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영화의 '기적'이 일어날 준비를 마쳤다. 박정민, 이성민, 임윤아, 이수경 주연의 영화 '기적(이장훈 감독)'이다.
31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진행된 언론배급시사를 통해 '기적'이 첫 공개됐다. '기적'은 오갈 수 있는 길은 기찻길밖에 없지만 정작 기차역은 없는 마을에 간이역 하나 생기는 게 유일한 인생 목표인 준경(박정민)과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1988년 세워진 세상에서 제일 작은 기차역 양원역을 모티브로 새롭게 이야기를 창조했다.
2018년 데뷔작 '지금 만나러 갑니다'로 260만 관객을 사로잡은 이장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박정민이 마을에 기차역을 세우는 게 유일한 목표인 4차원 수학 천재 준경 역을 맡았고, 거침없는 행동파이자 자칭 뮤즈 라희를 임윤아가 연기한다. 이성민이 무뚝뚝한 아버지이자 원칙주의 기관사 태윤 역할로 존재감을 입증하고, 이수경이 준경의 누나 보경 캐릭터를 맡아 이야기의 중요한 키를 쥔다.
'기적'의 줄거리에는 특별히 주목할 만한 요소가 없다. 독특한 콘셉트도 없고, 강력한 빌런이나 갈등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다. 2021년에 기차역 세우는 착하기만 한 옛날 이야기가 과연 주목받을 수 있을까. 그러나 '기적'은 이 의문을 확신으로 바꾸는 기적을 행한다. 주인공을 괴롭히는 빌런 없이도, 관객의 심장을 떨리게 할 위기 없이도 117분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다.
웃음과 감동,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영화이기 때문. 이처럼 가장 간단하지만 가장 어려운 흥행 비범이 '기적'에 담겼다. 박정민과 임윤아, 이수경이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고 중반 이후 박정민과 이성민이 주축이 돼 감동을 만들어낸다. 이 영화의 줄거리만 보고 쉽게 봤다가는 밀려드는 웃음과 눈물에 당황할지도 모른다. 여기에 예상치 못한 반전까지 쉴 새 없이 관객을 즐겁게 한다.
배우들은 열연으로 이 착한 영화에 힘을 보탠다. 박정민은 두말 할 것 없다. 열일곱 고등학생으로 등장하는 그가 처음엔 어색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어느샌가 순수한 10대의 얼굴로 녹아든다. 이성민과 이수경 모두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임윤아까지 기대 이상을 해낸다. 이들은 낯설 수 있는 경상북도 사투리 연기도 무리 없이 소화했다.
지난 6월 개봉하려던 '기적'은 코로나19의 확산으로 한 차례 일정을 연기했다. 결국 9월로 이동, 다가오는 추석 관객과 만난다. 코로나19의 기세가 여전하지만, 그럼에도 개봉을 확정했다. 착한 영화의 힘, 그 힘이 만들어낸 기적이 코로나19도 헤쳐나가는 '기적'의 흥행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