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이동통신 3사가 5G 확산 덕에 고성장 기조를 유지했지만, 서비스 품질 개선 작업에는 뒷짐을 진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낸 KT마저 인프라 투자를 줄였다.
12일 이통 3사의 2021년 상반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전년 동기 대비 평균 영업이익 증가율은 21.29%로 집계됐다.
증권가 예상을 크게 뛰어넘은 KT가 1등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1~2분기 92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지난해 상반기(7283억원)보다 26.32% 성장했다.
같은 기간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영업이익이 각각 7854억원, 54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16%, 18.39% 상승했다.
이번 호실적은 국내 5G 가입자 확대의 영향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5G 누적 가입자는 1646만5468명으로 1년 전보다 900만명 이상 늘었다. 연말 2000만 가입자 돌파가 기대된다.
하지만 2019년 4월 서비스 상용화 이후에도 속도 저하와 강제 LTE 전환 등 품질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이통 3사는 일제히 관련 투자를 축소하고 있다.
3사 모두 비슷한 상황에서 LG유플러스의 상반기 CAPEX(설비 투자)가 863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66% 감소하며 가장 보수적인 모습을 보였다.
SK텔레콤은 업계에서 유일하게 상반기 CAPEX가 1조원을 넘었다. 다만 1조2244억원을 쏜 작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역시나 12.64% 줄었다.
지난 2분기에 '깜짝 실적'으로 활짝 웃은 KT도 2020년 상반기 1조원에 가까운 9673억원을 투자했다가 올해 상반기에는 10.67% 줄어든 8641억원을 집행하는 데 그쳤다.
계절적 요인으로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투자가 더 활발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예년 수준의 CAPEX를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인데, 이마저도 불확실하다. 작년에도 이통 3사 모두 목표를 채우지 못해서다.
2020년 KT의 연간 CAPEX 가이던스(전망치)는 3조1000억원이었지만 실제 투입한 비용은 2조8720억원이다. 같은 해 LG유플러스도 가이던스 2조5000억원에 조금 못 미치는 2조3805억원을 인프라에 쏟았다.
가이던스를 공개하지 않는 SK텔레콤의 작년 CAPEX는 전년 대비 24.3%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상반기에는 사업계획 수립, 발주 등의 작업을 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비용 집행은 하반기에 이뤄진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국망 커버리지 구축이 마무리를 향해 가고 있다. 상용화 시기처럼 5G 투자를 대폭 늘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농어촌 5G 통신망 공동 구축 등으로 효율화한 비용을 B2B(기업 간 거래) 등 핵심 주력 사업에 투입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에 따르면 획기적인 서비스 품질 개선을 끌어내기 위한 이통 3사의 대대적인 투자는 앞으로 기대하기 힘들 전망이다.
소비자들의 5G 서비스 품질 불만은 여전히 높다.
법무법인 주원은 지난 6월 말 서울중앙지방법원에 5G 피해자 집단소송 소장을 접수했다. 1차 소송 참여자는 500여 명으로, 1인당 최대 150만원의 경제적·정신적 피해 보상을 이통 3사에 요구했다. 이와 비슷한 규모의 2차 소송도 준비 중이다.
또 한국소비자연맹·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지난 11일 '불통 5G 피해사례 발표 및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이통 3사가 명확한 기준 없이 고무줄식 입막음을 하고 있다"며 "5G 서비스 불통 피해자에게 투명하고 형평성 있는 보상을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정길준 기자 jeong.kiljh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