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 KT 감독이 14일 두산전에서 선발 투수 오드리사머데스파이네를 교체한 배경을 전하며 남긴 말이다.
상황은 이랬다. 데스파이네는 5회까지 2실점하며 분투했다. 하지만 KT가 3-2로 지고 있던 6회 말 투구에서 1이닝을 더 채우지 못했다. 선두 타자 김재환에게 좌중간 2루타를 맞았고, 1사 뒤 상대한 강승호와의 승부에서는 폭투를 범했다. 1·3루에서 박계범에게 공 4개를 던졌는데, 이 상황에서 KT 벤치는 투수를 박시영으로 교체했다.
최근 이강철 감독은 데스파이네를 향해 경고성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지난 8일 수원 KIA전에서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고, 1⅓이닝 만에 마운드에서 내렸다. 셋업맨 박시영을 올렸다 . 두산전 6회 교체도 문책성으로 보일 소지가 있었다. 실점 여부를 떠나 데스파이네의 경기 운영 방식이 마뜩잖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강철 감독은 의외의 답은 전했다. 15일 두산 2차전을 앞두고 만난 이 감독은 "(구원 투수) 박시영의 슬라이더라면 강승호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감독은 "취임식 때 내 야구를 딱 만들기보다는 상황에 맞는 야구를 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옛날 야구로 보일 수 있었겠지만, 그 상황에서는 박시영의 슬라이더라면 타자를 잡을 것 같았다"라고 전했다.
KT는 이 상황에서 동점을 허용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발이 늘린김재환(3루 주자)을 두고 더블 스틸을 시도했다. 박시영이 슬라이더를 던졌고, 변화구를 잡은 포수 장성우의 대처는 다소 늦었다. 1루 주자의 2루 진루를 막지 못했고, 3루 주자의 홈 득점까지 허용했다. 이강철 감독은 이에 대해 "저쪽이 한 수 위다"라고 했다.
데스파이네의 투구에 문제가 있어서 바꾼 건 아니다. 이 감독도 재차 강조했다. 6회 선두 타자 승부에서 커브 승부를 남발하다가 김재환에게 좌중간 안타를 맞은 배터리의 배합은 아쉬움을 전했지만, 데스파이네의 공에 문제가 있다고 보진 않았다.