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박스 들고 다니던 쿠바 소년, 올림픽 4연패로 레슬링 전설 넘다
일간스포츠

입력 2021.08.03 14:14

김영서 기자
올림픽 4연패 위업을 달성한 미하인 로페즈. 사진=게티이미지

올림픽 4연패 위업을 달성한 미하인 로페즈. 사진=게티이미지

쿠바의 레슬링 영웅이 도쿄올림픽을 화려하게 마무리하고 선수 생활을 마감한다.
 
‘헤라두라의 거인’ 미하인 로페즈(39·쿠바)는 지난 2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 A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130㎏급 결승에서 이코비 카자이아(28·조지아)를 5-0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불혹을 앞둔 나이에도 불구하고 16강전부터 한 점도 내주지 않는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였다. 상대 선수들은 비교적 나이가 젊었지만, 로페즈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이로써 올림픽 다섯 번째 출전인 로페즈는 4개의 금메달을 수확했다. 로페즈는 지난 2008 베이징 올림픽, 2012 런던 올림픽에서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120㎏급 금메달을 획득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부터 130㎏급으로 출전해 도쿄올림픽까지 금메달을 따냈다. 올림픽 4연패다. 쿠바 선수 올림픽 최다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로페즈가 메달을 차지하지 못한 올림픽은 5위에 그쳤던 2004 아테네 올림픽이 유일하다.
 
하계 올림픽 동일 세부 종목 4연패는 역대 단 네 번 밖에 나오지 않은 기록이다. 로페즈는 마이클 펠프스(수영·미국) 이후 다섯 번째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레슬링 부문 4연패는 역대 두 번째다. 로페즈에 앞서 이초 가오리(일본)가 올림픽 4연패를 한 바 있다. 아테네 올림픽부터 레슬링 여자 자유형 64㎏급에서 3연속 금메달을 획득했던 가오리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는 56㎏급으로 체급을 낮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로페즈는 남자 레슬링 선수 최초로 올림픽 4연패를 기록하게 된 것이다.
 
로페즈는 금메달을 따내자 한 손에는 쿠바 국기를 들고 다른 손으로는 코치를 어깨 위로 들어 올리는 퍼포먼스를 보였다. 그는 지난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자 살사 춤을 보인 후 코치를 엎어치기하는 세리머니를 펼친 적도 있었다. 심사위원들과 사진 기자들에게 다가가 악수를 하는 너스레를 보이기도 했다. 이번에는 시상대에서 거수경례하는 세리머니를 했다.
 
로페즈는 올림픽 4연패에 성공해 레슬링 역대 최고 선수라 평가받는 알렉산더 카렐린(러시아)의 올림픽 금메달 기록을 넘어섰다. 카렐린은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130㎏급에서 1988 서울올림픽부터 1996 애틀랜타 올림픽까지 3회 연속 금메달을 따냈다. 2000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은메달을 획득했다. 로페즈는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과의 영상 통화에서 “세계 최고가 돼 역사를 만든 것이 행복하고 자랑스럽다. 기록을 깰 수 있게 된 것은 큰 성취다”라고 말했다.
 
로페즈의 올림픽 도전은 도쿄에서 마무리된다. 그는 도쿄올림픽 개막 전에 “도쿄올림픽을 끝내고 은퇴를 하겠다. 새로운 세대들에게 기회를 줄 때다”라며 은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네 번째 올림픽 금메달을 따서 작별인사를 하고 싶다. 반드시 이룰 것이라고 확신한다”라고 말했었는데, 올림픽 4연패로 약속을 지켰다. 어렸을 때 과일 박스를 들고 다니다 한 레슬링 코치의 눈에 띄어 매트에 발을 들여놓게 된 로페즈는 그야말로 ‘박수 칠 때’ 떠나게 됐다.
 
김영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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