선수'다. 이런 흐름에서 쌍둥이 자매의 선수 등록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달 28일 흥국생명은 이재영·다영의 선수 등록을 알리려 했다. 하지만 불과 두 시간 만에 이를 취소했다. 이때부터 구단 결정이 바뀔 수 있다는 움직임이 감지됐다. 
 
결국 흥국생명은 의지를 꺾었다. 쌍둥이 자매를 향한 싸늘한 여론을 재확인했기 때문이다. 일부 팬들은 지난달 28일부터 흥국생명보험 본사가 있는 서울 종로구, KOVO가 위치한 서울 마포구 상암동 일대를 오가며 쌍둥이 복귀 반대 트럭 시위를 벌였다. 배구단은 모그룹에까지 피해가 확산하는 걸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부에선 흥국생명보험 불매 운동까지 예고한 상황이었다.
 
쌍둥이 자매가 자필 사과문을 삭제한 뒤, 피해자를 고소하자 팬들은 "반성이 충분치 않다"며 따가운 시선을 보냈다. 그러자 흥국생명은 뒤늦게 진화에 나섰다. 구단은 "학교 폭력은 사회에서 근절되어야 할 잘못된 관행으로 구단 선수가 학교 폭력에 연루되어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구단주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송구스럽다. 구단은 어떠한 경우에도 학교 폭력은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고 깊이 인식하고 있다. 두 선수의 진심 어린 반성과 사과, 피해자들과의 원만한 화해를 기대했으나 현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흥국생명은 "배구를 사랑하시는 모든 분께 염려를 끼친 데 대해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그러나 입장문 발표 전의 상황으로 볼 때 흥국생명의 메시지에 진정성이 담겼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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