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채흥은 지난해 삼성 선발진의 신데렐라였다. 26경기에 등판해 11승 6패 평균자책점 3.58을 기록했다. 2018년 데뷔 후 처음으로 시즌 두 자릿수 승리를 따냈다. 평균자책점은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20명 중 8위. 국내 투수 중에선 1위였다. NC 구창모와 함께 KBO리그를 이끌어갈 차세대 왼손 에이스로 평가받았다.
그를 향한 평가는 올해 달라졌다. 최채흥은 5일까지 9경기에 선발 등판해 2승 5패 평균자책점 5.73으로 부진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성적(5승 2패 평균자책점 3.08)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비율도 46.2%(26/12)에서 22.2%(9/2)로 줄었다. 타자들의 득점 지원은 큰 변화(3.65점→3.22점)가 없다. 하지만 투구 내용이 좋지 않으니 마운드에서 버텨낼 힘이 부족하다. 승수 쌓기에 제동이 걸린 이유다.
가장 큰 문제는 구속이다. 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최채흥의 지난해 패스트볼 평균구속은 시속 138.6㎞였다. 전년 대비 0.4㎞/h가 빨라져 효과를 톡톡히 봤다. 구종 피안타율은 3할로 높았지만 주 무기인 슬라이더(구종 피안타율 0.213)를 보여주기 전 '셋업 피치'로 잘 활용했다. 그런데 올해는 '피칭 디자인'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 패스트볼 평균구속이 시속 136.6㎞까지 떨어졌다. 1군 데뷔 후 가장 낮은 수치. 빠른 공의 힘이 빠지면서 변화구 위력도 동반 하락했다. 슬라이더 피안타율이 0.319로 전년 대비 1할 이상 치솟았다.
최채흥은 올 시즌 빠른 공의 비율을 낮췄다. 데뷔 후 최저인 45.5%까지 떨어트렸다. 대신 슬라이더 비율을 30.5%(2020년 28.9%)까지 끌어올렸다. 패스트볼의 위력이 떨어지면서 변화구 비율을 높인 셈인데 결과적으로 두 가지 모두 통하지 않는다. 지난달 29일 열린 인천 SSG전에선 6⅓이닝 9피안타(3피홈런) 4실점 패전투수가 됐다. 피홈런 3개 모두 패스트볼(2개)과 슬라이더(1개)가 제물이었다.
한편에선 "복사근 부상의 영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최채흥은 지난 3월 14일 LG와의 연습경기 중 오른 복사근이 3.5㎝ 찢어졌다. 당초 최소 8주 정도 이탈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5월 9일 1군에 첫 등록 됐다. 2군에서 공을 던지기 시작한 건 부상 한 달 뒤인 4월 18일부터였다.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복귀한 게 결국 독이 된 것 아니냐는 평가다. A 구단 투수 코치는 "타자는 물론이고 투수에게도 복사근은 중요한 부위"라고 했다. 하지만 "개인차가 있을 수 있지만 내복사근 부상 후 구속이 장기간 확연하게 저하된 사례는 거의 접하지 못했다. 투구 메커니즘에 변화가 있을 수 있어도 던지면서 이내 제 모습을 찾아가는 게 보통"이라고 말했다.
B 구단 트레이너는 "복귀 후 보통 3~5㎞/h 정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투구 메커니즘의 변화로 부침을 겪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던지면서 본인의 모습을 찾아간다"고 했다. C 구단 트레이너도 "복사근 부상이 투수 구속 영향에 직접 영향을 준다고 단정 짓기 어렵다. 근육 위치상 통증으로 인해 전력으로 피칭하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구속 저하를 가져온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구속 저하 현상은 복사근 외에 다른 문제가 있어서 일 가능성이 크다"고 비슷한 얘길 했다.
최채흥은 시즌 준비를 원활하게 하지 못했다. 몸 상태를 점검하고 페이스를 올려야 하는 시기에 재활 치료를 거쳤다. 좀처럼 구위가 올라오지 않는 이유일 수 있다. 결국 부상이 아니라면 마운드 위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