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도 야유받아라"...승자가 없는 팬과의 전쟁
일간스포츠

입력 2021.08.31 14:55

30일 워싱턴전에서 홈런을 치고 엄지 내리기 세리머니를 하고 있는 바에즈. [AP=연합뉴스]

30일 워싱턴전에서 홈런을 치고 엄지 내리기 세리머니를 하고 있는 바에즈. [AP=연합뉴스]


뉴욕 메츠 내야수 하비에르 바에즈(29·뉴욕 메츠)가 선보인 '엄지 내리기 세리머니'로 메이저리그(MLB)가 시끄럽다.

바에즈는 지난 30일(한국시각) 미국 뉴욕 시티필드에서 열린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홈경기에서 1-2로 뒤진 4회 말 역전 투런 홈런을 쳤다. 홈플레이트를 밟은 바에즈는 환호하는 메츠 팬들을 향해 양손 엄지를 아래로 내렸다. 상대에게 야유를 보내거나 비난할 때 하는 동작이었다. 기뻐하던 메츠 팬들은 하비에르의 이상한 세리머니에 깜짝 놀랐다.

바에즈는 경기 후 "나는 정말 팬들을 사랑한다. MLB에서 팬이 차지하는 비중이 굉장히 크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팬들의 잘못된 태도를 받아들일 수는 없다"면서 "엄지를 내린 세리머니는 그동안 나에게 야유를 보낸 팬들을 향한 것이다. 선수들이 실수하면 야유를 받는데, 우리가 잘하면 팬들이 야유를 받을 수도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메츠는 극성스러운 팬들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소속팀 선수들이 못할 경우 거침없이 야유를 퍼붓는다. 지난 7월 31일에 시카고 컵스에서 메츠로 이적된 바에즈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적 후 17경기에 타율 0.210에 그치자 메츠 팬들에게 질타당했다. 바에즈는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상처를 받는다"며 하소연했다.

선수가 경기장에서 비난하는 팬과 정면 대응하는 사례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1년 KBO리그에서는 이종범(은퇴)이 인천에서 열린 SK 와이번스 경기에서 맥주캔을 던진 외야 관중과 언쟁을 벌였다. 경기력이 마음에 들지 않아 관중석에서 그라운드로 물병, 맥주캔 등을 투척하는 사례는 종종 있었다. 선수들은 화는 나지만 참고 경기에 집중하지만, 이종범은 그러지 못했다.

프로농구 전주 KCC 선수였던 하승진은 지난 2015년 서울 삼성 경기에서 팬과 충돌하는 상황이 벌어질 뻔했다. 당시 관중이 "열심히 뛰지도 않으면서 아픈 척한다"는 비꼬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하승진은 라커룸에 들어가서 서럽게 울었다는 후문이다.

호주 테니스 스타 닉 키리오스는 지난 2019년 마이애미오픈 단식 3회전 경기 도중 관중석 앞쪽에 앉은 팬과 시비가 붙었다. 악동 이미지가 강한 키리오스에게 팬은 "머리나 깎고 오라"고 했고, 키리오스도 "여기서 뭐하는 거냐"며 응수했다. 랠리가 끝날 때마다 관중에게 맞대응했다. 결국 심판은 해당 관중을 경기장 밖으로 나가게 했다.

선수와 팬과 전쟁에서 승자는 없다. 이종범은 "상황이 어찌됐던 프로답지 못한 행동을 했다"고 사과했다. 팬과 충돌을 빚은 하승진은 과격한 선수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키리오스는 팬이 퇴장당하자 손뼉을 치며 좋아했지만, 그의 말썽쟁이 이미지는 더 강해졌다.

바에즈의 속상한 심정을 이해하는 여론도 있지만, 그의 사상 초유의 엄지 내리기 세리머니 여파는 크다. 구단주까지 나서서 바에즈 행동을 비난하고 있다. 스티브 코헨 메츠 구단주는 "때때로 실수할 수 있다. 그러나 팬을 건들이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 선수들이 이번 일을 통해 교훈을 얻길 바란다"고 했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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