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만질 수 없는 옷이 가상세계에서 불티나게 팔린다. 네이버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 렌지(25)의 이야기다.
렌지는 키보드와 마우스로 만든 아바타 옷으로 대기업 임원급 수익을 올리고 있다. 19일 그에게 메일을 보내 메타버스 대세가 되는 방법을 물어봤다.
렌지는 대학에서 모델과를 전공하다가 자퇴했다. 아바타 게임이 좋아 2019년부터 시작한 제페토는 그의 꿈을 실현하는 런웨이가 됐다. 렌지는 "아바타 게임 이용자라면 자신이 원하는 옷을 입히고 싶은 욕구가 있다"며 "의상 하나를 제작하는 데 기획부터 제작까지 약 1주일이 걸린다. 1벌당 약 5개의 컬러 베리에이션(색상 배치)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렌지는 활동 초반 하루에 1~2개의 아이템을 꾸준히 선보였다. 최근 한 달에 약 20세트를 출시했다.
그는 월평균 세후 약 1500만원을 벌어들인다. 세금은 제페토가 정산해 처리한다.
렌지는 "특유의 감성이 제페토 이용자를 관통했다"며 "작년 5월 판매가 22~24원의 옷으로 700만원의 수익을 올렸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렌지는 제페토에서 의류를 제작하는 크리에이터들을 모아 '매니지먼트 O' 사업도 하고 있다.
아바타 옷은 '마야' '유니티'와 같은 3D 모델링 프로그램으로 구현한다. 렌지는 소속 크리에이터들이 보다 쉽게 옷을 만들 수 있도록 3D 템플릿(모형)을 제공한다. 여기에 각 크리에이터가 2D 디자인을 입혀 판매하는 방식이다.
수익은 매니지먼트 내부에서 공유한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 총 매출 1억원을 달성했다.
렌지는 메타버스에 안착하기 위한 요소로 꾸준함을 꼽았다.
그는 "센스, 감성, 외모 이전에 꾸준함이 가장 중요하다"며 "아직 익숙하지 않은 20~30대는 SNS(사회 관계망 서비스)와 비슷하게 접근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면서 친구를 사귀거나, 제페토 안에서 경제 활동을 하는 것도 좋다"고 했다.
렌지는 제페토를 '이 세계의 연장선'이라고 표현했다. 앞으로 아바타 의류 제작뿐 아니라 콘텐트까지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그는 "드라마 등 제페토를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콘텐트를 섭렵해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거듭나는 것이 목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