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미라 멘사-스톡(29 미국)이 흑인 선수 중 처음으로 여자 레슬링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멘사-스톡은 지난 3일 일본 지바의 마쿠하리 메세 A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레슬링 여자 자유형 68㎏급 결승에서 나이지리아의 블레싱 오보루두두를 4-1로 제압하고 우승했다.
이날 우승으로 멘사-스톡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 이후 첫 여자 레슬링 흑인 금메달리스트로 기록됐다. 금메달에는 실패했지만 결승 상대 오보루두두도 은메달을 목에 걸면서 나이지리아 역사상 첫 올림픽 레슬링 메달리스트로 새 역사를 썼다.
올림픽 무대를 밟는 길은 험난했다. 멘사-스톡은 2016년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열린 미국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1위를 차지하며 올림픽 데뷔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당시 미국이 멘사-스톡의 체급 출전권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선발됐음에도 출전하지 못하고 대표팀의 훈련 파트너로 남아야 했다. 그러나 멘사-스톡은 포기하지 않고 두 번째 기회인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끝에 꿈을 이루게 됐다.
멘사-스톡은 우승 후 인터뷰에서 고인이 된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영국 가디언지는 “시카고에서 태어나 휴스턴에서 자랐던 멘사-스톡은 격한 성격 탓에 육상부에서 왕따를 당한 뒤 레슬링을 시작했다”며 “딸의 고등학교 대회 출전을 보고 귀가하던 길에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시면서 멘사-스톡은 운동을 그만둘 뻔했다”고 사연을 전했다.
멘사-스톡은 수상 기자회견에서 “아버지가 계셨다면 가장 기뻐하셨을 것이다”며 “그는 자랑스러워했을 것이다. 행복해하셨을 것이다”고 눈물을 흘리면 이야기했다. 미국 CBS 방송은 멘사-스톡은 가나 출신으로 나이지리아를 라이벌로 여겼던 아버지가 이번 우승을 더 기뻐하셨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덧붙였다.
금메달 포상금은 어머니를 위해 쓸 예정이다. 멘사-스톡은 포상금에 대한 질문을 받자 “3만달러(약 3437만원)로 어머니에게 푸드 트럭을 사드리고 싶다. 바비큐 가게를 하고 싶어 하신다”라며 “5년 전에 약속했는데 이제야 지키게 됐다”라고 답했다. 미국은 금메달 수상자에게 3만7500달러(약 4296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
첫 흑인 메달리스트로의 의의도 전했다. CBS에 따르면 멘사-스톡은 “(내 수상은) 어린 소녀들이 시상대 위에 자신과 같은 사람이 서 있는 것을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라며 “여성이라는 것이 최고의 목표를 성취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라고 이번 수상의 의의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